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론 천줄읽기
2408호 | 2015년 1월 19일 발행
류정아가 발췌한 모스의 증여론
류정아가 뽑아 옮긴 마르셀 모스(Marcel Mauss)의 ≪증여론(Essai sur le don) 천줄읽기≫
사회의 기원
주고 받고 인사한다.
스스로 한다.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답례가 없으면 전쟁이 시작된다.
인간은 창을 내려놓고 나서야 비로소 이익을 만들고 지킬 수 있었다.
“폴리네시아에서는 완전한 형태의 포틀래치 제도가 발견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포틀래치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들은 존재한다. 모든 경우에 교환-증여의 규칙이 적용된다. 그러나 이 규칙이라는 주제를 마오리족이나 또는 더 엄밀하게 폴리네시아인에게서만 발견된다고 말한다면, 이것은 단순히 현학적인 것 이상이 되지 못할 것이다. 주제를 바꿔 보기로 하자. 답례의 의무가 더욱 넓은 범위에 퍼져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 보기로 하자.”
≪증여론 천줄읽기≫, 마르셀 모스 지음, 류정아 옮김, 42~43쪽
포틀래치가 무엇인가?
‘식사를 제공하다’ 또는 ‘소비하다’라는 뜻을 가진 치누크어다. 여기서는 자발적이며 의무적으로 이루어지는 증여와 교환의 대표 형태를 말한다.
언제, 어떻게 나타나는가?
출생, 혼인 같은 대표적 통과의례를 행할 때, 명예를 되찾고자 할 때, 위계 서열을 재확립하고자 할 때 성대한 연회를 개최하고 많은 예물을 나누어 주는 일종의 축제다.
영향권은 어디까지인가?
멜라네시아, 폴리네시아, 북아메리카의 원시사회에서도, 로마인, 힌두인, 게르만인의 법에서도 볼 수 있다. 그중 멜라네시아 트로브리안드 제도의 ‘쿨라’는 대표적이면서도 거대한 포틀래치다.
쿨라는 무엇인가?
원(圓)을 의미하는 말로 추정한다. 파트너에게 실질적 교환물과 함께 의례적 의미를 가진 목걸이와 팔찌를 선물한다. 쿨라에 참여하는 모두는 하나의 원을 이루면서 그 주변을 따라 규칙적으로 시공간 운동을 한다.
어떤 규칙인가?
‘바이구아’라는 화폐가 주요 매개다. 그중 하나인 ‘음왈리’라는 팔찌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다른 하나인 ‘술라바’라는 목걸이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전해진다. 받은 물건은 다음 쿨라까지 보관해야 한다. 이 순환은 지속적이면서도 정확하게 이뤄진다.
보상 없는 절대 증여인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준다는 것은 자신의 우월성을 표현하는 행위다. 그것을 받는 것은 주는 사람의 위상을 인정하는 행위다.
무엇을 증여하는가?
재화와 부, 동산과 부동산처럼 경제적으로 유용한 것뿐만 아니라 예의, 향연, 의식(儀式), 군사, 여자, 어린이, 춤, 축제, 장터까지도 가능하다.
받은 사람은 어떻게 하는가?
반드시 답례를 해야 한다. 보통은 자신이 받은 것보다 더 많이 베푼다.
증여에 답례가 필요한 이유가 뭔가?
증여하는 물건에는 주는 사람의 영혼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선물을 받을 때는 그의 정신도 받는다.
안 받으면 어떻게 되나?
받는 것도 의무다. 받지 않는 것은 답례를 걱정하는 행위다. 답례하지 않으면 명예와 권위를 상실한다.
애초에 주지 않으면?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주는 것도 의무다. 주지 않는 것은 관계와 교제를 거부하는 것이다. 전쟁을 선언하는 것과 같다.
주고 받고 답례하는 것이 모두 의무인가?
그렇다. 이런 교환은 자발적으로 행해지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싸움을 감수해야 할 정도로 실제로는 엄격한 의무다. 이것을 모스는 ‘전체적인 급부 체계’라고 불렀다. 그 세 의무가 사회를 유지하고 결속하는 중요한 힘이라고 주장했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이렇게 만들어진 것인가?
그렇다. 사회는 그 자체, 하위 집단, 그리고 구성원이 주고 받고 답례하면서 관계를 안정시키는 법을 알고나서야 비로소 발전할 수 있었다. 인간은 창을 내려놓은 뒤에야 이익을 창출하고 지킬 수 있었다.
현대의 증여는 어떤 모습인가?
우리의 도덕과 생활도 증여 상황 속에 있다. 선물을 받고 답례하지 않으면 그 선물을 받은 사람의 인격이나 지위가 떨어진다. 사회생활에서는 받은 것보다 더 많이 답례하고 ‘대접’해야 한다. 사회보장제도가 그 사례다.
사회보장제도도 증여인가?
노동자는 한편으로는 집단에, 다른 한편으로는 고용주에게 생명과 노고를 바친다. 그의 노동으로 이익을 본 자들은 단순히 임금을 지불하는 것만으로는 빚을 갚을 수 없다. 따라서 공동체를 대표하는 국가는 고용주와 함께 그에게 실업, 질병, 노령화, 사망에 대비한 생활 보장을 해 주어야 한다.
당신은 이 책을 어떻게 발췌했는가?
중요한 문장들로 원전의 30%를 발췌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류정아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