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半 가을 半 낮에는 쨍쨍한 불볕을 살에 받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찬바람도 더러 느끼는 이 여름 半 가을 半 그러나 그것이 다시 가을 날씨 하나로 기울어져 시세가 나다가 가을 半 겨울 半을 겪다가… 하늘의 이 그윽한 움직임에는 사람은 지치는 일 없건만 한 목숨씩 따로따로 열매처럼 거두어들이느니, 혼령은 놔두고 살만 거두어들이느니, 하늘의 …
매미 울음 끝에 막바지 뙤약볕 속 한창 매미 울음은 한여름 무더위를 그 절정까지 올려놓고는 이렇게 다시 조용할 수 있는가, 지금은 아무 기척도 없이 정적의 소리인 듯 쟁쟁쟁 天地가 하는 별의별 희한한 그늘의 소리에 멍청히 빨려들게 하구나. 사랑도 어쩌면 그와 같은 것인가, 소나기처럼 숨이 차게 정수리부터 목물로 들이붓더니 얼마 후에는 그것이 …
한국 현대 시문학 선집 신간 <<초판본 박재삼 시선>> 평범하고 진부한 그래서 독자 자신의 이야기인 박재삼의 후기 시는 ‘슬픈 것은 아름다운 것이고, 아름다움과 슬픔을 모두 담은 것은 노래이며, 시는 곧 노래’라는 그의 주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삶과 세계는 바라볼수록 서럽기만 했고 인생은 그럭저럭 저물어 간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
초판본 한국시문학선집 출간 특집1. 한국 초유의 시인 총서 등장 그가 썼던 그대로의 시 백 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우리 말, 글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한국 현대시의 불길을 당긴 시어들은 현대 젊은이들과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다. 왜 그런가? 편하게만 살려 했던 우리가 시인이 썼던 그대로의 시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초판본 한국시문학선집이란 무엇인가? 우리 근현대 시문학의 …
허혜정이 묶은 ≪초판본 서정주 시선≫ 미당, 너는 누구냐? 가난과 상실 그 너머의 세계, 한국 근대기의 시련과 번민, 팔 할이 바람이었다는 유랑벽, 현실 저쪽을 향하는 정신의 시선, 저주받은 길의 선택, 그에 따르는 자기 징벌과 자학, 오직 시의 이슬을 마시려는 결연한 탐미 의식이 아닌가? 冬天 내 마음속 우리 님의 고은 눈섭을 즈문 …
한국 시 신간, ≪초판본 천상병 시선≫ 다소 행복한 아침 밤이 길거나 너무 짧았다면, 그래서 아침이 낯설거나 무섭다면 오늘은 아무렇게나 생긴 쉽고 간단한 시인을 만나 보자. 그에게 밤은 언제나 충분했고 아침은 제때에 찾아왔으며 하루는 길지도 짧지도 않았다. 하릴없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세상을 걷다 보면 차거나 덥지 않은 저녁을 만나게 마련이었고 그 시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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