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별 낙엽 하나 떨어지는/ 순간/ 가을 햇살은 바로 그 위에서 빛난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산까치 한 마리 날아오르면/ 출렁,/ 소나무도 푸른 날개를 펴지만/ 굳이 함께 날아오르지 않는다// 바람 불면 공중 헤엄치며/ 온몸으로 울지만/ 미련이란 그런 것이다/ 처마 끝의 풍경// 소리만 딸려 보낸 뒤/ 묵묵부답이다// 그 푸르던 잎새들/ 무서리 찬 바람에 …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조선의 뿌리는 성리학입니다. ‘성(性)’이 곧 ‘이(理)’라는 뜻에서 ‘성리학’이라고 하기도 하고, 주희가 집대성한 이론이라고 하여 ‘주자학(朱子學)’이라고도 하며, 정이(程頤)와 주희의 학문이라 하여 ‘정주학’이라고도 하고 송나라와 명나라 때 발전했기에 ‘송명학(宋明學)’ 또는 ‘송학’이라고도 합니다. 공자의 정신을 주희가 정리하고, 이를 퇴계 이황이 발전시켜 조선의 근본이념으로 확립했습니다. 조선의 정신이 된 성리학 도서를 …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우리는 독자를 따라가지 않는다, 새로운 세계로 이끈다.” -토마스 슈파(주어캄프 출판사 대표) 페터 주어캄프는 나치 집권기 독일에서 헤세의 ≪유리알 유희≫를 출간해 옥고를 치릅니다. 그가 출판사를 차릴 때 많은 작가가 그를 따랐습니다. 이후 주어캄프는 독자의 취향을 좇는 대신 새로운 세계를 제시하는 출판으로 ‘주어캄프 문화’를 형성합니다. 그로부터 베냐민, 아도르노, …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안녕하세요. 북레터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오스트리아–중국에는 현대어로 번역되지 않은 고전문헌, 심지어 원문이 망실되어 여기저기 흩어진 채 남아 있는 책들이 있습니다. 중국 문헌이지만 정작 중국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지요. 10년 넘게 묵묵히 그런 책을 찾아 번역하고 소개하는 이가 있습니다. 연세대 중어중문학과의 김장환 교수입니다. 지식을만드는지식에서 출간한 7종의 세계 초역 고전을 소개합니다. …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 이 말이 들린다면 가을이 왔다는 신호. 이제는 너무나 진부해져 오히려 찾아보기 어려워진 문구를 다시 쓰는 이유는 그럼에도 계절은 영원히 순환하고 가을은 다시 돌아오고 새로운 고전도 우리 곁을 찾아오기 때문에. 미친 숲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 붕괴 직후 루마니아 공산정권을 무너뜨린 12월 시민혁명을 다룬 작품이다. 노동 계층 …
어려워서 바빠서 읽지 못했던 고전 고전, 읽고는 싶은데 어려워서, 바빠서 읽지 못하셨다고요? 이제 그런 고전을 쉽고 실속 있게 읽을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원서 가운데 5% 남짓한 핵심 대목만을 뽑아 번역한 뒤, 해설과 함께 제공합니다. 지만지 원서발췌 총서입니다. 축약이 아니라 발췌입니다. 이제 누구나 고전의 진수를 맛볼 수 …
성난 파도가 빈약한 영혼을 덮다 18세기 끝 무렵, 과도한 계몽주의로 유럽의 영혼은 빈약해진다. 특히 독일의 청년들은 자신의 영혼이 시대와 불화한다고 느꼈다. 괴테, 실러, 렌츠. 젊은 베르테르는 끝내 자살했지만 자연과 인간과 사랑을 격정적으로 노래한 그들의 질풍노도로 독일 문학은 비로소 세계 문학이 되었다 독일 낭만주의 이념 18~19세기 독일을 휩쓴 낭만주의를 가장 …
