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칙칙한 민중교육 텍스트는 잊어라. 놀랍도록 해학적이고 비판적인 일러스트만 봐도 이 책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페페는 1986년 민중민주연구소(Institute for Popular Democracy, IPD)의 산하 기관으로 탄생한 이래 지금껏 필리핀의 민중운동기관들을 민중교육이라는 주제로 묶어내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 민중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자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정치풍토 안에서 어떻게 민중교육 활동의 방향을 잡아야 하는지에 대한 자문활동을 실시해 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페페는 필리핀 민중교육의 구심점이 되었고, 이들의 활동은 필리핀 민중교육의 역사가 되었다. 1993년 처음으로 민중교육에 관한 책을 쓰기로 결심한다. 민중교육방법에 관한 매뉴얼을 출판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 희망이 민중교육자의 요구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조금 더 이론적이고 역사적인 내용까지 포함한 책을 쓰기로 한다. 자료가 될 만한 책을 모았다. 페페의 프로그램 운영진과 몇몇 가까운 동료들까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하여 출판을 위한 아이디어의 조각을 짜 맞추었다. 길고 힘든 브레인스토밍의 과정을 거쳤다. 그 덕분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었다. 때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주는 유혹을 못 이겨 이를 모두 책에 넣다보니 나중에는 설익은 생각만 가득 찬 창고처럼 되어버리기도 했다. 결국 이 같은 실험 단계를 끝내고 책을 출간한다. 이 모든 내용을 민중교육의 어조로 담기 위해 한 명의 전담 저자를 둔다. 그 사람이 바로 로베르트 프란시스 가르시아다.
이 책은 본문과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문은 대중적이다.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우며, 창조적이고, 유머 있는 그림과 예시가 가득하다. 특히 민중교육에서 자주 인용되는 <개구리 세 마리> 우화는 독창적인 일러스트와 함께 제시되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부록은 민중교육을 위한 이론적 논의를 다룬다. 하이데거, 니체, 아렌트, 소크라테스, 푸코 등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싶은 사람은 부록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이 책은 역사에 대한 이야기다. 민중교육자들(비정부기구, 사회운동단체의 교육 및 훈련담당자)을 위한 책이다. 이들에게 부록의 이론적인 논의들이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교육에 대한 열망을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욱 필요할 것이다. 그 밖에도 정부와 민간 부문에서 인적자원개발, 교육, 훈련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학생, 사회운동가, 조합의 조직담당자, 교회사역자, 지역사회 조직가, 사회복지전문가 등도 읽을 만하다. 이 책의 내용은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다.
이 책은 민중교육에 관한 명확한 정의를 보여주지 않는다. 민중교육에 대한 단일한 합의도 이뤄내지 않는다. 여전히 많은 질문과 경합하는 입장과 미해결된 논쟁이 남아 있다. 질문에 대한 답은 독자가 계속 찾아야 한다. 이 책의 많은 부분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또한 혼란스러워할지도 모른다. ‘진실’과 ‘진리’에 대해 의심을 품을지도 모르고, 냉소를 보낼지도 모르며, 분노를 터뜨릴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 책은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것이다.
200자평
마르코스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필리핀 민중교육의 기록이다. 페페가 지향하는 이념과 활동, 방법론에 대해 쉽고 간결하지만 임팩트 있게 설명한다. 민중이 스스로 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교육에 사력을 다하며 교조화와 지식인의 허위의식을 늘 경계했던 페페의 실천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성인교육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삶의 교류와 주체성의 회복이라는 페페의 지향은 오늘날 자본화, 국가주의화 되어가는 한국의 성인교육 실천에 대해 반성하게 한다.
