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권력이라는 이름의 괴물
전쟁에 나간 아들 줄러가 아버지 토트 씨에게 편지를 보내온다. 자기가 모시고 있는 소령이 우리 집에서 휴가를 보내게 되었으니 잘 부탁한다는 내용이다. 소령은 신경쇠약에 불면증까지 겪고 있는 몹시 예민한 인물이다. 기막히게도 소령의 도착과 동시에 줄러의 전사 통지서가 마을에 도착한다. 그런데 모든 것에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 우편배달부 주리가 자기가 좋아하는 토트 씨가 이 소식을 듣고 슬퍼하는 일이 없도록 통지서를 내다 버리는 데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토트 씨네 가족은 아무것도 모르고서 아들의 목숨 줄을 쥔 소령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소령이 자기를 쏘아보지 말라며 헬멧을 눈 아래까지 항상 눌러쓰고 있으라고 하는 말에도 토트 씨는 군소리 없이 그대로 따르고, 불면증으로 밤잠을 자지 못하는 소령이 자신과 함께 밤새 상자를 접자고 하는 말에 온 가족이 매일 밤을 지새운다. 소령은 아무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았다가도 사소한 일에 버럭 화를 낸다. 토트 씨는 그런 그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쩔쩔맬 뿐이다. 점점 궁지에 몰린 토트 씨는 급기야 변소에 틀어박혀 나오려 하지 않는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외르케니는 “인간으로 하여금 인간 존재의 최후의 조각까지 다 먹어 치우게 하는 그런 폭력이란 진정 존재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으로 소설을 연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인간성을 통째로 삼켜 버리는 폭력이 있음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무겁지만은 않다. 오히려 소령의 비위를 맞추려 애쓰는 토트 씨 가족의 모습은 찰리 채플린의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우스꽝스럽다.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이 소설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희비극에 부조리극적 요소가 결합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소설이다. 작가가 직접 희곡으로 각색해 연극으로 만들어졌으며 외국에서 가장 많이 공연된 헝가리 작품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200자평
“인간으로 하여금 인간 존재의 최후의 조각까지 다 먹어 치우게 하는 그런 폭력이란 진정 존재하는 것일까?” 작가 외르케니는 이 질문으로 소설을 연다. 권력이 한 사람의 인간성을 어디까지 말살할 수 있는지 보여 주는 작품이다. 전쟁에 나간 아들 줄러의 상관인 소령이 토트 씨네에서 휴가를 보내러 방문한다. 토트 씨네는 불면증에 신경쇠약까지 있는 예민한 소령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허둥대며 쩔쩔맨다. 희비극에 부조리극적 요소를 결합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소설이다. 작가에 의해 희곡으로 각색되어 연극으로 만들어졌으며 외국에서 가장 많이 공연된 헝가리 작품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지은이
외르케니 이슈트반(Örkény István)은 1912년 4월 5일 부다페스트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유복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다. 인문계 학교를 마친 후 아버지의 뜻에 따라 부다페스트 공과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여 약사가 되었다. 1937년 발표한 단편소설 <윤무>가 실린 잡지를 편집하던 어틸러 요제프와 친교를 맺었다. 1941년 헝가리가 독일과 함께 소련을 상대로 전쟁을 시작하면서 전쟁에 나갔고 종전 후 소련의 포로수용소에 있다가 늦게 귀국했다. 1946년부터 작가로 활동했다. 1953년 첫 장편 ≪부부≫를 출간하고 이어 1955년에 발간한 단편집 ≪폭설≫로 어틸러 요제프 상을 수상했다. 1960년대 중반 연달아 네 권의 책을 출간함으로써 크게 주목을 받으며 작가로서 성공을 거두었다. 대표작으로 ≪예루살렘의 공작≫(1966), ≪파리잡이 찐득이 위의 신혼여행≫(1967), ≪1분 소설≫(1968), ≪시간에 따라서≫(1971)이 있다. 1960년대 중반부터 연극계에 종사하면서 연극을 위한 대본과 영화 시나리오를 썼다. <글로리아>(1957), <고양이 놀이>(1963), <토트 씨네>(1967) 등 자기의 소설을 연극용으로 개작하여 발표하기도 했다. <토트 씨네>와 <고양이 놀이>의 해외 공연으로 외르케니의 이름이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는데, 특히 <토트 씨네>는 외국에서 가장 많이 공연된 헝가리 작품 중 하나로 기록됐다. 1972년 노동훈장, 1973년 코슈트 상을 수상했다. 1979년 6월 24일 부다페스트에서 타계했다.
옮긴이
정방규는 1948년 전라북도 고창에서 태어났다. 서강대학교에서 독문학을 전공하고 독일의 괴팅겐에서 헝가리 문학과 독문학을 공부했다. 1990년부터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헝가리 문학에 대해 강의했다. <통일 후 독일 지성인의 심리적 갈등 연구>(1993) 등의 논문과 ≪사슴≫(1994), ≪방문객≫(1995), ≪토트 씨네≫(2008), ≪에데시 언너≫(2009), ≪등불≫(2010), ≪종다리≫(2016) 등의 번역서가 있다.
차례
토트 씨네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토트 씨 가족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거기에 서 있었다. 그들은 소령이 무엇 때문에 자기들을 탓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들이 보는 것이란 소령이 아직도 계속적으로 뒤를 돌아다본다는 사실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때마침 식사 시간이 되었고 길에는 귀신도 하나 보이지 않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람? 하고 머리슈커는 스스로 물어보았다. 그녀가 이러면서 바라는 것은 단 한 가지뿐이었다. 손님이 가능하면 마음 편하게 느끼고 기분이 좋기를 바라는 마음. 여기서 한순간이라도 언짢은 기분이 생기면 그 기억의 값을 몇 주일 후에 자기의 아들이 치르게 될까 봐 걱정이 되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아들의 생명과도 관계가 있을 수 있지 않은가! 이런 생각을 하니 그녀의 걱정은 열 배 백 배 더 커져갔다. 아무리 사소한 티라 할지라도 그의 눈에 들어가면 그것 때문에 자기는 피눈물을 흘리게 되겠거니 하는 걱정이 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