十一月의 노래 십일월달이면 세종로는 안개에 잠긴다. 해가 진 뒤 빌딩들이 등불을 켤 때면 광화문 네거리는 꽃밭이 된다. 지나가는 자동차들은 경적을 울리고 실루엣이 되어 안개 속에 사라져 가는 靑年들 겨울을 기다리는 가로수 사이로 안개는 물소리를 내며 흘러간다 지난 밤비에 떨어진 노−란 은행잎을 밟으며 나는 雨傘을 쓰고 안개 속을 걸어간다. 아−이렇게 아름다운 …
木蓮나무 옆에서 四月이 돌아와 다사로운 봄볕에 木蓮이 꽃망울 지기 시작하면 내 슬픔은 비롯하나 보다. 경운동 집 앞마당에 목련이 가지마다 꽃등을 달면 병석의 어머님은 방문을 열고 사월 팔일이 온 것 같다고 웃고 계셨다. 옛날을 꽃피우던 늙은 나무는 죽은 지 오래이고 남은 가지가 자라난 지 스물두 해 오늘은 아침부터 바람이 불고 연약한 …
아직도 분단 한국의 대표들은 연락마저 끊긴 채 온갖 고생을 겪었고 무사히 돌아온 걸 다행으로 여겨야 했다. 즐거워야 할 순간이 전쟁과도 같이 변한 순간 분단의 현실이 아직도 있음을 느낀다. 스포츠에도, 문학에도. 정전 검열 기억 분단으로 인한 냉전 이데올로기는 남과 북의 시 문학사에 서로 다른 정전을 확립하게 만들었다. 이 책에서는 남북한의 …
조선 천재의 조선학 1890년, 천재가 태어났다. 6세에 국문을, 7세에 한문을, 13세에 일문을 읽었다. 자라서는 시를 쓰고 번역하고 잡지를 만들었다. 그때마다 계몽을 외쳤다. 조선의 땅과 하늘이 온통 캄캄하던 시절, “나라는 보존하지 못할지라도 문화는 밝혀야겠다는 생각”으로 조선학을 세웠다. 그의 이름 최남선이다. ≪최남선 평론선집≫, 최남선 지음, 문흥술 엮음, 김학중 해설 김억의 …
초판본 한국시문학선집 출간 특집4. 세계를 여는 사물의 힘 장현숙이 엮은 ≪초판본 이상화·이장희 시선≫ 하늘에서 어머니를 보다 다섯 살에 어머니를 잃은 소년, 풍성한 구름은 어머니의 젖무덤이다. 주린 식욕이 젖을 꿈꾸지만 찬비만 세상을 적신다. 사물에서 세계를 여는 갈망, 즉물의 길을 연다. 청천의 유방이란 무엇인가? 하늘에 달린 어머니의 가슴, 곧 모성이다. 모성은 어떤 …
초판본 한국시문학선집 출간 특집1. 한국 초유의 시인 총서 등장 그가 썼던 그대로의 시 백 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우리 말, 글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한국 현대시의 불길을 당긴 시어들은 현대 젊은이들과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다. 왜 그런가? 편하게만 살려 했던 우리가 시인이 썼던 그대로의 시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초판본 한국시문학선집이란 무엇인가? 우리 근현대 시문학의 …
송영호가 안내하는 ≪초판본 장만영 시선≫, 유년의 모더니즘 장만영은 1930년대 우리 시단의 거의 모든 얼굴을 담고 있다. 현대의 언어로 전통의 기억을 불러낼 수밖에 없었던 이 시인을 세상은 전원적 모더니즘이라고 부른다. 지금도 아니고 과거도 아니라면 그곳에 미래는 없다. 生家 누륵이 뜨는 내음새 술지김이 내음새가 훅훅 품기든 집 방마다 광마다 그뜩 들어차 있는 …
지만지 한국 근현대시문학선집 신간, ≪초판본 박남수 시선≫ 내 속에 새 있다 박남수는 새의 시인이다. 세상의 운명인 중력을 거부하는 존재, 새는 순수하다. 포수가 그를 겨냥한다. 방아쇠를 당기면 중력이 작동하고 새는 지상으로 추락한다. 시인은 어디 있었을까? 그는 대답한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실재의 새가 기왓골을 쫑쫑쫑 옮아 다닌다. 아침 이미지 壹 어둠은 새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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