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한국 아동문학사에서 주요섭을 다시 호명하는 것은 진흙 속에서 진주를 찾은 것처럼 반가운 일이다. 그는 <사랑손님과 어머니>란 소설로 일반 독자에게 이미 친숙한 소설가로 알려져 있지만 아동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창작과 번역, 아동문학 이론을 한 인물로는 인식되지 않는다.
그가 잡지 ≪학등≫ 창간호에 발표한 <아동문학연구대강>은 한국 아동문학사에 획을 그을 만한 사건이라 할 것이다. 그 글에서 그는 서구의 교육과 심리학을 공부하고 나름대로 다듬어서 한국 아동문학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이번 선집에서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그의 아동문학을 끌어 모으는 작업을 했다. 1937년 ≪소년≫에 발표한 <웅철이의 모험>은 2006년 풀빛출판사에서 이미 출간됐기 때문에 제외시켰고, 아울러 번역·번안 작품도 그의 창작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제외시켰다.
<풀잎이 가진 진주>와 <토끼의 꾀>란 작품은 우화다. <풀잎이 가진 진주>가 일제의 절대 권력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면, <토끼의 꾀>는 절대 권력으로 상징될 수 있는 일제에 대해 약한 백성이지만 기지를 발휘해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을 보여 준다. 그는 작품을 통해 일제의 권력을 그대로 보여 주기도 하고 우회적으로 돌려서 보여 주는 듯도 하지만 당대의 독자뿐만 아니라 현대의 독자도 금방 시대성을 반영했음과 일제의 야욕을 소재로 했음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우화를 선택하는 이유는 일제의 검열을 피하고 독자들에게 자신이 의도하는 주제를 부각시키려는 것이다.
≪아이생활≫에 게재된 >란 작품은 1930년대 작품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특이하다. 크게 볼 때 판타지이지만 현대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볼 법한 SF기법과 추리기법을 사용하여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작품은 흥미진진한 판타지를 통해 독자에게 신선한 문학적 즐거움을 제공하는 동시에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일제의 야만성을 보여 주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문학의 교훈성과 쾌락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다. 또 일반적인 판타지가 아닌 과학적인 지식을 토대로 한 SF를 발표하였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그동안 한국 아동문학에서 주요섭은 그 진가가 간과된 채 일제 치하와 같은 어둠 속에 묻혀 있었다. 이번 기회를 맞아 그도 아동문학사에서 누구 못지않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음을 밝히게 되어 매우 고무적이다.
200자평
<사랑손님과 어머니>란 소설로 일반 독자에게 이미 친숙한 주요섭은 아동문학에도 관심을 가지고 창작과 번역과 더불어 아동문학 이론을 연구했다. 이번 선집에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그의 아동문학을 끌어 모았다. 특히 ≪아이생활≫에 게재된 <?>란 작품은 1930년대 작품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특이한 SF판타지다. <?> 외 10편이 수록되었다.
지은이
소설가·영문학자이고, 호는 여심(餘心), 여심생(餘心生), 금성(金星)이다. 1915년 당시 숭실중학 3학년이던 그는 부친을 따라 형 요한, 도일과 함께 동경 청산학원 중학부에 편입한다. 재학 중에 3·1운동이 일어나 귀국한다. 평양에서 김동인과 등사판 지하 신문 ≪독립신문≫을 발간하다가 10개월간 옥고를 치르고 1920년 중국으로 망명한다. 중국 안세중학 3학년에 편입하고 1927년 상해 호강 대학을 졸업한다. 이듬해 도미하여 스탠포드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과정을 이수한다. 그 후 잡지 ≪신동아≫ 주간으로 3년 근무하다 북경 보인대학 교수가 되어 10년간 근속한다. 일본의 대륙 침략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1943년 추방되어 평양으로 돌아온다. 광복 후 그는 상호출판사 주간, 1950년 ≪코리아타임스≫ 주필, 1953년 이후 1965년까지 경희대학교 교수로 재직한다.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위원장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그는 언론계, 교육계, 문학계, 민간단체 등에서 왕성한 활약을 하다가 1972년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대표작은 장편동화인 ≪웅철이의 모험≫과 소년소설인 <?>를 비롯하여 단편인 <풀잎이 가진 진주>, <진달래와 옥순이>, <고양이의 심사>, <슬퍼하는 인형>, <병아리 오 형제>, <토끼의 꾀>, <구멍 뚫린 고무신>, <쫓겨난 선녀> 등이다.
엮은이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났다.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현대문학(아동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 ≪강원일보≫와 1996년 ≪새벗≫에 동화로 등단 후 북원문학상, 원주예술상, 문경(文耕)문학상, 어린이동산 중편동화 최우수작 등을 수상했다. 아동문학에 대한 갈증으로 아동문학을 계속 공부하여 ≪아동문학평론≫지에 평론으로 등단했고 현재 많은 아동잡지에 평론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동화집 ≪꽃게섬의 고집쟁이≫, ≪직녀의 늦둥이≫ 등 다수가 있고 논문으로는 <1910년대 아동문학연구>, <주요섭 동화에 나타난 아동문학관> 등이 있다. 2013년 현재 성신여대와 타 대학에서 아동문학과 현대문학, 글쓰기 등을 강의한다.
차례
고양이의 심사
슬퍼하는 인형
쫓겨난 선녀
어머님의 사랑
구멍 뚫인 고무신
미친 참새 새끼
풀잎이 가진 진주
벼알 삼 형제
동물원 구경
진달래와 옥순이
해설
주요섭은
정혜원은
책속으로
오후가 되자 옥순이는 열이 바짝 올라 입술이 타기 시작하였읍니다. 그러나 누구 하나 옥순이를 간호해 줄 사람이 없었읍니다.
진달래꽃은 목마른 것을 억지로 참고 참았으나 이제는 더 견딜 수가 없었읍니다. 꽃잎이 맥이 하나도 없어져서 간들간들 시들어 떨어지게 되어 갔읍니다. 그러나 진달래꽃은 이를 악물고 가지에 그냥 매달려 있으면서 쌕쌕 신음하는 옥순이를 바라다보고 있었읍니다. 옥순이는
“물! 물!”
하고 신음했읍니다. 마는 아무도 물을 떠다 줄 사람이 없었읍니다. 어머니는 아직 시냇가에서 남의 빨래를 주무르고 있는 것이었읍니다.
“물! 물!”
하고 옥순이는 계속하여 신음 소리를 냈읍니다.
가뜩이나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인 진달래꽃도 인제는 더 견딜 수가 없어서
“물! 물!”
하고 소리 질렀으나 이 하소연을 들은 사람은 없었읍니다.
“물, 물! 물을 좀 주세요.”
“물, 물, 물!”
아차! 진달래꽃은 그만 목이 말라 죽어서 가지에서 똑 떨어지면서 옥순이의 뺨 위에 내려앉았읍니다. 그때 옥순이도,
“물!”
소리를 한 번 더 하고는 숨이 넘어가고 말았읍니다.
-<진달래와 옥순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