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초판본 한국시문학선집’은 점점 사라져 가는 원본을 재출간하겠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작가 100명을 엄선하고 각각의 작가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들을 엮은이로 추천했다. 엮은이는 직접 작품을 선정하고 원전을 찾아냈으며 해설과 주석을 덧붙였다.
각 작품들은 초판본을 수정 없이 그대로 타이핑해서 실었다. 초판본을 구하지 못한 작품은 원전에 가장 근접한 것을 사용했다. 저본에 실린 표기를 그대로 살렸고, 오기가 분명한 경우만 바로잡았다. 단, 띄어쓰기는 읽기 편하게 현대의 표기법에 맞춰 고쳤다.
일본 유학에서 서구 근대를 경험한 최남선은 귀국해서 남은 학비를 털어 1908년 ≪소년≫지를 창간했다. 창간호에는 “학생은 이 잡지로 인하여 아버지와 스승에게 듣지 못하던 신지식을 얻을 것이요, 교사는 이 잡지로 인하여 좋고 적당한 교수 재료를 얻으리라”고 썼다. 이처럼 최남선은 출판 운동을 통해 몽매 상태에 빠져 있는 조국을 계몽하고 중세적 가치에 함몰된 인민을 근대사상으로 교화하고자 했다. 잡지 발간은 물론이고 일반교양서 60여 종과 국내외 대중소설을 발간함으로써 독서 대중에게 ‘요긴한 지식’, ‘고상한 취미’, ‘강건한 교훈’을 주고자 한 것이다. 출판과 마찬가지로 최남선에게 글쓰기는 본질적으로 무지한 타자, 즉 민족을 향한 계몽적 실천 행위의 일환이었다. 그에게 문학은 개성을 사유하고 실현하는 장이라기보다 몽매한 인민을 일깨우고 개화하는 계몽의 공간이었다. 스스로 “시인의 천품(天稟)을 갖지 못한 자”라고 고백한 것은 자신의 글쓰기가 본질적으로 근대문학의 심미적 성격에 부합한 것이 아님을 인식한 데서 비롯한 것이었다. 그는 출판과 글쓰기를 통해 새롭게 도래하는 근대 물결을 전달하고자 했으며, 신시(新詩)를 비롯한 시가 역시 그 일환이었던 것이다. 새로운 시가 형태인 신체시를 처음 선보였으면서도 이를 정착·발전시키지 못하고 전통적인 시가 장르로 돌아갔던 최남선의 문학은 한국 근대문학 초기의 성격과 한계를 잘 보여 준다. 최근에도 논란이 되고 있는 최남선의 삶과 문학은 한국 정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결절점이다.
200자평
1908년 ≪소년≫지 창간호에 실린 <海에게서 少年에게>는 신체시(新體詩)의 효시가 된 작품이다. 스스로 “시인의 천품(天稟)을 갖지 못한 자”라고 고백하기도 했던 최남선은 글쓰기와 출판을 통해 몽매한 민족을 일깨우려 했다. 그러나 지극한 민족주의는 일제 말 내선일체를 뒷받침하는 논리로 변화한다.
지은이
최남선은 1890년 4월 26일 관상감 기사로 근무하며 한약방을 경영한 최헌규(崔獻圭, 1859∼1933)의 3남 3녀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위로 누나가 둘, 형이 하나 있었으며, 어머니 진주 강씨 역시 한약방을 운영하던 중인 집안 출신이었다. 최남선의 가문은 19세기에 이르러 중인 기술관으로 정착했으며, 그의 직계 가문은 잡과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집안이었다. 부친 최헌규는 관상감에서 지리학을 공부한 뒤 스물한 살에 음양과(陰陽科)에 합격, 관상소에서 대궐이나 능 터와 형세를 살피는 상지관으로 근무해 종2품 기사까지 올랐으며, 관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약재 도매업과 책력 출판 사업을 벌여 서울 시내에 가옥 80여 채와 많은 전답을 소유했던 명민한 사람이었다. 1904년 최남선은 황실 파견 유학생 50명에 선발되어 11월 일본 동경부립제일중학교에 입학했다가 12월 중퇴, 1906년 4월 다시 도일해 와세다대 고등사범부 역사지리과에 입학했다. 두 차례에 걸친 유학은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가 새로운 세계를 향해 눈뜨는 중요한 계기였다. 최남선은 조국으로 돌아온 뒤 일본에서 활판 인쇄기를 들여와 신문관을 설립하고 1908년 ≪소년≫을 창간한다. 최남선은 학술 잡지와 서적 간행을 통해 청년들을 중심으로 한 민족 계몽에 주력한다. 한일합방을 전후로 출판 운동을 통해 활발한 민족 계몽운동을 전개하던 최남선은 1919년 최린, 송진우 등과 함께 3·1운동을 모의하고 <기미독립선언서>를 기초한다. 3·1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투옥되어 1921년 10월까지 2년 8개월간 수감 생활을 마친다.
