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책은 인류학은 물론, 사회학이나 심리학, 커뮤니케이션학, 종교학, 정치학, 경제학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줄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서, 일반 교양서적으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전문적 연구 지침서로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한다.
1989년도 판 서문에 제시된 레비스트로스의 유명한 서문 또한 난해하기로 유명하지만, 그 어느 글보다도 모스의 학문적 기여점을 잘 정리해 놓았다. 일부분만 옮겨 보자.
“마르셀 모스의 가르침처럼 어려우면서도 동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 것도 없을 것이다. 그의 사고 체계는 대단히 농축되어 있어서 난해하게 보이지만 섬광과도 같은 분명한 자국을 남겼다. 그의 구불구불한 전개 과정은 길을 잘못 든 것처럼 보이지만, 바로 이 순간에 전체 과정에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의 핵심으로 인도하며, 인간을 알고 인간에 귀를 기울였던 자만이 그것이 가진 풍요로움을 충만하게 향유할 수 있으며, 모스에게 지고 있는 빚의 대차대조표를 만들 수 있게 된다… 모스가 단지 민족학에만 한정시켜서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어느 누구도 이점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언어학자, 심리학자, 종교사가, 그리고 동양어학자 등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사회과학이나 인문과학의 영역에 속해 있으면서 훌륭한 사람들로 평가받고 있는 프랑스 연구자들은 누구나 자신들이 수행하고 있는 연구 방향에서 어떤 측면에서는 그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화를 이해하는 데서 모스의 가장 큰 공헌은 사회적인 단위들을 총체적인 관계 속에서 이해하고자 한 점이다. 이러한 ‘총체적, 사회적 사실’이라는 개념은 ≪증여론≫에서 다양한 동서고금의 사례들과 함께 장대하게 설명되고 있다.
200자평
주어야 할 의무, 받아야 할 의무, 되돌려 주어야 할 의무를 수행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사회를 유지하고 결속하는 중요한 힘이다. 마르셀 모스는 이러한 기본적인 사회 유지의 원칙을 증여와 교환이라는 원리로서 설명한다. 증여의 원칙이 인간 상호 간의 조화와 평화를 이루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지은이
프랑스 사회학자이자 인류학자다. 1872년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삼촌인 에밀 뒤르켐의 가르침을 직접 받았기 때문에 그의 사상 또한 상당한 정도로 물려받았다. 모스는 1893년 보르도 대학교에서 철학 학위를 받고 바로 파리에 정착해 이곳에서 프레이저(J. Frager)와 타일러(E. Tylor)의 책들을 통해서 인류학에 입문했다. 1901년 고등 연구원(École Pratique des Hautes Études)에서 민족학 방법을 강조하며 ‘원시 민족들의 종교역사’를 강의한다. 이를 통해서 주어진 자료들을 평가하고 분석해 이론화하는 민족학적 방법론을 정립하기에 이른다. 특히 여러 외국어에 능통했기 때문에 프랑스 인류학을 국제적으로 널리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회주의적 열정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이국적인 사회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예술적 감성도 풍부해서 언제나 새로운 사고에 개방적이었다.
1904년에는 <위마니테(L’Humanité)>지의 창간에 참여하고 편집을 담당했으며, 1920년부터는 <민중(Le Populaire)>지에 정치적 기고문을 싣기도 했다. 1925년 민족학 연구소(Institut d’Ethnologie)를 설립하고, 1931년에는 콜레주 드 프랑스(Collège de France)의 사회학 분과장으로 선출되었다. 파리 대학교에 민족학 연구소를 설립해 인류학을 독자적인 학문으로 이끄는 데 큰 공헌을 했다. 그는 민족학적 방법을 엄밀하게 발전시키고, 표상과 실천, 관념과 행위 등의 개념을 구분하고 이를 구체적인 민족지학적 자료들과 연계해서 설명하고자 했다. 즉, 그는 프랑스 제1세대 현지 조사 인류학자 세대를 구성시켰던 것이다.
