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하는 연극
철학하는 연극
죽음을 앞둔 고릴라가 몽테뉴를 인용하고 개 세 마리가 칸트를 토론한다. 갈라파고스의 거북이는 역사 교수에게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들려주기도 한다. 가면을 벗기고 삶과 세상을 돌아보게 하는 데는 동물의 웅변이 더 효과적인 것일까. 무대 위에서 철학을 연출하는 스페인 극작가 마요르가의 희곡들이다.
스탈린에게 보내는 연애편지 소련의 작가 불가코프는 소련 내에서 작품을 공연, 출판할 수 없게 되자 스탈린에게 편지를 쓴다. 이민을 허락해 달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어떤 회신도 받지 못한다. 그는 스탈린을 설득하기 위해 이제 대중이 아닌 스탈린 단 한 사람을 위한 글을 쓴다. 과연 진정한 작가는 누구를 위한 글을 써야 하는가? 후안 마요르가 지음, 김재선 옮김 |
비평가/눈송이의 유언 <비평가>는 극작가와 비평가의 격렬한 토론 이야기다. 작가, 비평가, 연극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인간의 연약함과 인생의 신비로움을 엿볼 수 있다. <눈송이의 유언>은 하얀 고릴라 ‘눈송이’의 죽음을 다룬 우화극이다. 그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연기했다고 유언한다. ‘어떻게 죽느냐’에서 ‘어떻게 사느냐’까지 생각해 보게 한다. 후안 마요르가 지음, 김재선 옮김 |
맨 끝줄 소년 문학 교사 헤르만은 작문 과제를 채점하다 맨 끝줄에 앉은 클라우디오의 글에 흥미를 느낀다. 헤르만은 그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개인 교수를 해 주고 심지어 범죄까지 저지른다. 프랑수아 오종의 영화 <인 더 하우스>의 원작이다. 다른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는 즐거움, 실제 삶과 상상 속 삶을 혼동하는 위험, 상상하는 행위 그 자체를 그려 냈다. 후안 마요르가 지음, 김재선 옮김 |
천국으로 가는 길 ‘천국으로 가는 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들이 수용소에서 가스실로 이동한 길을 말한다. 약 600만 명의 유대인들이 그 길을 걸을 때 왜 우리는 외면했을까? 마요르가는 한없이 나약하면서도 잔인한 인간의 부조리한 면을 들춘다. 그리고 묻는다. 무관심과 비겁함으로 끔찍한 현실에 가면을 씌우는 일에 동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후안 마요르가 지음, 김재선 옮김 |
하멜린 ‘피리 부는 사나이’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 자선을 가장해 욕망을 채워 온 부자, 자식을 방치한 부모, 직업적으로만 아이를 대하는 심리상담사, 자극적 기사만 쏟는 언론은 이 시대 어른들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무관심과 무책임으로 일관하던 어른들은 결국 소중한 아이들을 잃는 비극으로 치닫는다. 후안 마요르가 지음, 김재선 옮김 |
다윈의 거북이 거북이 해리엇은 갈라파고스섬을 나와 문명 세계에 감탄한다. 그러나 전쟁과 같은 굵직한 현대사를 겪고 그 경외감은 경계심과 두려움으로 바뀐다. 해리엇은 역사 교수를 찾아가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들려주며 귀향을 도와 달라고 한다. 과연 해리엇은 인간의 야망과 이기주의, 탐욕 속에서 무사히 섬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후안 마요르가 지음, 김재선 옮김 |
영원한 평화 테러 용의자가 눈앞에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를 공격해 테러를 사전에 방지하면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그가 무고한 사람이라면 당신은 불법을 저지르는 셈이다. 폭력에 대항하는 또 다른 폭력을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을까? 후안 마요르가가 독자에게 던지는 필요악에 대한 질문이다. 후안 마요르가 지음, 김재선 옮김 |
2980호 | 2018년 10월 23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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