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 최초의 국산 화장품으로 등록된 ‘박가분’과 뒤이어 출시된 ‘설화분’이 1922년과 1921년 ≪동아일보≫에 각각 광고를 게재한 지 100년 가까이 되는 현 시점에서, 한국의 화장품 광고에 투영된 아름다움의 문화사를 살펴보려는 의도로 기획, 광고를 연구하는 광고학자와 문화를 연구하는 인류학자가 만났다.
1부 ‘아름다움의 발전사’에서는 광고학자인 최은섭이 지난 100년간 한국의 화장품 광고를 마케팅적 관점에서 풀어낸다. 한국의 화장품 산업이 어떤 시대적 배경과 소비문화를 바탕으로 변천해 왔고, 그 변화가 광고적, 마케팅적으로 어떤 의미를 담아냈는지 분석한다. 1920년대에서 1960년대를 태동기, 197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를 성장기, 2000년대 이후 현재까지를 확장기로 규정, 기술한다.
2부 ‘아름다움의 문화사’에서는 인류학자인 안준희가 화장품 광고를 사회문화적 텍스트로 접근하여 광고 텍스트에 투영된 한국 사회의 사회문화적 구조와 그 변화상을 분석한다. 광고는 상품에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여 이를 ‘소비하고 싶은’ 혹은 ‘소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형상화한다. 이때 광고는 제작 당시의 사회문화적 의미 체계와 상호작용하여 구성된다. 광고제작자는 해당 사회에 존재하는 의미 체계를 활용하여 광고의 목적에 맞게 의미들을 재조합, 재구성하여 상품을 ‘소비하고 싶은’ 대상으로 만들어 낸다. 결국 광고 텍스트는 사회문화적 산물로, 이에는 그 사회의 주된 사회 구조, 질서, 욕망 등이 투영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각에서 화장품 광고에 투영된 사회문화적 측면들을 젠더, 계급, ‘우리’와 타자라는 세 가지 영역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200자평
한국 최초의 국산 화장품이 등록되고 신문에 화장품 광고가 실리기 시작한 지 100년 가까이 되었다. 이 책은 한국 화장품 광고의 100년사를 기술하고 광고에 투영된 한국 사회의 변화상을 살펴본다. 화장품 광고에 등장하는 모델들의 시대별 특성, 광고에서 드러나는 일관된 혹은 변화하는 메시지가 형상화하는 한국 사회. 오늘날 K-Beauty의 중심에 있는 한국의 화장품과 사회문화를 광고라는 매체를 통해 고찰한다.
지은이
최은섭
고려대학교 국어국문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에서 광고PR 전공석사와 광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한라대학교 광고영상미디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87년부터 15년간 광고 카피라이터로 일하며 화장품 광고를 제작했던 경험과 2005년 이후 교수로 재직하면서 가져온 광고에 대한 관심사 등을 이 책에 녹여내고자 힘썼다. 주요 저서로 광고수필집 『산소같은 여자』(1994), 이론서 『광고카피의 이론과 실제』(공저, 2010) 등이 있고, 주요 논문으로는 “TV광고에 나타난 양성적 성역할 분석”(2017), “기업의 사회적책임 광고 카피메시지의 관련성과 밀착성이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2014) 등이 있다.
안준희
서울대학교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인류학과에서 석사, 미국 미시간대학 인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과 한국 중산층의 계층 특수적 문화, 특히 사회화 관습과 또래 문화가 주요 연구 분야다. 주요 논문으로는 “그다지 개인주의적이지 않은 미국인들: 미국 중산층의 친사회적 아동 기르기”(2009), “You’re My Friend Today, but Not Tomorrow: Learning to be Friends among Young U.S.Middle-Class Children”(2011), “Finding a Child’s Self: Globalization and the Hybridized Landscape of Korean Early Childhood Education”(2015) 등이 있다.