지은이
1967년 필리핀에서 출생했다. 필리핀국립대학교에서 지역사회개발을 전공했고, 대중외교훈련프로그램에서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호주 시드니기술대학에서 민중교육 과정, 인도 뉴델리의 ASPBAE에서 리더십 과정을 수료했다. PEPE의 사무처장, ASPBAE(the Asian-South Pacific Bureau of Adult Education, UNESCO)의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현재 ‘Peace Advocates for Truth, Justice, and Healing(PATH)’의 대변인이자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의 활동은 필리핀 혁명운동 과정에서 발생했던 트라우마 치유를 목적으로 한 대화로서 ‘침묵의 속박을 깨는 것’으로 요약된다. 지은 책으로는 혁명을 꿈꾸던 공산당의 피의 숙청 과정을 그린 『To suffer thy comrades: How the revolution decimated its own』(2001)이 있다. 자신의 피해 경험과 체험을 적나라하게 밝힌 이 책은 2001년 아마존닷컴 사회과학 분야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옮긴이
프락시스(Praxis)
2000년 가을, 노일경, 양희준, 유성상, 윤창국, 허준이 ‘비판적인 교육학’을 함께 공부하기로 결의하고 결성한 공부 모임이다. 각자 관심의 영역을 하나둘씩 풀어놓으면서 평생교육이라는 터전 위에 노동교육, 시민교육, 여성교육, 성인기초교육 등 사회 참여적 교육학 영역에 대한 관심을 넓혀갔다. 『우리가 걸어가면 길이 됩니다: 교육과 사회 변화를 위한 프레이리와 호튼의 대화』(2006)를 함께 번역한 바 있다. 현재는 교육학 연구자 모임으로서 새로운 담론의 실천을 모색 중이다.
노일경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이화여자대학교 특수교육과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고, “1970~1980년대 생산직 노동자의 일-학습 양식에 관한 탐색적 연구”(2008)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진로교육센터에서 연구원을 지냈다. 진로교육과 평생교육의 연관성에 대해 줄곧 고민하고 있다. 사람들의 일과 학습의 이야기, 사회의 주된 관심에 따라 교육과 학습 자원이 어떻게 나누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주요 논문으로 “생산적 활동 학습의 개념을 통해서 본 일, 학습, 학습자의 위상 탐색”, “직무불일치의 원인 및 임금과의 관계, 불일치에 대한 대응양상”, “대학평생교육원 프로그램 차별성 구축의 쟁점 분석” 등이 있다.
양희준
서울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시민운동단체 교육활동 사례연구: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아카데미’를 중심으로”(2002)로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학부 강의를 하고 있으며, 교육정책사회학, 글로벌리제이션과 교육 빈곤, 분단과 한국 교육 등의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유성상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다. 한국외국어대학교를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교육학과에서 교육사회학과 글로벌교육협력을 가르치고 있다. 서울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UCLA에서 “Popular Education in Asia: Paulo Freire’s Influence on Popular Education in South Korea and the Philippines”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본부/국제협력센터 (부)연구위원을 지냈다. 현재 국경없는교육가회, ODA Wacth, KOICA, UNESCO-KNC 등의 교육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UCLA의 파울로 프레이리 연구소 겸임연구원이다. 성인기초교육과 공동체 형성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국제사회의 민중교육과 연계하여 학문 연구의 주요 영역으로 삼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Transformative Times and Educational Strives for Democratization”, “Freirean Legacies in Popular Education”, “학생인권의 담론분석”, “제3세계 문해교육: 브라질과 탄자니아의 사례를 중심으로”, “EU 볼로냐프로세스에 따른 한국고등교육의 도전 과제 탐색” 등이 있다. 지은 책으로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교육혁명』(공저), 『비교교육학: 이론과 실제』(공저)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우리가 걸어가면 길이 됩니다』(공역)가 있다.
윤창국
숙명여자대학교 교육학부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평생교육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서 “Learning to live and work together: Coalition building among Korean merchant groups, community residents, and community organizations”(2007)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더불어 살고 일하는 공동체의 형성과 그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학습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체제 형성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주된 연구 주제는 성인학습이론, 비판이론, 질적연구방법이다. 주요 논문으로 “Commodification of knowledge: A mechanism of knowledge appropriation”, “Towards the Political Economy Perspective on Lifelong Learning in Globalization”, “다문화사회 담론 및 정책분석을 통해 본 평생교육의 과제” 등이 있다.
