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삶이 멀리 있던 시대
김숙희가 옮긴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 ≪마음(こゝろ)≫
메이지 시대의 외로움
숙부에게 유산을 횡령당하자 인간을 불신한다.
자신은 친구를 배신한다.
친구가 죽자 자신을 불신한다.
메이지 천황이 죽자 목숨을 끊는다.
삶은 이미 멀리 있었다.
“또 왔군요.”
“네, 왔습니다” 하고 나도 웃었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그런 식으로 말했다면 분명히 기분이 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선생님의 경우는 정반대였다. 불쾌하기는커녕 도리어 유쾌했다.
“나는 외로운 사람입니다.” 그날 밤 선생님은 지난번에 한 말을 다시 반복했다.
“나는 외로운 사람이지만 어쩌면 당신도 외로운 사람이 아닐까요. 나는 외로워도 나이를 먹었으니 죽은 듯이 지내면 되지만, 젊은 당신은 그럴 수가 없을 겁니다. 활동할 수 있는 한 맘껏 움직이고 싶겠지요. 행동하고 움직여서 뭔가와 부딪치고 싶을 테지요….”
“저는 전혀 외롭지 않습니다.”
“젊을 때가 가장 외로운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왜 이렇게 나를 찾아오는 겁니까?”
여기서도 선생님의 입에서는 다시 그 말이 나왔다.
“아마도 당신은 나를 만나더라도 어딘가 분명 외로운 기분이 다시 들 겁니다. 나는 당신의 그 외로움을 뿌리 뽑아 줄 만한 힘이 없으니까요. 이제는 다른 쪽을 향해 팔을 벌리지 않으면 안 될 거요. 머잖아 우리 집 쪽으로는 발걸음을 옮기지 않게 될 것이오.”
선생님은 이렇게 말하고 쓸쓸히 웃었다.
≪마음(こゝろ)≫,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숙희 옮김, 23~24쪽
언제부터 시작된 이야기인가?
둘은 가마쿠라 해수욕장에서 처음 만난다. 선생님에게 호감을 느낀 ‘나’는 도쿄로 돌아와서 기회 있을 때마다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눈다.
선생님은 어떤 사람인가?
상당한 교육을 받고도 사회에 나가 일을 하지 않는다. 매달 조시가야 묘지에 묻힌 친구의 묘를 방문한다.
선생님은 정말 외로운가?
‘나’도 모른다. 사연을 물어보면 대답을 회피하거나 얼버무린다. 내면에 숨겨진 그림자가 있는 듯하다.
이야기의 전환은 어디인가?
선생님의 사상에 감화된 ‘나’는 더욱 호기심을 느끼며 다가간다. 그런데 ‘나’는 아버지의 병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얼마 뒤 고향에서 뜻밖에도 선생님에게 전보 한 통을 받는다.
전보에 뭐라고 적혀 있었나?
좀 만나고 싶은데 올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나’는 아버지의 병세 때문에 도쿄로 갈 수 없다고 회신한다. 다시 선생님에게 편지를 받는다. 편지 말미에 충격적인 글이 쓰여 있었다.
어떤 충격인가?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이 편지가 당신 손에 들어갈 무렵에는 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을 겁니다. 이미 죽었을 것입니다.”
나는 어떻게 하는가?
급히 열차를 타고 도쿄로 향한다. 열차 안에서 유서가 된 선생님의 편지를 읽는다. ‘나’는 편지를 읽고서 선생님의 사연을 알게 된다.
선생님의 사연이란?
재산가의 외아들인 선생님은 숙부에게 유산을 횡령당한 뒤 인간을 불신한다. 고향을 떠나온 선생님은 하숙집 딸 시즈를 사랑하게 된다. 친구 K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도 하숙집 주인에게 요구해 그녀와 결혼한다. 배신당한 K는 자살한다.
조시가야 묘지의 주인인가?
그렇다. 친구의 자살에 충격을 받은 선생님은 자신을 포함한 인간에 대한 불신과 죄의식을 느끼며 폐인처럼 산다. 노기 장군이 메이지 천황을 따라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가 친구의 죽음에 휩싸인 이유는 무엇인가?
자신의 마음을 용서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아내를 얻기 위해 이기심과 양심 사이에서 고민하던 선생님이 결혼 후 잃은 것은 자신을 믿고 존중하는 마음이다.
자결의 계기는?
직접 계기는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 것이었지만 배후에는 메이지 정신이 도사리고 있다.
메이지 정신이 어떻게 자살을 유도한 것인가?
선생님은 천황이 죽자 메이지 시대가 끝났다고 본다. 메이지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자신이 살아남아 있다는 것은 필시 시대착오라고 생각한다.
나쓰메 소세키에게 메이지 시대는 무엇인가?
그는 메이지 시대가 시작하기 1년 전인 1867년 태생이다. 일생을 메이지 시대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는 봉건주의와 근대사상의 갈등이 심했던 시기다. 소세키가 선생님의 자살의 계기를 벽에 부딪힌 메이지 정신에서 찾은 것은 급변하는 근대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본 것과 관련이 있다.
나쓰메 소세키의 문학에서 이 작품의 위치는?
그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1914년 4월 20일부터 8월 11일까지 ≪아사히신문≫에 연재되었고 9월에 이와나미에서 책으로 나왔다.
올해는 이 책이 출판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 아닌가?
그렇다. 1세기 전의 신문소설을 지금 읽는다는 기분으로 감상한다면 현재와 다르지 않은 동시대 상황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나쓰메 소세키는 누구인가?
일본의 국민 작가다. 소세키 문학의 기본 테마는 인간의 자아, 에고이즘과 죄의 문제, 문명사회 비판 등이다. 근대 지식인의 내면을 파헤치기도 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숙희다. 일본 근대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외대에 출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