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미디어와 일상
2624호 | 2015년 6월 8일 발행
송종현이 분석하는 모바일 미디어의 일상
송종현이 쓴 ≪모바일 미디어와 일상≫
휴대폰이 만드는 소통과 소외
매일 대화하지만 얼굴 한 번 본 적 없다.
모바일 관계는 넓지만 옅다.
언제 끊어질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더욱 집착하지만
바로 옆 사람과는 점점 더 멀어진다.
소통이 소외를 낳는다.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것은 안정된 자아 정체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사랑스러운 가족의 일원임을 확인하고, 또래 집단과 친밀한 우정을 나누며, 공동체와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존재론적 안전감을 느끼는 필수 조건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신뢰할 수 있고 친밀한 누군가와 접속, 연결되고자 열망한다. 그래서 우리의 휴대폰은 늘 누군가와 접속하려고 24시간 준비 상태이며, 우리는 매일 수시로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타인의 흔적을 확인하곤 한다.”
‘존재론적 안전감’, ≪모바일 미디어와 일상≫, 28∼29쪽.
타인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면?
고립감을 느낀다. 고독이 스스로 만든 상황이라면 고립은 타인과의 연결에 실패한 상태다. 그러면 불안, 우울, 절망의 감정에 빠진다.
고립이 절망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뭔가?
내 신호에 대한 타인의 응답은 그의 의지와 선택의 결과다. 전화, 카톡, SNS 대답은 모두 선택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선택으로부터 자신이 제외되면 사회 존재로서의 자아 정체성 획득에 실패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것은 위기다.
어떤 위기인가?
관계의 연결망에서 배제되는 상황이다. 이 위기에 빠지지 않기 위해, 또는 빠져나오기 위해 우리는 휴대폰에 더욱더 집착한다.
휴대폰으로 고립의 위기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가?
휴대폰은 디지털 탯줄이다. 분리되었다는 느낌은 낯설고 두려운 감정이다. 세상과 닿아 있음을 확인해야 안심이 된다. 어머니와 탯줄로 연결된 태아가 안전을 느끼듯 디지털 탯줄로 자기 존재의 안전을 확인해야 불안을 떨칠 수 있다.
휴대폰이 ‘존재의 안전’을 보장하는가?
그렇다. 휴대폰은 세상과 연결해 자아의 안전을 확인하는 도구이자 자아를 표상하는 상징이다.
그것이 어떻게 자아를 표상하는 상징이 될 수 있는가?
휴대폰 단말기로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한다는 의미다. 단말기를 구입할 때 통화 품질이나 기능보다는 브랜드의 명성, 디자인, 출시 시점을 더 먼저 고려한다. 휴대폰의 ‘기능’을 넘어 ‘상징’을 소비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행동이다.
상징 소비의 목적이 뭔가?
사회관계 유지다. 상징의 소비는 곧 사회 가치의 공유와 공감 행위다. 휴대폰 브랜드, 디자인, 케이스, UI는 개인의 취향을 드러낸다. 카톡과 SNS는 개인의 상황과 감정, 일상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취향과 일상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동시적 삶’을 사는 것이다.
무엇과 동시에 사는 것인가?
멀리 있는 타인과 삶을 공유하는 것이다. 두 곳에 살지만 하나의 리듬을 공유하는 새로운 사회관계 양식이다. ‘넓지만 얇은’ 관계다.
무엇이 넓지만 얇다는 것인가?
수시로, 그러나 짧게 관계를 유지하고 관리한다. 끈끈하고 깊고 두터운 관계가 아니다. 매일 서로의 SNS에 방문해 짧게 안부를 확인하지만 일 년에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사람의 수를 세어 보라. 이렇게 가늘게 연결된 관계는 언제라도 끊길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걱정하고 두려워하면서도 그 관계를 중단하지 못한다.
두려움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옆 사람을 두고도 휴대폰으로 다른 사람과 소통한다. 가족은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상대와 개별 미디어로 소통한다. 이제 친구의 집으로 전화를 걸지 않는다. 부모는 자녀의 친구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모바일 미디어는 한쪽의 관계를 얇게 확장하면서 다른 한쪽을 소외시킨다. 소외된 한쪽은 휴대폰으로 소통할 또 다른 대상을 찾아 나선다. 소통하면서 소외되는 것이다.
소통이 만드는 소외를 지양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관계의 질을 회복해야 한다. 모바일 사회에서 우리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돌아봐야 한다. 휴대폰이 깊숙이 침투한 우리의 일상에서 우리가 잃은 것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관계의 본질은 멀리 떨어진 것을 이어 주는 친밀성과 신뢰의 획득에 있기 때문이다.
이 책, ≪모바일 미디어와 일상≫은 무엇을 말하는가?
모바일 미디어가 변화시킨 우리의 일상을 관찰했다. 모바일 미디어가 발전하면서 나타난 새로운 소통 방식이 인간의 사회관계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다. 자기 존재의 안전과 자아 정체성을 왜 휴대폰에서 확인하는지를 타인과의 연결에 실패했을 때 고립감, 우울, 불안의 감정을 느끼는 인간의 속성에서 살핀다. 소통과 소외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원인을 분석하고 모바일 사회에서 일어나는 정보 격차, 프라이버시, 공적 공간에서 모바일 이용 문제를 논의한다. 일상의 면면을 관찰한 저자의 기록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사회관계의 본질을 찾는다.
당신은 누구인가?
송종현이다. 선문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