허준: 영남대학교 교육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같은 대학교 교육학과에서 평생교육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사회운동에 나타난 공동체학습과정의 특성에 관한 연구”(2006)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공동체학습, 문해교육, 평생교육제도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으며, 특히 시민사회 영역에서 일어나는 학습 양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은 책으로 『위기, 변화, 그리고 공동체학습』, 『평생교육경영론』(공저)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 “학습사회론에 비추어 본 문해교육 법제화의 의미”, “탈국가체제적 평생교육론 탐색”, “평생학습계좌제에서의 학습경험 연계 방안 탐색” 등이 있다.
차례
서문을 대신하여
1부. 의미와 시작
1 민중교육이란?
2 뿌리
민중교육과 포스트모더니즘
모던기
포스트모던기
민중교육에 대한 영향
PEPE의 탄생
2부. 전형paragon을 잃고 패러다임paradigm을 얻다
1 개구리 세 마리
우물의 입구
은은한 달빛
깨달음
2 지도 그리기 : PEPE의 얼개
지도에 관하여
지도 만들기
3 PEPE의 희망과 꿈 : 민중교육의 기여와 시사점
부록
1 필리핀 민중교육의 역사
2 주체성에 관하여
3 이해하기 : ‘세계관 융합’ ‘권력’그리고 ‘사고’
4 비판적 사고에 대한 반성
5 PEPE의 역사
참고문헌
감사의 말
옮긴이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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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민중교육을 실천한다. 그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기록하진 않았다. 이 책을 통해, 필리핀 민중교육은 구전 단계에서 기록의 단계로 나아가게 되었다. 매뉴얼이 아닌 방식으로, 구전을 넘어서려 한 이런 움직임이 무척 반갑다. 대신, 이 책은 민중교육의 역사와 이론으로 뷔페를 차렸다. 우리는 진정으로 민중교육에 대해 성찰하고 이론화한다. 그러나 이 책은 과도하게 ‘유연함’을 즐긴다. 민중교육의 정신에 대한 이런 불경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진정성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이 책은 ‘개구리는 올챙이가 아니다’라는 안드라고지의 명제를 넘어선다. 오히려 ‘진정한 이해를 갈구하는 믿음’, 일종의 종교 같다. 공주가 키스해 주길 기다리고 있는 개구리와 같은 민중교육의 ‘비뚤어진 신념’에 대해 호기심 어린 우려를 하고 있는가? 이 책을 보라. 그러면 당신은 의심의 여지없이 민중교육을 믿게 될 것이다.-에디시오 델라 토레(Edicio dela Torre), Philippine Rural Reconstruction Movement 부의장, 전 PEPE 운영위원장 / 무엇보다도 ‘민중(popular)’이라는 단어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 단어는 평범하거나 열등한, 혹은 심오한 의미를 희석시켜 무의미한 개념으로 사용되어왔다. 이 책에서 아주 풍부하게 보여주는 것과 같이, 어떤 것도 진실을 넘어설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이상이다. 진짜 민중적 스타일로 쓰여 있어 읽는 즐거움을 준다. 읽는 내내 단순한 소박함이 심오함의 핵심이라는 역설적 지혜를 재차 확인한다. 교사와 학습자는 서로가 서로에게 배운다. 삶에서 그리고 죽음에서. 이 책은 시종일관 익살스럽고, 무례하고, 유쾌한 방식으로 이를 보여준다. 전혀 모순되지 않게. 마치 손과 장갑처럼 서로 잘 맞다.-콘라도 데 키로스(Conrado de Quiros), ≪Philippine Daily Inquirer≫ 칼럼리스트 겸 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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