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앤드루스 / 섀멀라
영국 소설의 원점, <<조지프 앤드루스/섀멀라>> 출간
김성균이 옮긴 헨리 필딩(Henry Fielding)의 ≪조지프 앤드루스/섀멀라(Joseph Andrews/Shamela)≫
교리와 연민, 18세기 영국의 선택
멜로물처럼 보이지만 주제는 종교 신념이다. 교리에 밝지만 자비가 없는 자와 교리는 어둡지만 연민이 있는 자, 신은 누구를 기뻐하겠는가? 애덤스 목사는 인간을 택했다.
목사는 부모로부터 어떤 특별한 교육도 받지 않은 젊은이가 이와 같이 근면 성실한 것을 보고 놀라서, 정식 교양 교육을 받지 못한 것이 유감스럽지 않으냐, 재능을 살리고 학구열을 마음껏 충족시켜줄 수 있는 부모에게서 태어났더라면 좋지 않았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젊은이는, 자기는 불우하게 세상에 태어났다고 한탄하기보다는 책에서 더 좋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자기로서는 현재 하는 일에 완전히 만족하면서 타고난 재능을 발전시키도록 노력하는 것이 자기가 할 모든 것이기 때문에 운명을 탓하거나 자기보다 나은 사람들을 부러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지프 앤드루스/섀멀라≫, <조지프 앤드루스>, 헨리 필딩 지음, 김성균 옮김, 42~43쪽
이 젊은이가 누구인가?
주인공 조지프 앤드루스다. 토머스 부비 경의 하인이다. 부비 경의 시골 저택 교구 목사인 에이브러햄 애덤스는 그의 훌륭한 품성을 칭찬한다.
그러고 나서 조지프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부비 경의 부인이 그를 런던 저택으로 데려간다. 그는 성실하게 하인의 소임을 다한다. 부비 경이 죽자 부인은 이 잘생긴 젊은이를 유혹한다. 그는 받아들이지 않고 결국 런던 저택에서 쫓겨난다. 그는 시골 저택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곳에는 애인 패니 굿윌이 하녀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은 만나는가?
돌아가는 길에 애덤스 목사를 만나게 되고 다시 길을 가던 중 놀랍게도 패니와 해후한다. 목사의 도움으로 무사히 시골 저택에 도착해 패니와 결혼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는 한 행상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행상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가?
고아인 줄 알았던 패니의 어머니가 조지프의 어머니였다. 하지만 둘은 남매가 아니었다. 패니의 부모가 조지프를 길러 준 부모는 맞지만 그를 낳아 준 부모는 따로 있었다. 그가 시골 저택으로 가는 길에 만난 적이 있는 윌슨 부부였다.
어찌 된 일인가?
오래전에 집시 여자 둘이 점을 봐 주겠다며 조지프를 길러 준 어머니의 집에 들어와서는 어린 딸을 훔쳐 가고 그 대신 다 죽어 가는 사내애를 두고 갔다. 어린 딸이 패니이고 사내애는 조지프였던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되는가?
애덤스 목사와 양가의 축복 속에서 패니와 결혼해 행복하게 산다.
이 작품이 하려는 얘기가 뭔가?
조지프 앤드루스와 애덤스 목사의 여정이다. 두 사람은 함께 다니며 주로 사회의 하층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일을 체험한다. 우스꽝스러운 사건이나 묘사 등은 두 사람이 겪는 많은 체험을 재미있게 엮기 위한 수단이다.
둘의 여정에서 작가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뜻밖에도 조지프 앤드루스가 아니라 애덤스 목사가 보여 주는 남다른 미덕이다.
목사의 미덕은 어떤 것인가?
자기희생을 전제로 한 이웃 사랑, 즉 애타의 정신이다. 그는 조지프에게 조건 없는 사랑이 무엇인지 보여 준다. 헨리 필딩은 기독교 교리에만 형식적으로 충실하고 자비심이 없는 자보다는 교리에 충실하지 못하더라도 고통을 받는 이웃에게 인간적 연민을 느끼고 그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이 더 낫다고 주장한다.
필딩이 ≪조지프 앤드루스/섀멀라≫를 쓴 계기는 무엇인가?
그는 당시 영국과 유럽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소설, 새뮤얼 리처드슨의 ≪패멀라≫의 주인공을 위선자라고 보았다. 필딩은 이들을 응징하면서 보다 색다르고 더 나은 자기 나름의 작품을 쓰겠다고 생각했다.
≪패멀라≫는 어떤 작품인가?
1740년 발표 즉시 큰 인기를 얻는 작품으로, 영국 소설의 효시로 평가된다. 시골 부잣집의 하녀로 일하는 패멀라는 주인집 아들 미스터 B의 갖은 유혹과 협박, 괴롭힘에도 죽음을 무릅쓰고 순결을 지킨다. 결국 그녀에게 감동한 미스터 B가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고 미스터 B의 진심을 안 패멀라는 그와 결혼한다.
≪섀멀라≫와 ≪패멀라≫는 어떤 관계인가?
패러디다. 목숨을 걸고 정절을 지키는 여주인공은 사실 주인 귀족 남자의 재산을 노린 위선자이며 실제 이름은 패멀라가 아니라 섀멀라라는 것이다. 섐(sham)은 “속임수”, “사취(詐取)하다”의 뜻이다.
≪섀멀라≫와 비교해 ≪조지프 앤드루스≫는 어떤 작품인가?
≪섀멀라≫는 잘된 다른 작품을 흉하게 일그러뜨리는 작가의 재주가 감탄스러울 정도로 훌륭한 작품이지만 전혀 높이 평가되지 않는다. 반면에 ≪조지프 앤드루스≫는 표면적으로는 ≪패멀라≫를 패러디해 주제는 본질적으로 같지만 구성과 문체가 ≪패멀라≫와 전혀 다르다. ≪패멀라≫와 쌍벽을 이루는, 18세기 영국 소설 발생기의 작품으로, 매우 높이 평가받는다.
새뮤얼 리처드슨은 ≪섀멀라≫와 ≪조지프 앤드루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나?
오늘날 일부 비평가는 필딩이 리처드슨을 조롱한 것이 아니라 ≪패멀라≫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의 위선을 비판한 것이라고 해석하지만, 당시 리처드슨은 필딩의 두 작품을 자신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욕으로 느꼈다.
≪조지프 앤드루스/섀멀라≫로 작품 순서를 정한 이유는 뭔가?
≪섀멀라≫가 ≪조지프 앤드루스≫보다 먼저 출판되었지만 작품의 무게로 보면 ≪섀멀라≫는 ≪조지프 앤드루스≫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요즘 주요 판본에서 ≪섀멀라≫는 ≪조지프 앤드루스≫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부록 정도로 싣는 실정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성균이다. 연세대 명예교수다. 새뮤얼 리처드슨의 ≪클러리사 할로≫ 전 8권을 번역해 지만지에서 출간했다. 이 작품으로 제7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