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바다 한가운데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는 현대인의 일그러진 자화상
바다 한가운데 뗏목이 떠 있고, 그 위에 세 조난자가 있다. 이들 셋은, 식량이 떨어져 굶어 죽을 처지가 되자 급기야 셋 중 한 사람을 잡아먹기로 합의한다. 추첨과 선거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희생자가 결정되지 않자, 뚱뚱한 남자와 보통 체격의 남자가 결탁해 힘이 가장 약한 홀쭉한 남자를 잡아먹기로 한다. 홀쭉한 남자는 삶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끝까지 저항하지만, 뚱뚱한 남자와 보통 체격 남자의 교묘한 꾐에 빠져 점차 자신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되고, 결국 그런 자신의 결정이 위대하고 거룩한 행위라고 믿게 된다.
미망인들: 욕망의 파국, 죽음을 향해 서서히 다가서는 은밀하고 치명적인 몸짓
이름 모를 어느 도시의 카페에서 두 개의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남편을 잃은 두 미망인이 우연히 만나 대화를 나누던 중, 각각 상대방의 남편이 자신의 숨겨 둔 애인이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는 이야기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역시 우연히 마주친 두 남자가 ‘가운데 테이블’과 그 자리에 앉은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여인’을 차지하려고 다투다가 어이없는 종말을 맞는 이야기다. <미망인들>은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며, 죽음을 통해서 역설적으로 생의 의미를 고찰하는 작품이다.
200자평
‘20세기를 대표하는 위대한 드라마 작가’, ‘폴란드 드라마의 아버지’로 불리는 스와보미르 므로제크, 그가 쓴 두 편의 블랙 코미디를 엮었다. 각각 초기작과 후기작에 해당하는 두 편의 단막극을 한 권의 책에 묶어 소개함으로써 3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을 두고 작가의 작품 세계가 어떻게 변모했는지 독자들로 하여금 한 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작품집의 목적이다.
지은이
스와보미르 므로제크는 폴란드가 가장 사랑하는 드라마 작가이자 소설가다. 1930년 크라쿠프 근교의 소도시 보젱치나(Borzęcina)에서 태어나 6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 야기엘론스키 대학에서 건축과 회화를 공부했다. 크라쿠프에서 발간되는 대표적인 일간지 “지엔느닉 폴스키(Dziennik Polski)”에 익살스런 삽화를 곁들인 시사만화와 풍자적이고 유머러스한 칼럼을 기고하며 기자로 활동하던 중, 칼럼과 단편소설을 모은 첫 창작집 《코끼리(Słoń)》(1957)를 출간하여 평단과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후 폴란드 사회주의 정부와의 마찰 때문에 해외로 망명하여 프랑스와 미국, 독일, 멕시코 등에 거주했다. 대표작으로 《경찰》, 《대사》, 《이민자들》, 《탱고》, 《스트립티즈》, 《바다 한가운데서》, 《미망인들》 등이 있다.
옮긴이
최성은은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 동유럽어문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폴란드 바르샤바대학교 폴란드어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바르샤바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를 지냈으며(1997∼2001),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평전-안녕하세요 교황님≫(바다출판사, 2004), ≪세계의 소설가 II-유럽·북미편≫(공저: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2003) 등이 있고, 역서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명상시집-내 안에 그대 안식처 있으니≫(따뜻한 손, 2003), ≪고슴도치 아이≫(보림출판사, 2005), ≪쿠오바디스 I, II≫(민음사, 2005), ≪끝과 시작-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선집≫(문학과지성사, 2007), ≪판 타데우시≫(공역: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2005), ≪비단 안개-김소월, 윤동주, 서정주 3인 시선집≫(폴란드어 번역, Dialog, 2005), ≪눈을 뜨시오, 당신은 이미 죽었습니다≫(도서출판 강, 2005) 등이 있다. 그 외에 <폴란드 문학을 통해 살펴본 19세기 말, 20세기 초 서양문학 속의 동양문화 열풍>, <폴란드 콜롬부스 세대와 윤동주의 저항시 비교연구>, <폴란드 사회주의리얼리즘 시에 나타난 한국전쟁>, <폴란드 현대시에 나타난 일본 시가 하이쿠의 영향>, <타데우쉬 루제비츠의 시에 나타난 전쟁의 상흔과 정체성의 회복>, <스타니스와프 이그나치 비트키에비츠의 ‘작은 저택에서’와 이근삼의 ‘원고지’에 나타난 탈리얼리즘적 표현기법 비교연구>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차례
바다 한가운데서··················1
미망인들····················53
해설······················147
지은이에 대해··················155
옮긴이에 대해··················165
책속으로
홀쭉이: 폭력의 희생자로서 평범하게 잡아먹히는 것과 희생을 자원해서 새로운 인간으로서 먹잇감이 되는 건 차원이 다르죠. 말하자면 자신의 내부에 잠재해 있던 자유로운 의지와 거룩한 동기로 인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말예요…. 이 결정은 정말 재고의 여지가 없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