차례
머리말
1부 아름다움의 발전사
01 태동기-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일본 화장품의 범람 속에 싹틔운 우리 화장품의 꿈
한국전쟁과 아메리칸드림, 그리고 포마드
경제발전이 가져다준 여성의 지위와 소비 변화
02 성장기-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억압받는 대중문화, 급성장하는 화장품 산업
세계화에 눈을 뜬 한국 경제와 화장품 산업
X세대와 미시족이 이끈 소비의 개성화, 다양화
03 확장기-2000년대 이후
2부 아름다움의 문화사
04 아름다움과 젠더
화장품 광고에 투영된 한국 사회의 여성상
왜 일하는 여성인가?: 화장품 광고에 등장하는 여성의 직업
대상으로서의 여성, 섹슈얼한 여성: 남성의 시선에서 주체적 여성성의 표현으로
관습화된 화장품 광고의 여성 포즈와 성전형성의 재생산
05 아름다움, 계급, 라이프스타일
상품, 지위, 계급
“귀부인이 사용하는 고급 제품이에요”: 제품의 우수성과 계급성의 현시적 표현
왜 바이올린 켜는 여성인가?: 화장품 광고와 상층 계급 지향성
‘라이프스타일화’된 계급성
06 아름다움, 우리, 타자
화장품 광고에 투영된 ‘우리’와 ‘타자’
아름다움의 서구지향성
‘타자화’된 비서구: 저발전, 미개, 야만의 대상으로서의 비서구
아름다움과 ‘우리’, 그리고 전통
참고문헌
지은이
책속으로
본격적인 광고는 1949년에 시작되었다. 바니싱크림, 스페시알크림,콜드크림 등이 각각 개별 광고로 선을 보였는데, 광고의 레이아웃과 보더라인(border line) 등에서 일관된 디자인을 유지해 이른바 시리즈광고 제작 기법을 채택하였다. 카피 중에는 해방 후에도 소비자들이 일본 제품에 구매욕구가 있었다는 것을 짐작케 하는 내용이 실려 있는데, “동보화장품은 일본제보담 절대 우수하오니 시험하야 보시오. 좋지 못하면 매상하신 상점에 반환하시오. 책임지고 받겠습니다”라는 부분이다.
또한 이들 제품을 한데 모아 종합 광고도 게재하였다. “동보화장품, 세계에 자랑! 외국품이면 덮어놓고 좋다는 우리의 폐습을 일소합시다”라는 카피와 각 제품의 특징을 적어 놓았는데 그 형태가 마치 오늘날 브랜드 슬로건과 흡사하다. “미발(美髮)은 여성의 생명, 동보향유”, “바를수록 피부가 하여지고 영양이 된다, 동보바니싱크림”, “외국품을 경시할 존재, 동보스페시알크림”, “일적(一滴)의 향기가 수일발산(數日發散), 동보향수” 등이 그것인데, 제품마다의 정체성이나 우수성을 핵심 내용으로 삼아 설득력 있게 구성하였다. 그밖에도 “전국 유명 화장품 약방에 있음. 화신, 동화백화점에서 특설 판매중”이라는 구매 정보까지 넣어 광고의 목적과 기능을 충실히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듬해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국산 화장품의 이러한 자부심은 잠시 침체국면으로 접어든다.
-“01 태동기: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중 ‘한국전쟁과 아메리칸드림, 그리고 포마드’에서
“내 피부가 원하는 아름다운 가치”, “시선을 사로잡는 매혹의 컬러”라는 카피는 앞서 살펴본 1981년 “고운 피부 환한 얼굴에 시선이 머문다”라는 광고의 카피와 대조적이다. 1981년 광고에서 여성의 신체가 남성의 시선이 머무는 대상이었다면, 2002년 광고에서 여성의 외모와 신체는 시선을 ‘사로잡고’, 아름다움을 ‘원하는’ 유혹과 욕망의 주체로 표현된다. 즉, 여성이 적극적인 성화의 주체로 목소리를 가지고 등장하게 된 것이다.더욱이 미디어와 포스트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주장하듯, 1990년대 중반 이후 광고에서 여성의 몸은 이전 시기보다 한층 더 여성성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전 시기 광고에서 여성성의 주요 측면으로 남성의 보조자로서 요구되는 사랑스러움, 조신함, 배려, 의존성 등이 섹슈얼함과 함께 다루어진 반면, 1990년대 중반 이후광고에서는 여성의 섹슈얼한 신체가 여성성을 구성하는 중심으로 등장한다. 즉, 여성의 몸, 특히 섹슈얼한 여성의 몸이 여성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이자 여성 파워의 근원으로 간주되기 시작한 것이다(Gill,2007). 여성의 신체가 정체성의 근원이 되면서, 여성의 몸은 이제 남성들뿐만 아니라 여성 자신에 의해서도 끊임없이 평가, 감시, 해부되는 대상이 된다.
-“04 아름다움과 젠더” 중 ‘남성의 시선에서 여성의 욕망으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