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채인선은 1990년대 새롭게 등장한 ‘젊은 엄마 작가군’을 대표하는 동화작가다. 한국의 동화는 6·25전쟁 이후 현대사의 굴곡을 아이들의 삶에 반영하는 리얼리즘의 전통이 강했다. 하지만 급격한 산업화·도시화의 영향으로 아이들의 삶은 크게 변화하였으며 정보화 시대의 경향을 반영하여 ‘아이’ 적 감수성의 성격 또한 매우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동화의 출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채인선의 동화는 리얼리즘 전통의 이야기 방식에서 벗어나 즐거운 놀이의 감각, 자유로운 환상의 세계를 펼쳐 보였다. 채인선 작품 세계의 다른 한편은 변화된 현실에서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직시하면서 ‘왕따’나 가출 청소년 등의 문제를 다룬다. 채인선은 현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언제나 상상의 세계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하려 한다는 점에서 두 경향은 만난다.
이 책에 실린 <할머니와 외투>는 앞에서 말한 채인선 작품 세계에서 후자의 경향에 속하는 작품이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고 캐나다로 떠난 아빠를 미워하며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은별’의 하루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는 이 작품은 현실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환상의 세계를 가미하는 채인선 동화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아기를 싫어했던 어떤 엄마의 이야기>는 세상의 모든 엄마들을 위한 동화다. 모성에 대한 지나친 가치 부여에서 벗어나 육아의 과정을 있는 그대로 리얼하게 보여 주고 그 과정을 겪으며 느끼는 엄마의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육아는 엄마가 아이를 기르는 시간이 아니라 엄마 스스로가 성장하는 시간이라는 성찰에 이른다.
200자평
채인선은 1990년대 새롭게 등장한 ‘젊은 엄마 작가군’을 대표하는 동화작가다. 상상의 세계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하며 리얼리즘 전통의 이야기 방식에서 벗어나 즐거운 놀이의 감각, 자유로운 환상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이 책에 실린 <할머니와 외투>와 <아기를 싫어했던 어떤 엄마의 이야기>는 현실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환상의 세계를 가미하는 채인선 동화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지은이
1962년 강원도 함백에서 태어났다. 1995년 <우리 집 안경 곰 아저씨>로 샘터사가 주관하는 ‘엄마가 쓴 동화상’에 당선되었고, 이듬해에는 <전봇대 아저씨>로 ‘창작과비평사’가 주관하는 ‘제1회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내 짝꿍 최영대≫,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아름다운 가치 사전≫, ≪나는 나의 주인≫, ≪나의 첫 국어사전≫ 등이 있다.
해설자
1972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2010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으로 등단했다. 주요 논문 및 평론으로 <만주 이주민 소설의 주권지향성 연구>, <사막에서 살아가기>, <이야기의 변이(變異/變移)> 등이 있다. 2013년 현재 경희대학교에서 강의 중이다.
차례
작가의 말
아기를 싫어했던 어떤 엄마의 이야기
할머니와 외투
해설
채인선은
차성연은
책속으로
1.
엄마는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기의 울음소리만큼 생생하게 들렸습니다. 매일 되풀이되는 이 덧없는 싸움에 엄마의 영혼은 멀미가 난 것입니다. 엄마는 청이가 미워졌습니다. 청이가 자신의 삶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단정 지었습니다. 자신의 시간을, 가능성을, 또 다른 어떤 아름다움을 말입니다.
그러나 엄마는 세상 모든 엄마들이 그렇듯 이런 현실에 대항할 수가 없었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외치고 외치지만 그것으로 그만이었습니다. 아기를 두고 가 버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아기를 두고 혼자 가 버린다면 아기는 분명 굶어 죽든지, 유괴당할 것입니다. 끔찍한 상상이 머릿속을 채우자 엄마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습니다. 엄마의 외침은 다시 마음속에 묻혔습니다.
엄마는 청이가 어질러 놓은 식탁 바닥을 걸레로 문질렀습니다. 잘 지워지지 않아 허리를 굽히고 엎드려 빡빡 문질렀습니다.
-<아기를 싫어했던 어떤 엄마의 이야기> 중에서
2.
곧 나는 모든 것을 좀 더 자세하게 볼 수 있었다. 움막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평상에 지붕을 올린 노점판이었고 그 앞에 나와 앉아 있는 사람은 할아버지가 아니라 체구가 자그마한 어느 노파였다. 온 얼굴이 주름살로 뒤덮이고 몸도 바짝 오그라든 노파가 평상에 무릎을 세우고 앉아 천연스럽게 내가 오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나는 가까이 다가갔다. 무서운 생각은 들지 않았다. 노파가 먼저 입을 뗐다.
“난 네가 왜 여기 왔는지 알아. 누굴 찾아온 거지?”
목소리는 카랑카랑했지만 나를 반기는 말투는 아니었다.
“저어…. 할머니를 찾으러 왔어요. 낮에 이리로 들어서는 것을 누가 봤다고 해서.”
내가 더듬더듬 대답을 했다. 내 목소리가 조금 낯설게 들렸다.
“여긴 사람들이 안 다니는 길이야. 쯧쯧, 길을 잘못 들었군.”
세상일을 다 아는 듯한 노파의 말에 나는 맥이 빠졌다. 노파가 조금 다른 음색으로 말을 놓았다.
“그런데 예쁜 외투를 입었군. 그것 나한테 주고 가지 않으련?”
-<할머니와 외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