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시민의 고귀한 삶
방앗간 여주인 마들렌 앞에 낯선 아이가 나타난다. 아빠가 누구인지 모른다. 자기가 몇 살인지도 모른다. 헐벗었는데 추위도 느끼지 못한다. 사람들이 자기를 ‘사생아 프랑수아’라고 부른다는 것만 안다. 하지만 남을 돕는 일에는 가장 먼저 나선다. 더없이 선한 아이의 모습에 마들렌은 양어머니가 된다. 주변인의 편견에 맞서 프랑수아에게 숭고한 사랑을 준다.
≪사생아 프랑수아≫, 조르주 상드 지음, 이재희 옮김
창남이는 반에서 제일 인기 좋은 쾌활한 소년이다. 날마다 옷가지가 한두 가지씩 없어져 웃음거리가 된다. 체조시간에는 샤쓰가 없는 맨몸, ‘만년샤쓰’로 체조를 한다. 왜일까? 집이 모두 불타 버린 가난한 이웃에게 옷과 양말을 벗어 주었다. 추위에 떠는 어머니에게 마지막 한 벌 남은 샤쓰까지 벗어 주었다. 가진 것을 하나씩 내주면서 창남이는 더욱 고결해진다.
≪방정환 동화선집≫, 방정환 지음, 장성유 엮음
맹인이 계산을 할 수 있을까? 바늘에 실을 꿸 수 있을까? 가능하다. 우리와 다른 방식을 취할 뿐이다. 눈으로 볼 수 없는 대신 다른 감각을 이용한다. 눈이 좋은 사람도 모르는 사물의 특징을 알아챈다. 디드로가 직접 맹인을 만나 지켜본 결과다. 많은 철학자가 맹인의 심리에 관심을 가졌지만 구체적으로 접근한 것은 그가 처음이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뒤집는다.
≪맹인에 관한 서한≫, 드니 디드로 지음, 이은주 옮김
헤르만은 건강하고 부지런한 젊은이다. 프랑스 적군을 피해 라인 강을 건너 쫓겨 온 피난민들에게 음식물과 옷을 가져다준다. 도로테아는 활동적이면서도 분별 있는 처녀다. 피난 중이지만 산고를 겪는 산모를 돕고 어린아이들을 돌본다. 그들은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사랑을 싹틔운다. 독일 시민들은 그들에게서 고귀한 세계로 끌어올려진 이상적 시민계급의 모습을 보았다.
≪헤르만과 도로테아≫,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이인웅 옮김
40년 동안 장사해서 돈을 모은 복점 할매. 구두쇠라는 말도 듣지만 전 재산을 장학금으로 내놓아 사랑 할머니로 대서특필된다. 시장 사람들은 떠들썩하게 그녀를 칭찬하지만 거지 아이들은 구석에 희미하게 찍힌 냉이 할매를 알아보고 기뻐한다. 냉이 할매는 누구인가? 봄나물 팔고 떡 파는 가난뱅이면서도 벌이를 못 하고 굶주린 아이들을 불쌍하게 여긴다. 참사랑을 일깨운다.
≪장문식 동화선집≫, 장문식 지음, 이훈 해설
2831호 | 2015년 12월 25일 발행
우리들, 시민의 고귀한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