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학의 탄생 천줄읽기
2547호 | 2015년 4월 20일 발행
손승남이 안내하는 해석학의 탄생사
손승남이 뽑아 옮긴 빌헬름 딜타이(Wilhelm Dilthey)의 ≪해석학의 탄생(Die Entstehung der Hermeneutik) 천줄읽기≫
해석학이란 무엇인가?
문서로 기록된 유품에 대한 해석의 기술이다.
어떻게 해석하는가?
저자의 심리 상태를 파악한다.
전체 저술을 통해 특정 작품을 통찰한다.
이렇게 하면 저자도 모르는 사실을
해석자는 알게 된다.
“영향력 있는 해석학은 오직 문헌학적 해석의 탁월함을 참된 철학적 능력과 결합했던 두뇌에서만 가능했으니, 그가 바로 슐라이어마허였다.”
≪해석학의 탄생 천줄읽기≫, 빌헬름 딜타이 지음, 손승남 옮김, 57쪽
슐라이어마허가 누구인가?
‘보편적 해석학’을 정립한 프로테스탄트 신학자다. 딜타이는 그를 고전어의 대가, 위대한 철학자라고 평가하면서 존경과 흠모를 아끼지 않았다.
무엇이 위대하다는 것인가?
보편의 지반에서 해석과 이해의 문제를 다루었기 때문이다. 특수 해석학의 좁은 시야, 곧 문헌학적 해석학이나 신학적 해석학의 시각에 갇히지 않았다.
특수 해석학의 한계는?
그는 특히 성서 해석학의 비유적 해석 방식에 회의를 품었다. 필로부터 오리게네스, 아우구스티누스, 루터에 이르기까지 여러 철학자와 신학자들은 성서의 언어를 비유와 상징으로 여겼다. 성서의 본래 의미뿐만 아니라 비본래의 의미를 받아들였다. 이것이 그들의 한계였다.
슐라이어마허는 어떻게 한계를 넘었나?
이전의 해석학적 전통을 비판하고 낭만주의자 아스트와 슐레겔 등과 활발히 교류하면서 해석학의 새로운 체계를 세웠다. 문법적이고 심리적인 해석을 주장했다.
문법적 해석이란?
저자의 언어 영역권 안에서 텍스트를 이해하고 전체 문맥에서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다. 해석의 기초다.
심리적 해석은 뭔가?
저자의 생각과 의도를 통해 텍스트를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해석자는 저자가 이해한 것보다 작품을 더 잘 이해해야 한다”는 공식을 세웠다.
어떻게 해석자가 저자보다 작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가?
해석자는 저자로부터 자아·품위·자율·자유·자발성과 같은 심리적 근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예감을 토대로 저자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고, 저자의 전체 저술을 바탕으로 특정 작품을 통찰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작품을 저자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해석학의 탄생 천줄읽기≫는 무엇을 이야기하는 책인가?
1부 ‘해석학의 탄생’에서는 해석학을 “문서로 기록된 유품에 대한 해석의 기술”이라고 정의하고 해석학이 독립된 학문으로 탄생하기까지 지나온 흔적을 추적한다. 2부 ‘해석학 탄생 이후의 슐라이어마허의 해석학’에서는 피히테의 관념론, 슐레겔의 낭만주의와 슐라이어마허 해석학이 맺는 관계를 밝힌다. 3부 ‘이전 해석학 체계와의 관련 속에서 슐라이어마허 해석학의 비교 서술’에서는 보편적 해석학의 정립 과정을 다양한 관점에서 전개한다.
해석학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고대 그리스인은 여러 시인을 해석하고 비판하는 정신적 놀이를 즐겼다. 이러한 해석에 수사학을 결합하면서 좀 더 굳건한 해석의 기초를 세운다. 해석의 기술은 알렉산드리아 문헌학을 통해 중요한 도약을 한다.
알렉산드리아 문헌학은 무엇을 했나?
도서관에 그리스의 문학 유산을 모았다. 엄밀한 언어 이해를 바탕으로 서평, 고도의 비판, 해석, 가치 규정의 기술로 정립된 문헌학이 생겨났다. 문헌학자들은 유추의 원리에 따라 시의 언어 사용, 사고의 범위, 내적 통일성, 예술적 가치에 대한 규칙을 확립했다. 이후 성서의 비유적 해석을 강조한 알렉산드리아 신학파와 문법적·역사적 해석을 강조한 안티오크 신학파의 대립으로 해석학은 더욱 발전한다.
대립 이후 해석학의 행로는?
르네상스와 계몽주의 시기에 해석에 규칙을 부여하려는 움직임이 등장한다. 학자들은 고전 작품과 성서 관련 문헌을 연구해 책으로 펴냈다. 점차 보편타당한 해석에 도달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졌고 가능성을 입증하려 했다. 이후 슐라이어마허는 기존의 해석학적 이론을 종합해 학문적 해석학을 정립한다.
이 책은 무엇을 어떻게 뽑아 옮겼나?
딜타이 전집에서 해석학의 탄생과 관련된 부분을 뽑아 옮겼다. 5권 ≪삶의 철학 입문≫의 <해석학의 탄생>(1900)을 모두 옮겼고, 14권 ≪슐라이어마허의 삶≫의 <일반 해석학> 가운데 해석학 관련 부분을 발췌했다. 독자를 위해 차례를 재구성하고 원전의 내용에 따라 소제목을 붙였다.
해석학의 역사만 뽑아 소개한 까닭은?
2000년대 들어 인문 사회 현상에 대한 연구 방법으로 해석학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실용주의의 관점에서 해석학의 방법적 활용과 실제적 적용은 다양한 학문과 연구 영역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해석학의 본질이 무엇이고, 그것이 어떤 맥락에서 탄생했는지는 알지 못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이 책은 근대 이후 학문적 해석학 탄생의 역사와 체계를 소상히 보여 준다.
당신은 누구인가?
손승남이다. 순천대학교 교직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