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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43022981

하느님의 자녀 / 가려 계신 하느님

지은이 니콜라우스 쿠자누스
옮긴이 조규홍
책소개

중세의 황혼과 근대의 새벽을 잇는 거대한 지성
15세기 독일의 철학자이자 신학자, 법학자였던 니콜라우스 쿠자누스는 서구 지성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이다. 그는 신 중심의 중세적 세계관이 저물고 인간 중심의 근대적 사유가 태동하던 격동의 시기에 두 시대를 잇는 거대한 가교 역할을 수행했다. 이번 책 《하느님의 자녀 / 가려 계신 하느님》은 쿠자누스 사상의 핵심인 ‘인간의 격상’과 ‘신의 신비’라는 두 줄기를 집약한 선집이다. 이 책은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어떻게 무한한 절대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지성과 무지가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를 정교하게 파헤친다.

지성의 빛으로 도달하는 신과의 일치, 〈하느님의 자녀〉
첫 번째 저작인 〈하느님의 자녀〉에서 쿠자누스는 유한한 인간이 어떻게 무한한 신성(神性)에 참여하여 ‘하느님의 자녀’로 격상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그는 인간의 지성을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도구가 아니라, 신의 모상으로서 신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역동적인 빛’으로 정의한다. 인간이 감각과 상상력을 넘어 순수한 지성의 단계로 고양될 때, 비로소 자기 자신을 초월하여 신과 일치하는 ‘테오시스(theosis)’의 단계에 이른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논지다.
여기서 쿠자누스는 인간의 주체성을 강조한다. 신은 모든 것의 근원이지만, 인간은 자유의지와 사랑, 그리고 지성적 노력을 통해 신을 ‘닮음’으로써 하느님의 자녀라는 신분을 능동적으로 획득한다. 이는 중세의 신비주의 전통과 근대의 주체적 사유가 만나는 지점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인간 존재의 궁극적인 목적이 신과의 합일에 있음을 천명하는 이 텍스트는 현대 독자들에게도 깊은 존재론적 통찰을 제공한다.

언어의 끝에서 마주하는 침묵의 절대자, 〈가려 계신 하느님〉
이어지는 〈가려 계신 하느님〉은 쿠자누스의 대표적인 대화편 중 하나로, 그리스도인과 이교도 사이의 문답을 통해 ‘부정신학(Apophatic Theology)’의 진수를 보여 준다. 제목이 암시하듯, 하느님은 인간의 언어나 개념으로 규정될 수 없는 ‘숨어 계신 분’이다. 쿠자누스는 신에 대해 무언가를 긍정하는 것보다 신이 무엇이 아닌지를 고백하는 ‘박학한 무지(docta ignorantia)’가 신성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길임을 역설한다.
책 속 그리스도인은 신을 완전히 안다고 자부하는 이교도에게 일침을 가한다. 우리가 신을 안다고 확신하는 순간 신은 우리로부터 멀어지며, 우리의 관념 속에 갇힌 우상이 되어 버린다는 사실이다. 신은 모든 존재의 근거이지만 그 어떤 존재와도 같지 않으며, 오직 ‘이름 붙일 수 없는 분’으로만 존재한다. 절대자에 대한 언어적 정의가 불가능함을 깨닫는 순간 진정한 신앙의 경외감이 시작된다는 쿠자누스의 가르침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철학적 울림을 준다.


 
200자평

독일의 철학자이자 신학자, 법학자였던 니콜라우스 쿠자누스의 저작 두 편이다. 〈하느님의 자녀〉는 지성을 통해 신성에 참여하는 ‘테오시스’의 여정을, 〈가려 계신 하느님〉은 언어를 넘어선 신의 신비를 통찰한다. 유한한 인간이 무한한 절대자에게 다가가는 역동적 과정을 담은 이 책은, 지성의 한계를 겸허히 인정하며 진정한 신앙의 경외와 형이상학적 지혜로 우리를 안내하는 이정표다. 한글 번역문과 라틴어 원문을 함께 실었으며 〈하느님의 자녀〉에는 옮긴이가 “이리저리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 운의(運意)와 “즐겁게 생각할 거리” 흔회(欣懷)의 도움말을 달아 충실히 구성했다.


 
지은이

니콜라우스 쿠자누스
니콜라우스 쿠자누스는 1401년 독일 모젤 강 유역의 쿠에스(Kues)에서 태어났다.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당시 교양 과정인 자유 학예(artes liberales: 문법·수사학·논리학·대수학·기하학·음학·천문학)를 이수하고, 파도바에서 교회법 박사 학위(Doctor decretorum)를 받았으며, 쾰른 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했다.
1431년에 개회한 바젤 공의회의 신앙위원회 위원으로 발탁되어 다양한 종교 및 종파의 신앙고백 형식의 일치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그에 따라 《공동체의 친밀성(De usu communionis)》, 《교회의 일치(De concordantia catholica)》, 《박학한 무지(De docta ignorantia)》, 《가늠에 관하여(De conecturis)》, 《가려 계신 하느님(De Deo abscondito)》, 《하느님을 찾아서(De quaerendo Deum)》, 《하느님의 자녀-됨(De filiatione Dei)》, 《성부께서 비추신 빛(De dato patris luminum)》 등을 집필했다.
1450∼1455년에는 교황 사절(Delegatus apostolicus) 직분을 겸하면서 독일과 보헤미아,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지역 분쟁을 해결하는 데 공헌했다. 1464년 8월 11일 교황 비오 2세의 명에 따라 튀르키예 십자군 원정을 준비하고자 베네치아로 가던 중 산악 도시 토디에서 갑자기 숨을 거두었다. 그의 시신은 그가 첫 본당을 맡았던 빈콜리의 성 베드로 쇠사슬 성당에 안치되었고, 뒤에 그의 심장은 그가 생전(1458년)에 고향 쿠에스에 봉헌했던 성 니콜라우스 병원의 부속 소성당으로 이전되었다.