치마끈을 푼 조선 “순매의 치마끈을 풀어 젖히고 손으로 더듬으면서 온갖 희락을 찾는데, 매끄러운 우윳빛 가슴은 출렁임이 멈추지 않고….” 유부녀와 유부남이 서로를 그리워하다가 만났다. 조선 후기 애정소설 ≪절화기담≫의 한 대목이다. 성리학의 나라 조선도 인간의 발가벗은 욕정을 끝내 어찌하지 못했다. 절화기담 1792년부터 1794년까지 한양 모동을 배경으로 한 한문 소설이다. 기혼 남녀 …
가을을 맞는 방법 이제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 가을이 문턱에 다다랐다는 얘기다. 독서의 계절이 코앞이라는 얘기다. 미리 가을에 읽을 만한 책 한 권 챙겨두는 건 어떨까. 지만지가 펴낸 최신간 7권을 소개한다. 양생훈 천줄읽기 일본 에도 시대 유학자 가이바라 에키켄의 양생 비법이다. 음식, 수면, 호흡, 심상 등에서 무엇을 어떻게 조심해야 …
유럽의 이류 19세기 중반 독일은 유럽의 이류였다. 남부 한 피혁 가공업자의 아들은 제조업 중심의 민족경제를 주창했고, 슐레지엔 지방의 길쌈쟁이들은 ‘피의 정의’를 외치며 그 제조업자들에게 무력 항거했으며, 바로 그해 작센의 작은 마을 뢰켄에선 망치로 철학을 하며 기존의 모든 가치를 전복하려던 철학자가 태어났다. 이류 독일을 오늘날 유럽의 맹주로 만든 바탕은 그중 무엇이었을까. …
영화와 연극의 거짓말 영화에 실재는 없다. 우리가 울고 웃는 이유는 미장센 때문이다. 잡동사니와 풍경의 이미지와 이야기는 눈, 또는 뇌를 속인다. 1973년 초연된 연극 에서 청년은 마구간에 들어가 말들의 눈을 흉기로 찌른다. 이것은 실제 사건이었고 지방 관리와 판사는 충격에 휩싸인다. 말들은 무엇을 본 것일까? 우리는 무엇을 보는 것일까? 미장센 영화를 …
인간 실존의 두 언어, 물질과 환영 인간은 물질과 정신이다. 세포 운동의 동적 균형을 영혼과 감성, 곧 인격이 운영한다. 자신을 인식하는 유일한 생물체, 반성하는 동물은 스스로를 모사한다. 연극은 몸으로, 영화는 기억으로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무엇인가? 연극과 영화는 물질과 환영으로 인간의 대답을 전한다. 초록 앵무새/아나톨의 망상 세기말적 분위기와 인간 심리를 …
만일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부관 시절 툴롱 전투에서 사망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그 답을 알고 있었다. “또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메웠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그가 필요해지는 순간 항상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를 위해 필요하고 무슨 목적으로 필요한가? 그것은 명백히 훗날 사회주의를 야기할 물질적 생산력을 위해서다. ≪과학이론과 역사학≫, 루트비히 …
“‘마이스터’는 독일 정신을 상징하는 또 다른 단어다. 마이스터를 비롯한 독일 기술자들이 일하는 광경을 보면 ‘독일 병정’이란 말의 의미를 실감할 수 있다. 근무시간을 칼같이 지키고 누가 감시하지 않더라도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마이스터의 자기 기술에 대한 애정과 집착은 놀라울 정도다. 말없이 맡은 바 임무를 다하지만 토론이 필요할 때는 몇 시간 동안이나 격론을 …
2682호 | 2015년 7월 14일 발행 청년 헤겔의 자화상 조홍길이 옮긴 게오르크 헤겔(Georg W. F. Hegel)의 ≪기독교의 정신과 그 운명(Der Geist des Christentums und sein Schicksal)≫ 청년 헤겔의 자화상 성서를 통한 신성 해석의 명료함, 그리고 사랑에 의한 운명의 화해와 유한과 무한의 분리와 합일. 비로소 드러나는 변증법의 운동 본성. 청년 헤겔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