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보고라스의 ≪축치족≫은 현재까지 축치족에 관한 가장 방대하고 상세한 민속학적 자료로 여겨진다. 꼼꼼한 현장 조사로 얻어진 방대한 자료가 실린 이 책은 민속학자, 종교사학자, 인종지학자들에게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축치족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지만 주변 민족인 에스키모족, 코랴크족, 이텔멘족 등에 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이 종족들을 통상 고아시아족이라고 부르는데, 그들의 전통 신앙의 다양한 요소들이 우리의 전통 민간신앙과 비슷한 점이 많다. 특히 이들이 까마귀를 숭배한다는 점과 고대에 아무르 강 유역에 살다가 북쪽으로 이주했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삼족오 또는 고대국가 부여와의 연관성을 추정해 볼 수도 있다. 따라서 고아시아족의 전통 정신문화, 특히 신앙에 관한 사항은 우리 민속학 연구에도 귀중한 참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그들의 정신문화의 개괄적인 양상에 관해 쉽게 읽을 만한 책이 국내에는 출판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본 번역서는 제2부 가운데 제1장 종교적 관념, 제4장 샤머니즘, 제7장 출생과 사망을 발췌 번역해, 축치족의 샤머니즘을 비롯한 다양한 전통 민간신앙의 양상에 대해 비교적 용이하게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제1장은 축치족의 종교적 관념을 기술한 장으로 축치족의 신화와 설화들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는데, 이런 민담과 신화들이 원시 종교 관념의 발달 과정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제4장에는 축치족 샤머니즘의 특징을 잘 보여 주는 많은 자료들을 소개하며, 축치족이 샤먼이 되는 과정과 샤먼이 행하는 의례에 대해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제7장에서는 축치족의 출생과 사망에 관한 관념을 보여 주는 자료들이 소개되고 있다.
200자평
시베리아 북동부에서 바다짐승을 잡고 순록을 기르며 살아가는 소수민족인 축치족. 인류학자이자 언어학자인 블라디미르 보고라스는 축치족과 함께 생활하며 보고 연구한 것을 총정리해 책으로 남겼다. 축치족에 관한 가장 방대하고 상세한 자료가 된다.
이 책에서는 그들의 정신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제1장 <종교적 관념>, 제4장 <샤머니즘>, 제7장 <출생과 사망>을 발췌해 소개한다.
지은이
블라디미르 보고라스는 1865년 볼린 주(현재의 우크라이나 지토미르 주)의 오브루츠에서 유태인 교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출생 시 나탄이라는 유태식 이름을 받았고 청년기에 정교 세례를 받으면서 블라디미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후일 그가 자주 사용했던 ‘탄’이라는 필명은 유태식 이름 ‘나탄’에서 따온 것이었다.
타간로그 김나지움에서 수학했으며, 1882년 졸업 후에 페테르부르크 대학 법학부에 입학했으나, ‘나로드나야 볼랴(인민의 의지)’ 서클과 관련된 혁명 운동으로 퇴학당했다. 그 후 1885년부터 비밀 출판 활동에 적극 참여해 수차례 체포되기도 했으며, 결국 1889년부터 1899년까지 10년간 러시아 북동부의 스례드녜콜리마로 유형을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민속학을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연구 성과가 뛰어나 1894년에는 러시아 과학아카데미가 축치족 생활상을 연구하기 위해 조직한 탐사대에 그가 포함되었다. 이에 따라 그는 1895년부터 1897년까지 약 3년 동안 축치족과 함께 생활하며 축치인의 생활양식, 전통, 언어, 종교 등에 대한 연구를 계속했다. 이 기간이 끝나자 과학아카데미의 청원으로 페테르부르크로 돌아왔으며, 1900년에 또다시 탐사에 나섰다.
1896년부터 ‘탄’이라는 필명으로 에세이, 단편소설, 시 등을 발표하며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1899년에는 첫 번째 산문집 ≪축치 이야기≫가 출판되었고, 1900년에는 첫 번째 시집이 출판되었다. 그가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정기 간행물에 발표한 자료들(<축치어와 구비문학 연구를 위한 자료 표본>, <콜리마 지역에서 수집된 축치어와 구비문학 연구> 등)은 언어학 발전에 귀중한 공헌을 했으며 저자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어 주었다.
1899년에는 러시아 과학아카데미의 추천으로 미국 자연사박물관에 초청되어 미국으로 건너가, 인류학자 프란츠 보아스가 이끄는 탐사대(Jesup North Pacific Expedition)에 참여해 태평양 북부 연안에서 민속학, 문화인류학, 고대사를 연구했다. 그는 1901년 정치적인 이유로 러시아를 떠나 미국 뉴욕에 정착해 1904년까지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큐레이터로 활동하기도 했다. 바로 이 시기에 축치족의 민속과 신화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저서로 전 세계에 잘 알려진 ≪축치족≫이라는 단행본 출판을 준비했다.
언어학자로도 유명한 보고라스는 축치어 연구에 큰 공헌을 했다. 축치어 문법서를 편찬하고 구비문학 텍스트와 사전도 편찬했다. 그 외에도 코랴크족 언어와 캄차달족(이텔멘족) 언어, 에벤어(라무트어), 시베리아 에스키모어(이누이트어) 등에 관한 연구도 진행해 텍스트와 구비문학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 논문과 저서도 다수 집필했다.
주요 문학작품으로 ≪축치 이야기≫(1899), ≪시≫(1900), ≪8종족≫(1902), ≪용의 희생≫(1909), ≪콜리마 이야기≫(1931), ≪부활한 종족≫(1935) 등이 있다. 그는 에세이와 소설에서 학술적으로 수집된 역사·민속학적 자료를 이용해 풍속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옮긴이
김민수는 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노어학을 공부했으며, 러시아 치타 국립대학교에서 철학과 인간학을 수학했다. 현재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 HK교수로 근무하고 있으며, ‘러시아연방 인문공간’ 연구의 일환으로 극동 시베리아 지역 원주민족들의 설화와 전통 신앙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고 있다.
김연수는 한국외대 노어과 강사로 근무하고 있다. 러시아어 문법 및 통사론을 연구하고 있으며, ‘언어와 문화’ 간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러시아인의 전통 정신문화를 포함해 러시아 내 다양한 민족의 전통문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제1장 종교적 관념
제4장 샤머니즘
제7장 출생과 사망
부록: 축치어 한글 표기 색인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축치족에게는 자연스런 죽음이라는 관념이 없다. 사람이 죽었다면 그것은 곧 그 어떤 귀신이나 사악한 샤먼이 마법을 부려 그를 죽인 것이라고 여긴다.
-78쪽
샤먼이 되라는 부름은 다양한 방법으로 나타난다. 때로 그것은 귀신들과 접촉하라는 내부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귀신들의 명령은 즉시 이행되어야 한다. 만일 부름을 받은 자가 머뭇거리면, 곧 귀신이 형체를 띠고 나타나 보다 확실하게 명령한다.
-174쪽
선택된 이름이 아기에게 어울리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아기는 그런 이름 때문에 잘 자라지 못하고 병약해진다. 그런 경우에 축치족은 ‘그의 뼈가 무겁다’고 말한다.
-2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