 
옮긴이

조규홍
조규홍은 독일 밤베르크에 있는 오토ᐨ프리드리히 대학교에서 〈영원의 모상으로서 시간(Zeit als Abbild der Ewigkeit): 플로티노스의 “영원과 시간에 관하여(《엔네아데스》 III 7)” 해제 및 번역〉(Peter Lang, 1999)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은퇴하여 농사와 번역에 힘쓰고 있다. 2025년 한국가톨릭학술상 번역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플로티노스》(살림, 2006), 《플로티노스의 지혜》(누멘, 2009), 《행복을 위한 마음공부》(누멘, 2018)가 있고, 번역서로는 《플로티노스의 철학》(누멘, 2008), 《다른 것이 아닌 것》(나남, 2006), 《영혼ᐨ정신ᐨ하나: 플로티노스의 중심개념》(나남, 2008), 《원서발췌 엔네아데스》(지식을만드는지식, 2009), 《플라톤주의와 독일관념론》(누멘, 2010), 《(플로티노스의) 하나와 행복》(누멘, 2010), 《(피치노의) 사랑에 관하여: 플라톤의 《향연》 주해》(나남, 2011), 《플로티노스의 신비철학》(누멘, 2011), 《헬레니즘 철학사》(한길사, 2011), 《신플라톤주의》(공역, 누멘, 2011), 《박학한 무지》(지식을만드는지식, 2013), 《신약성경신학》(1∼4권, 공역, 가톨릭, 2007/2015), 《일치의 성사》(공역, 분도 2013), 《마이스터 엑크하르트》(대구가톨릭대학 2016), 《일반인을 위한 교의신학》(공역, 가톨릭 2017), 《신학대전 해설서 제1∼3권》(공역, 수원가톨릭대학 2019-2021), 《신학과 교회》(수원가톨릭대학 2022), 《사랑, 신과의 만남》(가톨릭 2023), 《철학자, 믿음의 여인을 묵상하다》(가톨릭 2024), 《죽음의 신비》(가톨릭 2026) 등이 있다.


 
차례

하느님의 자녀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가려 계신 하느님

부록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1.
나는 간략히 말해, ‘하느님의 자녀ᐨ됨’을 그리스어로 테오시스(Θεóσις)로도 일컫는 신(神)으로의 격상과 다른 것이 아닌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그대 자신은 테오시스를 ‘하느님 및 말씀에 대한 관념’ 혹은 ‘직관’이라고도 부르듯 우리의 완전성의 극치라고 믿습니다. 정말이지 나는 “한 처음에 하느님과 함께 계셨던”(요한 1,1; 창세 1,26) 말씀(Logos) 혹은 영원한 이성이 자신과의 닮음을 촉진하고자 사람들에게 영(靈)을 보내셨을 때 사람에게 이성의 빛을 비추셨다는 요한 신학자의 진술을 전적으로 받아들인답니다. 그(세상 창조) 후 다양한 방식으로 많은 예언자들을 보내셨고 마침내 이 세상에 ‘말씀’으로 나타나시어, 이 이성의 빛이 영을 살리는 생명이라고 선포하셨으니, 우리 이성적인 영을 통해서 만일 우리가 저 신적인 말씀을 받아들인다면,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이 믿는 이들 안에서 차오를 것입니다(요한 1,1∼17 참고).
−〈하느님의 자녀〉 중에서

2.
이교도 나는 당신이 경의를 다해 엎드려 흐느끼지 않으면서도 진심으로 사랑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는데, 묻겠습니다. 당신이 누군지?
그리스도인 나는 그리스도인입니다.
이교도 당신은 누구에게 간구하는 것입니까?
그리스도인 하느님이지요.
이교도 당신이 간구하는 ‘하느님’이 누굽니까?
그리스도인 모릅니다.
이교도 모르는데 어찌 그다지 진지하게 간구하는 것입니까?
그리스도인 모르기 때문에 [이토록] 간구하는 것이지요.
이교도 모르는 그 누군가에게 마음을 빼앗긴 사람을 나는 이상하다(mirus)고 생각합니다.
그리스도인 스스로 안다고 여기는(se scire putat) 그 무언가에 마음을 빼앗긴 사람을 나는 더 이상하다(mirabilius)고 생각하지요.
이교도 어째서 그렇습니까?
그리스도인 왜냐하면 자신이 모르고 있음을 아는 것보다도 스스로 안다고 여기는 그것을 더 알지는 못하기 때문이지요.
−〈가려 계신 하느님〉 중에서



서지정보

발행일 2026년 4월 10일
쪽수 371 쪽
판형 128*188mm ,  210*290mm
ISBN(종이책) 9791143022981   03230   28800원
ISBN(EPUB) 9791143023001   05230   23040원
ISBN(큰글씨책) 9791143022998   03230   45000원
분류 지구촌고전, 지만지
1400-1499년15세기기독교종교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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