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크로이처 소나타>는 검열에 걸려 출판 금지 처분을 받기 이전에 이미 필사본으로 시중에 유통되어, 세상의 커다란 관심을 야기한 작품이다. 두 편으로 나뉜 독자는 톨스토이를 호평하거나 악평하며 논쟁을 벌였다고 한다. 황제 알렉산드르 3세도 이 작품이 비윤리적인 작품이 아니라 훌륭한 작품이라고 평가했지만, 황후는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블룸(Harold Bloom)의 다음과 같은 언급은 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줄 수 있다. “<크로이처 소나타>에서 톨스토이는 적어도 반쯤 미쳐 있고, 혼인 여부와 무관하게 일반적인 성행위를 일절 금지하는 금욕을 통해 구원과 치유를 기대한다. 그런 가정에서 쓴 이야기가 보통 이상으로 읽을 가치가 있고 뛰어나다는 사실은 톨스토이의 천재성이 다른 사람과 비길 데 없다는 당혹스러운 증거다.”
톨스토이의 작품에서 기차는 주인공의 운명에서 죽음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이는 기차가 새로운 문명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톨스토이는 자연을 선으로 보고, 이와 대립되는 문명을 악으로 본다. 그는 철도나 공장 건설 등을 반대한 가부장적 농민 사회 건설의 투철한 지지자였다. 톨스토이는 <크로이처 소나타>를 기차 안에서 만난 주인공과 화자의 대화를 중심으로 구성하고 있다. 즉, 그는 주인공이자 광기 어린 화자인 포즈드니셰프가 기차 안에서 만난 일인칭 화자인 ‘나’를 비롯한 승객들과 토론을 하며, 화자에게 자신의 과거, 즉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작별하는 형식으로 작품을 구성하고 있다. <크로이처 소나타>의 제2장의 처음에서 주인공의 섹스관, 사랑관, 결혼관, 여성관 등을 알 수 있다. 여기서 그는 나이 든 부인과 진정한 결혼과 사랑에 관한 테마로 격론을 벌인다.
화자이자 주인공인 성도착증자 포즈드니셰프는 여성, 특히 상류층의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상류사회의 삶을 창녀촌의 삶과 비교하기도 한다. 성도착증자인 그는 “여자는 쾌락의 도구다”라는 말을 여섯 번이나 반복하면서도 남자와 동등한 권리를 부여한 여성을 쾌락의 도구로 보는 인식에서 벗어나 노예 상태에 빠진 여성을 해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결혼은 일종의 계약이며, 매매행위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면서 결혼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강하게 비판한다. 그는 허니문 후 사나흘 만에 시작한 부부 싸움을 육체적 사랑 때문이라고 보며, 결혼은 행복과 거리가 먼 힘든 그 무엇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욕정, 특히 성욕을 절제와 순결을 통해 도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성욕은 아주 무서운 악이자 투쟁의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톨스토이는 육체의 쾌락을 위해 피임하는 사람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포즈드니셰프도 자신의 아내가 건강이 나빠 “파렴치한” 의사의 권유로 출산을 중단하고 피임하자 강력히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고집을 피워 주장을 관철시킨 점을 강하게 비판한다.
포즈드니셰프는 자신의 아내가 바이올리니스트와의 불륜에 빠진 모습을 목격하고 강한 질투에 불탄 상태에서 살인을 자극하는 베토벤의 소나타 9번 곡, 즉 크로이처 소나타 곡 때문에 그녀를 죽인다. 그는 음악과 미술 등의 예술을 인간을 부도덕하게 만드는 더럽고 무서운 대상으로 보았다. 그는 베토벤의 소나타 곡 때문에 아내를 살해했다고 말한다. 그녀가 트루하쳅스키란 바이올리니스트와 불륜에 빠졌고, 그의 관점에서 음악이 두 사람이 불륜을 저지르는 데 매개체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당시 ‘자유 부인’처럼 행동하는 여주인공과 같은 여성의 행태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남성우월주의 사회의 단면을 보여 주는 포즈드니셰프도 비판하고 있다. 톨스토이는 자신의 많은 작품에서 ‘가정’에 관한 테마를 통해 가정, 특히 부부 관계의 중요함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가정의 행복과 불행은 부부 간의 갈등이 어떻게 해소하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200자평
