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여성은 세상에서 이름을 잃은 채 존재하거나 반대로 집요하고 따가운 조명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문단에서 성별에 따른 평판을 걱정하던 여성 작가들은 남성의 이름으로 남성의 어투로 말했습니다. 반면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가면을 벗어 던지고 세상에 이렇게 외친 이들도 있습니다. “나는 미치리라. 아니, 더 수준 높게 미치리라.” 파격적인 여성성《엉겅퀴에 열린 무화과》2023년 …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제인 베넷의 ‘생기적 유물론’은 물질이 지닌 행위성을 올곧게 파악하려 하는 철학적 · 정치적 기획입니다. 생기적 유물론에 따르면 물질은 고유하게 생동합니다.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 내고, 방향성을 바꾸거나 교란하며, 원인이자 동시에 결과가 되면서 예기치 못한 효과를 냅니다. 물질의 이 가려진 진면목을 우리는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요? 여기 베넷이 …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안녕하세요. 북레터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압축된 언어라 그런지 시를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쉽게 가슴을 치는 인생 구절을 만날 수 있는 장르가 시죠. 잠시 시간을 내어 내 인생에 북극성이 되어 줄 시 한 구절을 찾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생전에 7편, 사후 1775편 디킨슨(사진)은 ‘은둔여왕’이었습니다. 36세였던 1866년 이후 완전한 칩거에 …
안녕하세요.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초콜릿처럼 달콤하고 씁쓸한 작품들을 몇 개 골라 보았습니다. ‘사랑’은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는 주제이기도 하죠. 내 심장을 가져갔던 그/그녀를 떠올리며,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는 이야기의 샘터에 방문해보시길 바랍니다. 정말 내 취향이 아닌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주인공 스완은 그렇게도 싫어하는 스타일의 여성, 오데트를 어느 순간 사랑하게 …
찬란한 핏빛 자유 인디언들의 땅에 꽂은 자유라는 깃발, 자유의 나라가 세워지기까지 그리고 민주주의가, 시가 꽃피기까지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미친 사랑과 전쟁 속에서 조이 하조는 네이티브 아메리칸 르네상스 작가로, 현대 작가이지만 새로 만들어 가는 인디언 고전 작가다. 또 페미니스트 작가이기도 하며, 아메리칸북어워드를 수상했다. 2019년에는 미국 계관 시인으로 선정되었다. 그녀의 …
시로 떠나자 오랫동안 고대하던 그 순간, 꿈결 같은 그 여유. 산으로, 바다로, 바다 건너로, 그리고 책으로. 번잡함을 덜어내는 새 희망을 채우는 아름다운 세상을 노래하는 시의 세계로. 안토니오 마차도 시선 “스페인 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안토니오 마차도를 만나게 된다”는 말이 있다. 단 세 권의 시집만으로 그토록 유명해진 시인도 드물 것이며, …
미완성 고전들 미완성 고전들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은 2악장까지만 완성되었다. 그럼에도 ‘미완성교향곡’이라는 별명과 함께 지금까지 사랑받는 불후의 명작으로 남았다. 다른 작품에 밀려,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몰라, 계속 고치고 다듬다가 생명이 다했기에 미완성으로 남겨진 고전들이 있다. 카프카와 미롱처럼 작품을 미완성 상태로 완성한 경우도 있다. 미완성이라고 너무 아쉬워 말자. 남겨진 그것만으로도 소중하다. …
