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피
2661호 | 2015년 7월 1일 발행
영화가 시작되는 곳
김은영이 쓴 <<영화 카피>>
영화는 어디서 시작되는가?
이름이다. 우리는 모르는 영화를 제목으로 판단한다.
내용을 해석하고 친구와 공유하고 기대하고 마침내 표를 산다.
그다음은?
관객의 운이다.
1990년대 이후 성공한 카피, 실패한 카피의 원인을 알아보자.
“한 단어로 영화를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을 능가할 카피는 없을 것이다. 수많은 프로듀서가 이 하나의 단어를 찾아내려 한다. 영화 제목으로 삼고자 하기 때문이다. 영화 제목은 제작자의 의도를 반영한 유혹의 언어이자,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한 표제어, 헤드라인 카피다.”
‘영화 제목과 광고 카피’, <<영화 카피>>, 2쪽.
영화 제목이 그렇게 중요한가?
영화의 이름은 영화를 ‘해석’하고 타인과 ‘공유’해 영화를 보고 싶게, 보러 오게 만든다. 잘 만든 영화 제목은 목표 관객의 주목을 끌어 그 자체로 강력한 헤드라인 카피가 된다.
어떤 영화가 그런 영화인가?
‘군사부일체’를 비튼 <두사부일체>다. 영화의 핵심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든다. 장르까지 알렸다. 속편 제목은 <투사부일체>, <상사부일체>로 이어져 일관성, 언어 리듬, 유머를 유지했다.
제목만으로 역부족일 때는?
태그라인을 붙일 수 있다. 제목을 보완한다. 모호한 제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영화의 매력을 강화해 설득 효과를 높인다.
어떤 태그라인이 그랬는가?
“한강, 가족 그리고…” <괴물>, “세 남자가 가고 싶었던 서로 다른” <신세계>다. <괴물> 태그라인의 리듬감은 공포의 감정으로 관객을 이끌었고, <신세계>는 세 남자가 꿈꾸는 세계를 쓸쓸하면서도 어둡게 암시했다.
제목과 태그라인의 다음 과정은?
헤드라인 카피를 찾아야 한다. 제목과 태그라인이 강력하면 헤드라인이 없어도 괜찮다. 무엇이든 영화의 인지도와 선호도를 높여 사람들을 영화관으로 유혹하는 ‘미끼’가 되면 된다.
미끼를 던져 낚는 것은 무엇인가?
영화 소비의 즐거움을 상상하게 만든다. 영화에 대한 기대를 부풀린다. 영화표를 사면 성공이다.
성공한 카피의 공통점은?
쉽고 짧고 명확하다. 언어의 리듬이 살아 있어 ‘입에 착 달라붙는’다. 이런 카피는 소비자의 심리를 건드리고 마음을 움직이면서 신뢰와 공감을 얻어 낸다.
어떤 카피가 그랬는가?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건축학개론> 카피다. 보편적이고 담담하지만 20~40대의 감성을 자극한다. 과하지 않은 주장으로 신뢰를 얻었다. 관객층이 좁아질 위험이 있는 영화였는데 이 카피가 위험을 잠재웠다.
이런 카피는 어떻게 쓸 수 있는가?
영화의 내재 자원과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확한 분석이 ‘첫사랑’ 향수와 추억을 되새기는 카피를 탄생시킨 동력이다. 카피라이터는 영화와 시장, 관객을 알고 키워드와 아이디어를 모아야 한다.
키워드와 아이디어 다음은?
언어를 고른다. 단어를 넣고 빼는 조합과 해체를 반복한다. 강하고 새로운 단어, 문구를 찾고 언어의 리듬과 비유, 수사를 고민한다.
언어의 위력은 어떤 카피에서 확인할 수 있는가?
<스캔들>의 카피는 “…통하였느냐?”다. 호기심과 에로틱한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양반의 말투로 품격을 살렸다. <친절한 금자씨>의 “받은 만큼 드릴게요”는 복수 계획을 교묘하게 은닉하면서 반어·은유로 기대감을 높였다. <결혼이야기>의 “잘까, 말까, 끌까…할까?”는 운을 맞춰 리듬감을 주었다.
이 책 <<영화 카피>>는 무엇을 말하는가?
어떤 카피가 영화 흥행에 기여하는지 설명한 책이다. 단 몇 마디로 영화를 보러 가게 만드는 카피의 역할과 쓰임을 설명하고, 카피 유형과 특징을 정리했다. 한국 영화 황금기인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다양한 영화 카피를 분석했다. 유머·관능·감성·시대정신을 담아 성공한 카피, 영화의 특징을 잡지 못해 실패한 카피를 통해 관객을 영화관으로 이끄는 카피라이팅 기술을 알려 준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은영이다. 추계예술대학교 문학영상대학 영상비즈니스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