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제인 베넷의 ‘생기적 유물론’은 물질이 지닌 행위성을 올곧게 파악하려 하는 철학적 · 정치적 기획입니다. 생기적 유물론에 따르면 물질은 고유하게 생동합니다.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 내고, 방향성을 바꾸거나 교란하며, 원인이자 동시에 결과가 되면서 예기치 못한 효과를 냅니다. 물질의 이 가려진 진면목을 우리는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요? 여기 베넷이 …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이시논시(以詩論詩), 곧 ‘시로써 시를 논하다’입니다. 오래된 문학 전통입니다. 중국에서는 당나라 때 시로써 서로 칭찬하는 기풍이 성행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비평에까지 영향을 미쳐 증답(贈答) 곧 주고받기의 방식으로 상대방을 칭송하는 시가 출현했습니다. 여기에 시에 대한 품평을 곁들인 ‘표방 비평(標榜批評)’도 등장합니다. 시로 쓴 시에 대한 성찰과 비평을 살펴봅니다. 시로써 …
기술은 차가운 것인가 식상한 주제다. 기술 발달에 따른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 논쟁도 의미야 있겠지만 한가하다. 기술과 우리 삶은 현실이다. 컴퓨팅 디자인, 미디어 애널리틱스, 디지털 프라이버시, 더욱 인간다운 삶을 위해 당장 풀어야 할 숙제들이다. 긍정컴퓨팅: 웰빙과 잠재력 개발을 위한 기술 긍정컴퓨팅은 긍정심리학에서 말하는 긍정 감정, 공감, 내적 경험에 대한 자각과 마음챙김, …
눈부신 세상 눈부신 세상 멀리서 보면 때로 세상은/ 조그맣고 사랑스럽다/ 따뜻하기까지 하다/ 나는 손을 들어/ 세상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자다가 깨어난 아이처럼/ 세상은 배시시 눈을 뜨고/ 나를 향해 웃음 지어 보인다// 세상도 눈이 부신가 보다 – ≪나태주 육필시집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중에서 새해 조금 더 나를, 이웃을, 세상을 사랑할 …
한여름 밤의 문학 연일 열대야다. 불면의 밤, 숲속 요정과 어울려 사랑 소동을 벌이거나 허클베리와 함께 뗏목으로 미시시피강을 표류해 보는 건 어떨까? 뜨거운 여름을 배경으로 한 이열치열 문학 여행으로 삼복 무더위를 넘어간다. 한여름 밤의 꿈 천줄읽기 한 여인이 한 청년을 사랑한다. 그러나 아버지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치고, 둘은 아테네로부터 멀리 도망치기로 …
음악처럼 기본 재료 자체가 신적인 정신으로 가득 차 있는 예술은 없다. 소리를 내는 그 재료는 풍부한 화음으로 잘 정리되어 창조하는 손과 일치를 이루고, 우리가 쉽고 단순하게 그 화음을 건드리기만 하면 아름다운 느낌들을 표현해 낸다. 그래서 여러 음악 작품과 그 소리들은 작곡가들에 의해 마치 계산하는 숫자나 모자이크 그림을 그리는 연필처럼 단지 …
2561호 | 2015년 4월 28일 발행 최복현이 옮긴 알프레드 드 비니(Alfred de Vigny)의 ≪운명(Les Destinées)≫ 침묵의 이유 인간이 불행에 빠졌을 때, 자연은 언제나 무정하고 신은 나타나지 않는다. 신음하고 울고 기도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운명은 자비가 없다. 무한히 크고 무거울 뿐이다. 침묵 외에 인간의 선택은 없다. 이 땅 위에 존재하는 것, 남아 …
2530호 | 2015년 4월 8일 발행 미국 현대 문학이 시작된 곳 김봉은이 뽑아 옮긴 마크 트웨인(Mark Twain)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Adventures of Huckleberry Finn)≫ 문학에서 링컨 그는 흑인과 친했다. 애정이 두터웠다. 그러나 엄숙주의와 감상주의를 멀리했다. 가벼운 마음과 맑은 마음이 아니고서는 인간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현대 문학의 강은 이렇게 흐르기 …
