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과 미디어 생활 4. 가요
2641호 | 2015년 6월 18일 발행
한국전쟁과 미디어 생활 4/10 가요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유행가는 일상을 담는다.
만남을 담고 이별을 담는다. 웃음을 담고 울음을 담는다.
아무리 담아도 담을 수 없는 것도 있다.
말로는 할 수 없는 슬픔이다. 그래서 불러보고 또 불러본다.
유행가는 그렇게 널리 퍼지고 그래서 오래간다.
대중가요는 시대의 바로미터다. 1950년대 중후반에 발표된 <단장의 미아리 고개>는 전쟁이 끝난 후 여전히 혼란스러운 현실, 가족의 생사가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당시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랫말로 구성되어 있다.‘미아리 고개’는 한국전쟁 당시 서울 북쪽의 유일한 외곽도로로, 전쟁 초기 인민군과 국군 사이의 교전이 벌어진 곳이다. 인민군이 후퇴할 때 피랍된 사람들도 이곳에서 가족을 마지막으로 배웅해야 했다. |
<단장의 미아리 고개> 1절 가사는 다음과 같다. “미아리 눈물 고개 님이 넘던 이별 고개 / 화약 연기 앞을 가려 눈 못 뜨고 헤매일 때 / 당신은 철사줄로 두 손 꼭꼭 묶인 채로 /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맨발로 절며 절며 / 끌려가신 이 고개여 한 많은 미아리 고개”
여기서 미아리 고개는 ‘눈물 고개’이자 ‘이별 고개’다.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고’라는 가사는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사람의 심정을 드러낸다.‘철사줄에 손이 묶여 끌려가는’, ‘눈앞을 가리는 화약 연기’와 같은 묘사는 전쟁의 잔혹함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한편, 그 당시 사람들이 느꼈을 이별의 슬픔과 혼란스러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제목의 첫 단어, 곧 ‘단장(斷腸)’이 이를 한 단어로 정의해 주고 있다.
김태희, 국민대학교대학원 실용음악과 교수, <<김태희의 전략적 가사 쓰기>> 지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