낭만, 아슬아슬한 욕망의 시간 호프만의 이야기는 기이하다. 환상과 몽상, 꽉 짜인 구성, 그리고 환상과 초자연이 한 작품에 공존한다. 그의 소설은 당혹스럽고 괴기스러우면서도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그것이 바로 우리 자신의 내면이기 때문이다. 낭만과 욕망은 인간의 안과 밖을 들락거린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모래 사나이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에른스트 호프만의 …
나는 세상을 사랑하지 않았네 113 나는 세상을 사랑하지 않았네, 세상 또한 나를 사랑하지 않았네. 그 역겨운 입김 아래서 나는 아부하지 않았고, 그 우상에게 참을성 있는 나의 무릎을 꿇지도 않았네− 마음에 없는 웃음을 뺨에 지어 보지도 않았고−허황된 메아리를 숭배하며 큰 소리로 외쳐 보지도 않았네. 내가 속된 무리들 속에 있어도 그들은 나를 …
2482호 | 2015년 3월 9일 발행 토머스 하디의 시, 사라진 것들의 귀환 윤명옥이 옮긴 토머스 하디(Thomas Hardy)의 ≪하디 시선(Selected Poems of Thomas Hardy)≫ 사라진 것들의 귀환 유한의 존재는 죽음으로 사라지고 남은 존재는 망각을 얻는다. 흔적, 조상, 유전, 기념비 같은 것들. 죽은 자들은 갇혀 있지 않다. 추억과 회상은 그들을 귀환시킨다. 그는 …
2378호 | 2014년 12월 27일 발행 황량한 밤을 가진 12월에 황량한 밤을 가진 12월에, 너무나 행복하고, 행복한 나무여, 그대의 가지들은 그 푸르렀던 행복을 결코 기억하지 못하는구나, 북풍은 진눈깨비 휘파람으로 그들을 망쳐 놓을 수 없고, 얼었다 녹는 물이 황금기의 꽃봉오리를 다시 붙이는 일도 없구나. 황량한 밤을 가진 12월에, 너무나 행복하고, 행복한 …
2349호 | 2014년 12월 9일 발행 지금보다 더 나은 것 세계 인권의 날 특집 2. 윤명옥이 옮긴 월트 휘트먼(Walt Whitman)의 ≪나 자신의 노래(Song of Myself)≫ 풀잎부터 미국까지 풀과 나무와 벌레 그리고 짐승을 인간, 그리고 우주와 비교할 수 있을까? 미국의 힘과 꿈을 노래한 휘트먼에게 이들은 다르지 않았다. 모두가 하나고 하나가 모두였다. …
슬픔처럼 살며시 여름이 사라졌네 슬픔처럼 살며시 여름이 사라졌네− 너무나 살며시 사라져 배신 같지도 않았네− 고요가 증류되어 떨어졌네. 오래전에 시작된 석양처럼, 아니면, 늦은 오후를 홀로 보내는 자연처럼− 땅거미가 조금 더 일찍 내렸고− 낯선 아침은 떠나야 하는 손님처럼 정중하지만, 애타는 마음으로 햇살을 내밀었네− 그리하여, 새처럼, 혹은 배처럼, 우리의 여름은 그녀의 빛을 미의 …
청년 고전 특선 2. 꿰뚫어 보는 사람 윤명옥이 옮긴 ≪휘트먼 시선(Selected Poems of Walt Whitman)≫ 오 캡틴, 마이 캡틴 미국인 휘트먼에게 시는 인간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고 듣고 느끼고 말하고 노래하고 춤추는 삶이었다. 초월하는 인지력, 사소한 것에서 세계 전체를 보는 존재 그 자체였다. 오, 함장이여! 나의 함장이여! 오, 함장이여! …
윤명옥이 옮긴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사랑시(Love Sonnets of Elizabeth Barrett Browning)≫ 진정한 사랑을 생각함 아름답기 때문에 사랑한 것인가? 사랑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인가? 돈, 지위, 명예, 건강, 학벌, 나이 또는 열정이나 욕망 그것도 아니라면 약속? 무엇 때문에 사랑하는 것인가? 그대가 나를 사랑한다면, 다른 아무것도 아닌, 오직 사랑 그 자체만을 위해 사랑해 주세요. …
윤명옥이 골라 옮긴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포 시선(Selected Poems of Edgar Allan Poe)≫ 레노어, 네버모어 그리고 나싱 모어 사망한 연인의 이름,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사람, 더 이상 아무것도 없는 현실은 같은 대상의 다른 이름이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두 개의 단어는 마음의 수면 위에 동심원을 그린다. 세계는 출렁인다. 갈까마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