2445호 | 2015년 2월 11일 발행 플로베르가 예술의 절정을 예언했던 ≪부바르와 페퀴셰≫ 김계선이 뽑아 옮긴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의 ≪부바르와 페퀴셰(Bouvard et Pécuchet) 천줄읽기≫ 플로베르 예술의 절정 그는 이 작품을 완성하지 못했다. 전혀 새로운 방식의 소설이었다. 사라진 이야기의 자리에 책이 등장한다. 당대의 사상과 학문이 그 자리를 채운다. 너무나 고통스러운 글쓰기를 끝내지 …
2411호 | 2015년 1월 21일 발행 지구촌 방송 권력의 이동 현황 윤홍근이 쓴 <<세계 방송사>> 글로컬 텔레비전의 시대 남미에서는 텔레수르, 유럽에서는 유로뉴스, 아시아에서는 채널뉴스아시아 그리고 중동에서는 알자지라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비비시와 시엔엔의 태양이 저물고 있다. “중남미의 알자지라 ‘텔레수르(Telesur)’는 미국 중심의 관점을 거부하고 남미 시각을 전 세계에 전파하겠다는 목표로 출범했다. ‘남쪽의 텔레비전’이라는 …
한국 언론의 문창극 보도 리뷰 4. 박근혜 정부가 이렇게 무기력한 이유 신호창·이두원·조성은이 쓴 <<정책 PR>> 이번에도 늦으셨네 깜짝 인사는 신선하다. 리스크도 크다. 누군지 모르기 때문이다. 국민이 원하는 바로 그때, 원하는 말이 나와야 한다. 실컷 두드려 맞고 뒷북을 쳐봐야 여론은 물 건너간 뒤다. 진영과 승패를 떠나 국력의 낭비다. 정책 구상 단계에서 …
4월의 새 책 6. 한 단어로 성공하는 프레젠테이션 정상수가 쓴 <<한 단어 프레젠테이션>> 정말 한 단어로 되는 거야? 잔뜩 이야기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한 단어뿐이다. 궁금해서 질문한다. 정말 그걸로 되는 건가? 그것 말고 뭐가 있는지 반문한다. 청중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래 그것밖에 없지. 설득은 성공한다. 알아듣지 못할까 봐 걱정할 필요 없다. 이해하지 …
지만지한국희곡선집출간특집 7. 불시착에서 시작하는 삶 김명화가 해설한 윤영선 작 ≪여행≫ 죽음은 얼마나 심각한가? 누구도 웃지 않는다. 잡스런 생각도 스스로 거두고 숨소리도 조심한다. 얼마나 흘렀을까? 죽음은 산 사람의 것이 된다. 미소가 피어나기 시작하면 죽음은 산 사람 속에서 다시 시작한다. 누이: (태우에게) 그러고 보니 오빠 얼굴 참 많이 상했소. 옛날에 얼마나 예뻤는데. …
정진배가 옮긴 <<주역 계사전(周易 繫辭傳)>> 하늘과 땅과 인간의 길 하늘의 길을 어둠과 밝음, 땅의 길을 굳셈과 무름, 사람의 길을 어짊과 바름이라 하지만 사람은 위로 하늘, 아래로 땅과 함께 하므로 하늘과 땅과 인간의 길은 하나다. 역은 천지의 원리와 부합하여 능히 하늘과 땅의 도를 모두 포괄할 수 있다. 우러러서는 하늘의 무늬를 관찰하고 …
최영재가 짓고 황혜순이 해설한 ≪최영재 동화선집≫ 자수해 흉악범 또는 간첩에게나 권하는 이 단어가 동화에 등장하긴 쉽지 않다. 놀란 상대에게 작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자수해, 자, 악수하자고.” 웃고 말 이야기라고? 웃기가 쉬운가? “5백 년이었어요.” “과학이 무척 발달하여 살기가 편하였지?” “아니어요.” 달구의 대답에 팽 박사는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그럼, 원시시대가 살기에 더 재미있더냐?” “그것도 …
제이 데이비드 볼터(Jay David Bolter)와 리처드 그루신(Richard Grusin)이 쓰고 이재현이 옮긴 <<재매개: 뉴미디어의 계보학(Remediation: Understanding New Media>> 미디어의 생식이론 사람처럼 그들에게도 유전자가 있다. 진화하고 먹고 먹히면서 종족을 확대한다. 삼 세대면 사라지는 인간과 달리 그들은 몇백 세대를 공존한다. 여기 미디어의 계보학이 있다.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는 비매개와 하이퍼매개 사이를, 즉 투명성과 불투명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