옮긴이
서울대학교 인류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1994년 프랑스 고등 사회과학 연구원(École des Hautes Études en Sciences Sociales)에서 니콜 벨몽(Nicole Belmont) 교수의 지도로 사회인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사 학위논문은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방의 전통축제의 의미 변화 연구>이며, 1998년 ≪전통성의 현대적 발견≫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 출판되었다. 역서로 ≪축제와 문명≫이 있고, 저서로 ≪축제인류학≫, 공저로 ≪유럽의 축제문화≫, ≪축제문화의 제 현상≫, ≪축제로 이어지는 한국과 유럽≫, ≪축제와 문화적 본질≫, ≪시각이미지의 힘≫, ≪한국사회의 비판적 지방 읽기≫, ≪미래사회의 인구구조와 문화수요≫, ≪한국의 지역문화≫ 등이 있다.
현재 한국 문화 관광 연구원에서 연구 위원으로 재직 중이며, 문화 정책적 연구에 인류학적 심층 조사 방법론을 접합시켜 정책의 효과를 높이는 연구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지역 축제 실태 분석, 지역 문화 현황 및 지역 문화 발전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점, 여성 문화 정책의 필요성 등과 관련된 정책 연구를 하고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서문: 증여와 선물 답례 의무의 특별한 점
명구
내용
급부: 증여와 포틀래치
제1장 교환된 증여와 답례의 의무(폴리네시아)
1. 전체적인 급부: 남자 쪽의 재산과 여자 쪽의 재산(사모아 섬)
2. 주어진 물건의 영(마오리족)
3. 그 밖의 주제: 주어야 하는 의무와 받아야 하는 의무
4. 주목해 볼 점: 인간에 대한 선물과 신에 대한 선물
제2장 증여 체계의 발전-후한 인심과 명예, 그리고 돈
1. 후하게 주는 규칙(안다만 제도)
2. 선물 교환의 원인과 이유, 그리고 정도(멜라네시아)
누벨칼레도니
트로브리안드
그 밖의 멜라네시아 사회
3. 북서부 아메리카
명예와 신용
세 가지 의무: 주기, 받기, 답례하기
물건의 힘
명예 화폐
제3장 고대의 법과 경제에서 보이는 증여 원칙들의 잔재
1. 사람에 관한 권리와 물권(아주 오래전의 로마법)
주해
그 밖의 인도유럽어족의 법
2. 고전 힌두법
증여의 이론
3. 게르만법: 담보와 증여
중국법
제4장 결론
1. 도덕적인 결론
2. 경제사회학·정치경제학적 결론
3. 일반 사회학적·도덕적 결론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사모아 섬에서는 계약적인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결혼 이외에도 넓은 분야에서 작동한다. 이렇게 선물을 하는 것은 아이의 출생, 할례, 질병, 여자 아이의 성년식, 장례식, 통상(通商) 등과 같은 사건들에서 수반되어 나타난다.
그 다음에는 이른바 포틀래치의 두 가지 본질적인 요소가 있다. 하나는 부가 주는 명예와 위세, 그리고 ‘마나(mana)’의 요소이고, 다른 하나는 답례하지 않으면 잃어버리게 되는 마나, 권위, 불가사의한 힘, 부의 원천 등을 지키기 위한 절대적인 답례 의무라는 요소다.
-31쪽
원탁의 기사들처럼 공동의 풍요로움을 위해서 둘러앉을 수만 있다면, 국민, 계급, 가족, 개인 등은 부유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 무엇이 선이고 행복인가를 찾기 위해서 멀리까지 갈 필요가 없다. 그것은 주어진 평화 속에, 공동체와 개인이 서로를 보완해 갈 수 있는 리듬이 있는 노동 속에, 또한 교육으로 가르치는 상호 간의 존중과 호혜적인 너그러움 속에서 축적되고 재분배되는 부 속에 있는 것이다.
-11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