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 여름내 피울음을 쏟아 낼 하얀 모시 적삼 같은 매미 껍질 하나, 늙은 대추나무 밑둥에 매달려 하늘거린다. 기어이 허물을 벗었구나! 실바람만 불어와도 훅 날아가 버릴 것 같은 흔적의 가벼움, 저것이 내가 벗어야 할 허물을 들추는구나! 그렇다면, 파란 가을 하늘에 하늘하늘 떠다니는 투명한 고추잠자리 겹눈들은 그 겹눈으로 무얼 보기는 보는 걸까? …
없는 손가락 두 개 초록빛 무성하게 출렁이는 유월이 오면 당숙은/ 지금은 없는,/ 없는 손가락 두 개가 자꾸 어른거린다고.// 징집 명령을 받고/ 점점 가까이 울려오는 따발총 소리 들으며/ 당신 손으로/ 시퍼런 작두날에 싹뚝 자르던,/ 뒷뜰 장독대 옆을/ 눈물 핏물로 흥건히 적시며/ 겅중겅중 살아서 뛰던/ 검지와 장지,/ 없는 손가락 두 개가 자꾸 …
지식을만드는지식 1000종 출간 기념 지식여행 Ⅳ : 육필시집 육필시집, 참 아뜩한 환희 육필시집은 한 시인에 대한 철저한 기념물이다. 하기야 그 무엇치고 기념물 아닌 것이 있으랴만, 이건 참 아뜩한 환희요, 행운을 넘어선 그 무엇이다. – 나태주 시인의 육필시집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에서 육필시집은 시인이 손으로 직접 써서 만든 시집입니다. 시인이 자신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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