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게임문화연구
과거에 영화와 텔레비전이 그랬듯 지금 게임은 가장 지배적인 문화 중 하나며, 현대를 읽는 매우 요긴한 렌즈다. 게임문화연구는 지금의 사회와 인간을 이해하는 한 방식이다.
‘문화와 연구가 배제된 게임의 시대’, ≪디지털 게임문화연구≫, xiii쪽.
게임문화연구가 뭔가?
게임의 문화적 의미를 밝히는 작업이다. 게임에 대한 모순된 관점을 넘어서려 한다.
어떤 모순 말인가?
게임을 미래 기간산업이라 칭송하면서 악의 근원이라 낙인찍는 것이다.
긍정과 부정의 낙차는 어디서 발생하나?
게임이 주로 산업이나 정책 논리에 의해 정의되기 때문이다.
산업과 정책이 게임을 보는 관점은?
산업 측면에서 게임은 수출 효자 상품이다. 정책 측면에서는 중독·폭력·선정·사행과 연결된 규제 대상이 된다. 둘 다 우리가 경험하는 게임의 실재와 거리가 있다.
게임의 실재는 뭔가?
일상에서 게임은 상품이기 이전에 하나의 문화 텍스트며 즐거움을 목적으로 하는 놀이 활동이다. 게임 텍스트에 대한 해독, 실제 게임 플레이와 게이머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게임문화연구는 실재에 어떻게 접근하는가?
‘텍스트-수용자-맥락’이라는 큰 얼개를 바탕으로 게임을 분석한다. 내러톨로지-루돌로지 논쟁의 유산을 비판적으로 계승한다.
내러톨로지-루돌로지 논쟁이 뭔가?
2000년대 초반 게임문화연구의 정체성을 둘러싸고 벌어졌다. 게임의 서사성에 초점을 둔 내러톨로지와 놀이성에 주목한 루돌로지가 대립했다.
내러톨로지의 입장은?
기존 서사학 이론을 게임에 적용했다. 서사를 주된 요소로 삼는 롤플레잉게임을 구조주의 내러티브 이론으로 해석한 것이다. 인문학적 게임 연구의 토대를 다졌으나 곧 비판에 부딪혔다.
무엇이 문제였는가?
액션 게임, 스포츠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서사가 빈약한 장르에는 적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다른 매체와 구별되는 게임의 특성, 곧 상호작용성이 내러티브 이론만으로는 해명될 수 없다는 근본 한계도 있다.
루돌로지의 대안은 뭔가?
게임의 규칙과 실제 플레이 방식을 분류하고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놀이’를 뜻하는 라틴어 ‘ludus’를 어원으로 삼는다.
규칙과 플레이에 주목한 까닭은?
실제 게임 플레이는 책 읽기나 영화 감상과 다르기 때문이다. 게임 플레이어는 텍스트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수용자에 머물지 않는다. 특정 상황을 해석하고 탐색하고 조형하는 역동적 유저가 된다.
논쟁은 어떻게 마무리되었나?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내러톨로지스트가 강조한 서사, 루돌로지스트가 강조한 게이머 경험과 놀이 모두 게임의 본질 중 일부라는 동의에 다다랐을 뿐이다.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
두 입장 모두 게임 텍스트와 게이머를 이어 주는, 그리고 그 연결을 둘러싼 문화적 맥락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이론의 정립에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논쟁 이후 게임문화연구의 경향은?
두 개의 거대 담론이 사라진 상황에서 연구가 다소 산발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서사와 놀이라는 두 기둥 개념을 염두에 두며 텍스트-수용자-맥락이라는 틀에서 심화 분석을 시도하는 연구가 쌓이고 있다.
텍스트에 관한 연구 주제로는 뭐가 있나?
게임의 그래픽과 사운드를 포함한 내러티브 요소, 선정성 문제, 게임 장르 분화와 같은 주제는 게임 텍스트 연구에 포함된다.
수용자 연구는 어떤 문제를 다룰 수 있나?
게이머의 일상성, 하위문화, 몰입과 중독 문제, e스포츠 문화는 수용자 측면에서 접근 가능하다.
맥락 연구의 중요 주제는?
게임 산업이나 법률이 일상 게임 문화에 미치는 영향이나 게임을 둘러싼 시공간 문제는 맥락 연구의 중요 주제다.
우리가 게임을 문화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까닭은?
그동안 산업적, 교육적, 공학적 측면이 과대 강조되어 정작 우리 일상에서 게임이 어떤 의미인지를 놓쳐 왔다. 그러나 이제 게임은 더 이상 소수 마니아의 어두컴컴한 취미가 아니다. 중년 남성이 컴퓨터로 캐주얼 게임을 하거나 젊은 여성이 지하철에서 모바일 게임을 즐긴다. 게임과 일상이 분리 불가능해진 만큼 그에 부합하는 관점과 평가가 필요하다.
향후 게임문화연구의 과제는?
심리학적 효과 연구 전통에서 탈피해야 한다. 일상이자 오락으로서 게임의 의미를 밝히려면 기존 문화연구, 여가 연구, 인류학 연구의 관점과 전통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 게임문화연구가 심화되고 연구자들이 게임 관련 논쟁에 적극 참여할 때, 흉악범죄자의 게임 습성부터 고발하는 언론의 타성도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디지털 게임문화연구≫는 무엇을 말하는가?
게임문화연구의 간략한 역사를 정리했다. 장르, 미학, 몰입, 리터러시와 같은 디지털 게임의 최근 쟁점도 정리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윤태진이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다.
2733호 | 2015년 10월 19일 발행
게임의 이중인격, 누가 만들었나?
윤태진이 쓴 ≪디지털 게임문화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