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晩秋) 가을이 깊어갑니다. 이대로 떠나보내실 건가요? 별빛 받으며 발자취 소리 죽이고 조심스리 쓸어 논 맑은 뜰에 소리 없이 떨어지는 은행잎 하나 조지훈 시선 | 조지훈 주여, 들판이 추워지고 폐허의 촌락에 긴 저녁 종소리 잦아들 때… 꽃이 진 자연 위로 광활한 하늘에서 달려들게 하소서, 다정하고 즐거운 까마귀들이. 랭보 시선 | 아르튀르 …
나는 세상을 사랑하지 않았네 113 나는 세상을 사랑하지 않았네, 세상 또한 나를 사랑하지 않았네. 그 역겨운 입김 아래서 나는 아부하지 않았고, 그 우상에게 참을성 있는 나의 무릎을 꿇지도 않았네− 마음에 없는 웃음을 뺨에 지어 보지도 않았고−허황된 메아리를 숭배하며 큰 소리로 외쳐 보지도 않았네. 내가 속된 무리들 속에 있어도 그들은 나를 …
미완성 고전들 미완성 고전들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은 2악장까지만 완성되었다. 그럼에도 ‘미완성교향곡’이라는 별명과 함께 지금까지 사랑받는 불후의 명작으로 남았다. 다른 작품에 밀려,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몰라, 계속 고치고 다듬다가 생명이 다했기에 미완성으로 남겨진 고전들이 있다. 카프카와 미롱처럼 작품을 미완성 상태로 완성한 경우도 있다. 미완성이라고 너무 아쉬워 말자. 남겨진 그것만으로도 소중하다. …
낭만, 아슬아슬한 욕망의 시간 호프만의 이야기는 기이하다. 환상과 몽상, 꽉 짜인 구성, 그리고 환상과 초자연이 한 작품에 공존한다. 그의 소설은 당혹스럽고 괴기스러우면서도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그것이 바로 우리 자신의 내면이기 때문이다. 낭만과 욕망은 인간의 안과 밖을 들락거린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모래 사나이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에른스트 호프만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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