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초역, 무라사키시키부 일기 1008년 7월 19일, 쓰치미카도 저택의 가을. 어느덧 완연한 가을빛. 연못가 나무, 도랑가 풀잎 모두 곱게 물들다. 하늘 또한 부드럽고 그윽하기 그지없다. 나지막한 스님의 독경. 어느때보다 청아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정순분이 ≪무라사키시키부 일기(紫式部日記)≫를 국내 처음으로 완역해 냈다. 무라사키시키부는 ≪겐지 이야기≫의 작가이므로 이 책은 창작 노트, 또는 작가 …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안녕하세요. 북레터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책에서 삽화는 빠른 이해를 돕지만 독자의 상상력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좋은 삽화는 작가의 의도를 새롭게 해석하여 제안하거나, 독자의 한계를 너머 보고 느낄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어 줘요. 특히 고전 문학만큼 삽화가 제 기능을 하는 장르도 없을 거예요. 당대의 생활과 사회상을 보여줘, 그야말로 구름 위를 …
어려워서 바빠서 읽지 못했던 고전 고전, 읽고는 싶은데 어려워서, 바빠서 읽지 못하셨다고요? 이제 그런 고전을 쉽고 실속 있게 읽을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원서 가운데 5% 남짓한 핵심 대목만을 뽑아 번역한 뒤, 해설과 함께 제공합니다. 지만지 원서발췌 총서입니다. 축약이 아니라 발췌입니다. 이제 누구나 고전의 진수를 맛볼 수 …
일본인의 사랑과 성 우리에게 일본인의 사랑법과 성 문화는 유별나 보인다. 낭만보다는 엽기에 가깝다. 그 원조가 일본 문학의 대표적인 호색남 히카루겐지와 요노스케다. 그들의 쾌락을 마음에 품고 일본인은 힘겹고 덧없는 세월을 건너왔다. 그토록 화려했던 벚꽃이 속절없이 떨어질 때 사랑과 욕정, 낭만과 엽기의 구분은 부질없다. 호색일대남 주인공 요노스케는 7세에 이성에 눈을 떠 …
봄은 동틀 무렵. 산 능선이 점점 하얗게 변하면서 조금씩 밝아지고, 그 위로 보랏빛 구름이 가늘게 떠 있는 풍경이 멋있다. 여름은 밤. 달이 뜨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도 반딧불이가 반짝반짝 여기저기에서 날아다니는 광경이 근사하다. 반딧불이가 한 마리나 두 마리 희미하게 빛을 내며 지나가는 것도 운치 있다. 비 오는 …
노선숙이 옮기고 해설한 ≪이즈미시키부 일기(和泉式部日記)≫ 천 년을 견딘 사랑 마음을 나눈지 사 년 만에 남자는 죽는다. 남은 여자는 소리 높여 운다. 소리는 노래가 되고 노래는 시가 된다. 천 년이 지나고 우리 앞에 있다, 이렇게. 밤이 깊도록 잠 못 이루지마는 그대 생각나 달도 보지 못하네 그대 너무 그리워 ふけぬらむと 思ふものから 寝られねど …
정순분이 옮긴 ≪사누키노스케 일기(讃岐典侍日記)≫ 호리카와 천황이 죽음을 만났을 때 법화경을 읽었다. 희귀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다. 다정하고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마지막 순간에도 정신을 놓지 않았다. 염불 소리가 점점 잦아들더니 끝내 멈추고 말았다. 승정을 부르고 수도승 12명을 불러 가지기도를 올리게 하자 그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이도노 삼위가 손에 물을 …
일본 고대, 일기, 회고록, 일본 문학 신간 ≪사라시나 일기(更級日記)≫ 다 잊고 지냈다 11세기 일본에 한 여자가 있었다. 인기 소설 ≪겐지모노가타리≫에 탐닉해 현실을 잊고 작품 주인공의 세계에서 헤매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 이렇게 생각한다. ‘도대체 그동안 나는 무슨 생각으로 살아온 것일까? 어쩌면 그렇게도 세상을 모르고 허상만 좇고 살았단 말인가?’ 열 …
지식을만드는지식 1000종 출간 기념 지식여행 Ⅲ : 국내 유일본 지만지에만 있다 줄리어스 니에레레는 적도의 태양이 작열하는 탄자니아의 정치인입니다. 욘 포세는 오로라와 백야의 나라 노르웨이의 극작가입니다. 한 명은 자기 나라의 초대 대통령을 지냈고, 또 한 명은 21세기의 사무엘 베케트로 불리지만 국내 독자에겐 이름조차 생소한 작가들입니다. 이렇듯 오늘 현재 한국어로는 지식을만드는지식에서만 만날 …
지식을만드는지식 1000종 출간 기념 지식여행 Ⅱ : 천줄읽기 ≪죄와 벌≫을 읽어 보셨나요? 아직 못 읽었다고 주눅 들 필요 없습니다. 러시아 문학 석ㆍ박사 중에도 도스토옙스키의 장편을 다 읽은 사람이 드물다고 합니다. 누구나 읽어야 하지만 쉽게 다가설 수 없는, 그래서 결국 아무도 읽지 않는 고전. 발췌본 고전 시리즈 <천줄읽기>는 그 같은 역설을 …
모노노아와레를 알다 物のあはれを知る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를 눈으로 보는 것, 귀로 듣는 것, 몸으로 닿는 것. 그리고 그것을 마음으로 느끼고 본질을 이해하는 것, 이것이 일(事)의 마음을 아는 것이고, 물건(物)의 마음을 아는 것이고 곧 모노노아와레를 아는 것이다. 이 책의 원제는 ≪시분요료(紫文要領)≫다. 무라사키시키부(紫式部)의 글을 읽는 요령이란 뜻이다. 무라사키시키부는 ≪겐지 이야기≫의 작가다. 겐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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