출옥한 최남선은 조선인의 손으로 조선학을 정립할 것을 주창하고 역사학과 민속학 연구자로 변모함으로써 1920년대를 조선학 연구자로서 살아간다. 민족 지사로서 이러한 행보는 ‘반도사’ 편찬 사업을 위해 조선총독부가 설립한 관변단체 ‘조선사편수회’에 들어가면서 반민족 친일로 돌아서고, 이후 그는 민족 반역자라는 지탄을 받게 된다.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문≫에 적극적으로 글을 기고했으며, 1936년 6월부터 21개월간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역임했고, 1939년에는 만주국의 건국대학 교수로 부임하면서 최남선은 본격적인 친일 협력의 길로 들어선다. 1941년 일본의 침략 전쟁을 지지하는 협력 단체 ‘흥아보국단’의 준비위원과 상임위원을 지내면서 대동아공영권과 대동아전쟁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지지하는 활동을 하였다. 해방 이후 반민족행위자처벌법(1948)이 발효되고 반민특위에 의해 이광수와 더불어 체포되어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었지만 곧 보석으로 풀려났으며, 반민특위가 지지부진해지면서 최남선의 친일 행위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일단락된다. 한국전쟁 시기에 해군전사편찬위원회에서 일했고 휴전 후 서울시 시사편찬위원회 고문을 지냈으며 육군대학에서 한국사를 강의했다. 1955년 뇌일혈로 쓰러져 1957년 10월 10일 향년 69세로 별세했다.
엮은이
김문주(金文柱)는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보성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7년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다. 1995년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여 <조지훈 시에 나타난 생명 의식 연구>로 석사 학위를, <한국 현대시의 풍경과 전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1년 ≪서울신문≫(문학평론), 2007년 ≪불교신문≫(시)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2008년 한국문학평론가협회 주관 제9회 ‘젊은평론가상’, 2011년 제6회 ‘김달진문학상젊은평론가상’을 수상했으며, 2010년 ‘대산재단창작기금’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형상과 전통≫, ≪소통과 미래≫, ≪수런거리는 시, 분기하는 비평들≫, ≪백석문학전집 1·2≫(편저) 등이 있으며, 가천대와 고려대, 서울과학기술대와 숙명여대 등에서 강의했다. 현재 영남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에 재직하고 있으며, 계간 ≪서정시학≫과 ≪딩아돌하≫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차례
모르네 나는
海에게서 少年에게
가을뜻
가난배
千萬길 깁흔 바다
少年大韓
벌[蜂]
밥버레
新大韓少年
舊作三篇
꼿두고
막은 물
우리 님
아나냐 네가
三面環海國
大韓少年行
태백범[太白虎]
黑軀子의 노리
바다 위의 勇少年
太白山歌 1
太白山歌 2
太白山賦
太白山의 四時
太白山과 우리
봄마지
詩三篇
鴨綠江
때의 불으지짐
大朝鮮精神
더위치기
闥門潭
크리쓰마쓰
어린이 꿈
물네방아
한힘샘 스승을 울음
새해
鵬
봄의 仙女
나
녀름
내
보배
봄의 압잡이(일은봄의비)
저 하늘·
압헤는 바다
깃븐 보람
한배날
경부텰도 노래
해설
지은이에 대해
엮은이에 대해
책속으로
海에게서 少年에게
一
텨…ㄹ썩, 텨…ㄹ썩, 텩, 쏴…아.
따린다, 부슨다, 문허바린다,
泰山갓흔 놉흔뫼, 딥턔갓흔 바위ㅅ돌이나,
요것이무어야, 요게무어야,
나의큰힘, 아나냐, 모르나냐, 호통까디하면서,
따리다 부슨다, 문허바린다,
텨…ㄹ썩, 텨…ㄹ썩, 텩, 튜르릉, 콱.
二
텨…ㄹ썩, 텨…ㄹ썩, 텩, 쏴…아.
내게는, 아모것, 두려움업서,
陸上에서, 아모런 힘과權을 부리던者라도,
내압헤와서는 꼼땩못하고,
아모리큰, 물건도 내게는 행세하디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압헤는
텨…ㄹ썩, 텨…ㄹ썩, 텩, 튜르릉, 콱.
三
텨…ㄹ썩, 텨…ㄹ썩, 텩, 쏴…아.
나에게 뎔하디, 아니한者가,
只今까디, 업거던, 통긔하고 나서보아라.
秦始皇, 나팔륜, 너의들이냐,
누구누구누구냐 너의亦是 내게는 굽히도다,
나허구 겨르리 잇건오나라.
텨…ㄹ썩, 텨…ㄹ썩, 텩, 튜르릉, 콱.
四
텨…ㄹ썩, 텨…ㄹ썩, 텩, 쏴…아.
됴고만 山모를 依支하거나,
됴ㅅ쌀갓흔 뎍은섬, 손ㅅ벽만한 땅을가디고,
고속에 잇서서 영악한톄를,
부리면서 나혼댜 거룩하다하난者,
이리둄, 오나라, 나를보아라.
텨…ㄹ썩, 텨…ㄹ썩, 텩, 튜르릉, 콱.
五
텨…ㄹ썩, 텨…ㄹ썩, 텩, 쏴…아.
나의 땩될이는 한아잇도다,
크고 길고, 널으게 뒤덥흔바 뎌푸른하날.
뎌것은 우리와 틀님이업서,
뎍은是非 뎍은쌈 온갓모든 더러운것업도다.
됴따위 世上에 됴사람텨럼,
텨…ㄹ썩, 텨…ㄹ썩, 텩, 튜르릉, 콱.
六
텨…ㄹ썩, 텨…ㄹ썩, 텩, 쏴…아.
뎌世上 뎌사람 모다미우나
그中에서 똑한아 사랑하난 일이잇스니
膽크고 純情한 少年輩들이,
才弄텨럼, 貴엽게 나의품에 와서안김이로다,
오나라 少年輩 입맛텨듀마
텨…ㄹ썩, 텨…ㄹ썩, 텩, 튜르릉, 콱.
≪초판본 최남선 시선≫, 김문주 엮음, 8∼1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