톨스토이가 베토벤의 소나타 9번 곡을 패러디해서 창조한 소설이다. 주인공은 억눌린 욕망을 자극하는 무서운 힘을 가진 음악을 구실로 아내를 살해한다. 청교도적이고 금욕주의적 설교자인 톨스토이가 자신의 고통스러웠던 실제 결혼 생활을 바탕으로 당대의 섹스, 사랑, 결혼, 부부 싸움, 사회에서 예술의 문제를 다뤘다. 인간의 삶에서 사랑과 질투 그리고 오해와 잘못으로 인한 고통과 죽음 등에서의 진정한 해방과 화해에 이르는 첩경이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지은이
1828년 러시아 중부 지방에 있는 야스나야 폴랴나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는 집에서 교육을 받았고, 카잔 대학에 입학해 동양어와 법을 공부하다가 중간에 자퇴했다. 1851년 카프카스에 주둔한 포병대에 들어갔고, 크림 전쟁에 참전한 경험을 토대로 ≪세바스토폴 이야기≫(1855∼1856)를 써서 작가로서의 명성을 확고히 했다. 1862년에 평생의 후원자가 된 소피야 베르스와 결혼한 뒤, 볼가 스텝 지역에 있는 영지를 경영하며 농민들을 위한 교육 사업을 계속해 나갔고, 대표작 ≪전쟁과 평화≫(1869)와 ≪안나 카레니나≫(1877)를 집필하는 등 작품 활동도 활발히 했다. 그 자신은 백작의 지위를 가진 귀족이었으나, ≪바보이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등의 집필을 통해 러시아 귀족들이 너무 많은 재산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다수의 민중들이 가난하게 살고 있음을 비판하는 문학 활동을 하여, 러시아 귀족들의 압력으로 ≪참회록≫과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의 출판 금지를 당했다. 하지만 독자들은 필사본이나 등사본으로 책을 만들어서 몰래 읽었고, 유럽, 미국, 아시아에 있는 출판사들이 그의 작품을 출판하여 외국에서는 그의 작품이 유명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극단적인 도덕가가 되어 1880년 이후에 낸 일련의 저술에서 국가와 교회를 부정하고, 육체의 나약함과 사유재산을 비난하는 의견을 발표했다. 저작물에서 개인의 이득을 취하는 것이 부도덕하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저작권을 포기하는 선언을 했고(1891), 마지막 소설인 ≪부활≫(1899)은 평화주의를 표방하는 두호보르 종파를 위한 자금을 모으려고 쓴 것이었다. 1910년 장녀와 함께 집을 떠나 방랑길에 올랐으나 아스타포보라는 작은 시골 기차역에서 사망했다. 2010년 사후 백 주년을 맞는 톨스토이는 팔십여 년이라는 생애 동안 방대한 양의 작품을 남겼다.
옮긴이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어과에서 학사 및 석사 과정을 수료하고, 모스크바대학교에서 <푸슈킨의 <대위의 딸>의 시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교환교수를 지냈다(2005). 현재 청주대학교 어문학부 러시아어문학 전공 교수로 재직하며, 러시아어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비디오 러시아 문학 감상과 이해 1, 2≫, ≪테마 러시아 역사≫(편저), ≪러시아어 말하기와 듣기≫(공저), ≪쉽게 익히는 러시아어≫(공저), ≪한러 전환기 소설의 근대적 초상≫(공저), ≪러시아 문화와 예술≫(공저), ≪표로 보는 러시아어 문법≫ 등이 있다. 주요 번역서로는 ≪러시아 제국의 한인들≫(공역), 푸시킨의 ≪대위의 딸≫, 톨스토이의 ≪참회록≫과 ≪인생론≫ 등이 있다. 그리고 주요 논문으로는 <뿌쉬낀의 ‘대위의 딸’의 시공간 구조와 슈제트의 연구>, <고골의 중편 ‘따라스 불리바’에 나타난 작가의 관점 연구>, <푸슈킨의 ‘보리스 고두노프’에 나타난 행위의 통일성>, <뿌쉬낀의 ‘스페이드 여왕’의 제사(題詞) 연구>, <뿌쉬낀의 ‘벨낀 이야기’의 삽입 텍스트 연구(1) – 에피그라프(Epigraph)를 중심으로>, <‘보리스 고두노프’에 나타난 뿌쉬킨의 역사관>, <뿌쉬낀의 ‘벨낀 이야기’의 삽입 텍스트 연구(2) – 서술 속에 삽입된 이야기, 편지, 시 텍스트를 중심으로>, <뿌쉬낀의 ‘보리스 고두노프’의 구조와 슈제트>, <A. 즈뱌긴쩨프의 영화 ‘귀향’에 나타난 아버지의 정체성과 이미지 연구>, <‘예브게니 오네긴’과 ‘안나 카레니나’에 나타난 타치야나와 안나의 운명, 사랑, 형상>, <고골의 ‘이반 꾸빨라 전야’에 나타난 민속적 요소와 기독교적 모티프> 외 다수가 있다.
차례
크로이처 소나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지은이 연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1.
“…아내라는 여자는 단단하지 않아서 쉽게 깨지는 그릇과 같은 겁니다”
2.
“사랑이 뭐냐고요? 사랑이란 다른 모든 사람들보다 한 남자나 한 여자를 특별히 더 좋아하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얼마 동안 더 좋아하는 거죠? 한 달입니까? 두 달입니까? 반 시간입니까?”
3.
‘이 모든 게 뭣 때문에 일어난 거야? 뭣 때문에?’
‘날 용서해 줘’ 하고 제가 말했습니다.
‘용서해 달라고? 다 쓸데없는 일이야! …하지만 난 죽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