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학과 개별화 천줄읽기
2401호 | 2015년 1월 14일 발행
이기흥이 요약한 빌헬름 딜타이의 해석학
이기흥이 옮긴 빌헬름 딜타이(Wilhelm Dilthey)의 ≪정신과학과 개별화(Geisteswissenschaften und Individuation) 천줄읽기≫
다른 인간을 정말 이해할 수 있을까?
딜타이는 가능했다.
정신세계의 동형성 때문이다.
타인을 공감할 수 있는가?
그러면 동질감을 느끼게 되고 느끼면 남을 나처럼 생각한다.
이해는 여기서 시작된다.
“정신과학에서는 자연과학에서 사용되는 연구 방법들 외에도 자신의 영역에서만 사용되는 특유의 연구 방법이 있는 셈이다. 사실 정신과학에서는 자신을 외부의 연구 대상에다 전위(轉位, Transformation)시켜 그 사태 관계에 맞게 변모시키는 이해 과정이 자연과학의 방법 외에 추가로 사용된다.”
≪정신과학과 개별화 천줄읽기≫, 빌헬름 딜타이 지음, 이기흥 옮김, 49∼50쪽
정신과학이 뭔가?
인간 삶, 사회와 역사에 내재한 정신세계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딜타이는 정신과학을 자연과학과 구분하며 철학적으로 정초하려 했다.
그는 두 과학을 어떻게 나누었나?
대상과 목적, 연구 방법의 차이를 제시했다. 자연과학에서는 감각을 통해 대상을 관찰하고 법칙에 따라 설명한다. 여기에는 객관적 대상만 있을 뿐 주체적 존재가 없다. 정신과학에서는 대상을 추체험하고 이해한다. 주체는 대상을 이해함으로써 삶을 바꿔 나간다.
추체험이 뭔가?
누군가 자신의 내적 체험을 밖으로 표출, 표현한 것을 다른 사람이 체험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추체험이 정말 가능한가?
가능하다. 정신세계에는 동형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우리는 타인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고 사회적 관계에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 공감과 동질감의 정도에 따라 타자의 내적 상태를 우리 자신의 것처럼 느끼게 된다. 여기서 이해가 생겨난다.
이것이 딜타이의 철학인가?
그렇다. 그가 추구한 ‘이해의 학’, 곧 해석학이다. 그는 인간을 삶의 주체로 설정하고, 인간 삶과 역사를 이해하는 데 철학의 목표를 두었다. 심리주의와 역사주의 시각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해석학을 전개했다.
심리주의 시각이란?
기술심리학의 시각을 말한다. 삶의 능동적이고 주관적인 체험에서 생겨난, 감정·정서·의지와 같은 심적 작용을 표현함으로써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내적 경험만으로는 이해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서 딜타이는 심리주의 시각으로부터 벗어난다.
벗어나 어디로 갔는가?
역사주의 세계관이다. 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내적 세계를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객관적 역사 배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의 한계는 뭔가?
상대주의의 위험성이 있었다. 각 상황의 절대 가치를 거부하고 상대 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딜타이의 해법은?
해석학적 순환론을 제시했다.
해석학적 순환론이 뭔가?
부분과 전체의 순환론이다. 한 작품을 이해한다고 생각해 보자. 특정 부분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체 맥락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부분들의 의미를 모르고는 전체 맥락을 알 수 없다. 따라서 옳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체에서 부분으로, 또 부분에서 전체로 인식의 순환이 필요하다. 한때 그는 이것을 체험·표현·이해의 삼각관계의 순환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정신과학과 개별화≫는 어떤 책인가?
정신과학과 개별화의 관계를 설명하는 책이다. 이론 차원에서 논의를 펼친 뒤 호메로스, 셰익스피어, 괴테, 실러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개별화가 뭔가?
유일성·고유성·개성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떤 것이 다른 것과 구분되어 자기만의 특성을 가진다는 뜻이다.
개별화는 정신과학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동형성과 함께 정신과학의 중요 특성이다. 인간이 자신의 고유한 내적 가치를 의식하는 것은 개별성과 관계된다. 개별성을 파악하면 삶이 충만해지고 정신과학은 이를 지속케 한다. 이러한 체험은 예술 작품으로 표현된다.
빌헬름 딜타이는 누구인가?
삶 철학의 대표자다. 1833년 독일 비스바덴에서 개신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슐라이어마허에 관한 논문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위스의 바젤, 독일의 킬, 브레슬라우, 베를린 등지 대학교에서 교수를 지냈다. 1906년 ≪체험과 문학≫을 내놓아 유명해졌고 1911년 전집이 나오면서 딜타이학파가 생겼다. 슈펭글러, 가다머, 아도르노, 카시러, 하이데거 등이 그의 영향을 받았다.
이 책은 무엇을 옮겼나?
딜타이 전집 제5권 ≪정신세계. 삶 철학 입문. 1부: 정신과학 정초를 위한 논고≫에 실린 논문이다.
어떤 논문인가?
1895년 발표한 <비교심리학에 대해>와 1896년 발표한 <개별성 연구에 부쳐>를 합친 것이다. 전체는 다섯 개 절로 이루어졌다. 전자는 제1절과 제2절의 전반부가, 후자는 제5절이 빠져 있다.
얼마나 뽑아 옮겼나?
두 논문의 공통부분인 제2절부터 4절까지를 완역했다. 번역한 내용에 맞춰 제목을 바꾸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기흥이다.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연구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