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딘
물의 요정들의 왕: 이게 땅이다….
물의 요정: (옹딘의 손을 잡으면서)
땅을 떠나자, 옹딘. 빨리!
옹딘: 오, 그래! 땅을 떠나자…. 기다려! 이 침대 위에 있는 멋진 남자는 누구지…. 저 남자는 누구야?
물의 요정들의 왕: 그의 이름은 한스다.
옹딘: 정말 멋진 이름이네요! 그가 움직이지 않는데, 무슨 일인가요?
물의 요정들의 왕: 그는 죽었다….
또 다른 물의 요정: (갑자기 나타난다.)
떠날 시간이야…. 떠나자!
옹딘: 그가 얼마나 내 맘에 드는지 몰라요! 그에게 삶을 되돌려 줄 수 없나요?
물의 요정들의 왕: 불가능한 일이야!
옹딘: (끌려가면서)
정말 유감이군! 살아 있었더라면 그를 정말 사랑했을 텐데!
≪옹딘≫, 장 지로두 지음, 안보옥 옮김, 227쪽
한스는 누구인가?
물의 요정 옹딘의 남편이다.
옹딘이 남편을 알아보지 못한 것인가?
그렇다. 계약에 따라 한스는 죽었고, 옹딘은 한스와 함께했던 지상에서의 기억을 모두 잃었다.
어떤 계약인가?
한스가 자신을 배신한다면 그를 죽여도 좋다고 요정들의 왕과 약속했다.
왜 그런 계약을 맺었나?
인간인 한스와 결혼하기 위해서였다. 옹딘이 그와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 요정들은 그녀가 배신을 당할 것이라며 만류했다. 그녀는 그들의 염려를 불식할 만큼 자신들의 사랑이 확고하다고 믿었다.
한스는 믿음을 어떻게 저버리는가?
베르타와 사랑에 빠진다. 베르타는 결혼 전에 그가 사랑했던 약혼자였다. 옹딘은 갈 곳이 없는 그녀에게 한스의 성에서 같이 살자고 제안한다.
옹딘은 둘의 관계를 모르나?
안다. 하지만 서로 못 만나게 할수록 한스는 냉담해졌다. 둘의 만남을 허락하면 그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녀의 생각은 틀린 것 아닌가?
그것이 그녀가 사랑하는 방식이었다. 모두가 우려한 대로 그가 자신을 배신하자 그녀는 또 한 번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에 대한 사랑을 실천한다.
그에 대한 사랑을 어떻게 실천하나?
자신이 먼저 한스를 배신한 것처럼 꾸민 뒤 갑자기 사라진다. 한스가 배신한 사실이 알려지면 요정들의 왕이 그를 죽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사라진 뒤 한스는 사방으로 사냥꾼과 어부들을 보내 그녀를 찾는다.
두 사람은 언제 재회하나?
한스와 베르타의 결혼식 날 어부의 그물에 옹딘이 사로잡힌다. 그녀가 인간인지 물의 요정인지를 가리는 재판이 열린다. 한스가 증인이자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다. 그녀는 한사코 자신이 그를 배신했다고 주장하지만 그럴수록 그에 대한 깊은 사랑만 드러날 뿐이다. 그 역시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다.
재판 결과는?
물의 요정이라는 본성을 속이고 인간 세계에 숨어든 죄로 사형이 선고된다. 하지만 그녀가 인간 세계에 가져온 것은 선함과 사랑뿐이었다는 사실은 인정된다. 요정들의 왕이 계약을 이행한다. 한스는 숨을 거두고 옹딘은 기억을 잃는다. 요정들은 그녀를 구출해 다시 자신들의 세계로 데려간다.
안데르센의 <인어 공주>와 같은 모티프인가?
그렇다. 독일 낭만주의 작가 프리드리히 푸케가 물의 요정을 소재로 동화 소설 <운디네>를 썼고, 지로두가 거기에서 영감을 얻어 희곡을 집필했다. 안데르센도 푸케의 소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인어 공주>를 썼다.
지로두가 주목한 것은 무엇인가?
자연과 인간의 지속적인 갈등이다. 자연은 초자연적이고 투명하며 순수한 세계이고, 인간은 단조롭고 평범하며 거짓과 불신이 팽배한 세계다. 이를 통해 그는 타협적이고 불투명한 인간의 삶에서 어떻게 순수함과 충실함이라는 덕목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지를 묻는다.
현대 프랑스 연극에서 그의 위치는 어디인가?
프랑스 문학사가인 랑송은 그를 프랑스 연극을 근본적으로 개혁한 작가라고 평가한다. 연극에서 언어와 문체, 표현을 중시한 ‘문학 연극’을 추구하며 연극계의 시인과 같은 역할을 했고,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다양한 연극 기법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안보옥이다. 가톨릭대학교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다.
2770호 | 2015년 10워 15일 발행
불투명한 세상에서 순수하게 살기
안보옥이 옮긴 장 지로두(Jean Giraudoux)의 ≪옹딘(Ond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