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0세기 초의 프랑스 여류작가 콜레트가 쓴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뚜렷한 플롯은 없으나 ‘돌아온 싱글’의 정서가 반영된 작품이다. 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반영돼 있다.
1910년 출간된 ≪방랑하는 여인(La Vagabonde)≫은 콜레트가 마흔의 문턱에 다가선 나이에 수년 전부터 별거해 온 첫 남편 윌리와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발표한 작품으로, 작가의 삶과 작품 속에서 특별한 자리를 차지한다. 자유의 추구와 안정된 가정적 행복 갈망이라는 상반된 욕구 사이를 방황하는 작가의 모습을 잘 투영하고 있다.
주인공 르네 네레(Renee Nere)는 작가와 마찬가지로 팬터마임 배우이면서 무용수다. 그녀는 남편 타양디와 이혼한 후 자유를 꿈꾸면서도 과거의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때 막스라는 사내가 적극적인 구애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는 남들이 말하는 가정의 행복과 안위를 보장해 줄 훌륭한 조건을 갖춘 인물이다. 그러나 그와 결혼한다면 다시 남성적 권위에 종속된 삶을 살아야 한다.
혹자는 이 소설을 자신의 정체성을 추구하려는, 자신을 발견하도록 이끄는 하나의 입문소설로 평하기도 한다. 겨울에 시작해서 봄에 끝나는 이 소설은 틀림없이 주인공 르네 네레라는 인물의 새 탄생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그런데 소설의 제목이 암시하듯이 그것의 과정은 ‘방랑’이다.
르네 네레는 이혼 후 홀로서기를 꿈꾸며 여행을 갈망한다. 이때 여행은 그녀에게 슬픔과 기쁨이라는 양면성을 띠며 다가온다. 르네는 방랑을 자처하면서 원래 방랑이란 단어의 의미가 그렇듯이 뚜렷한 목적이나 방향도 없이 “친구이자 주인인 우연”의 길을 즐기며 방랑자의 길을 떠난다. 그러나 자신의 방랑이, 끈에 묶인 새의 비상처럼 그리고 무용수들의 회전처럼 어떤 방향을 향하지 못하고 제자리로 결국 돌아오고 마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실로 이 소설은 본질 혹은 정체성을 찾기 위한 르네 네레의 고뇌와 그에 대한 부단한 투쟁을 보여 준다.
혹자는 ‘돌싱’인 주인공 여성의 고뇌를 통해 페미니즘의 면모가 보인다고도 한다. 콜레트는 페미니즘을 드러내 놓고 주창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작품들 특히 ≪방랑하는 여인≫은 페미니즘 문학 범주에서 논할 수 있다.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가 ≪제2의 성(Le Deuxieme Sexe)≫을 발표하기 이전에, 콜레트는 그의 소설을 통해 남성중심주의적이며 권위적인 사회와 문화 풍토 속에서 여성이 느끼는 고통과 모순을 고발함으로써 가부장적 사회에 대한 비판을 한 것이다. 나아가 타자화되어 온 여성이 어떻게 주체성을 확립하고자 하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여성주의 이론가 엘렌 식수(Helene Cixous)는 콜레트를 두고 ‘여성성을 드러내는 글쓰기’, ‘여성적 글쓰기’의 표본으로 말하기도 했다.
한편, 콜레트의 문체는 대단히 섬세하고 감각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방랑하는 여인≫이 당시 프랑스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진한 공감을 이루게 된 것은 소재가 주는 감동과 흥미로움 이외에도 그것을 표현한 작가 고유의 문장력, 예를 들어 은유적이며 수려한 문장 표현 등 섬세하고 감각적이며 아름다운 문장 표현 덕분이다. 그러나 번역 텍스트에서는 그것을 그대로 보여 줄 수 없는 점이 무척 아쉽다.
200자평
20세기 초의 프랑스 작가 콜레트가 쓴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뚜렷한 플롯은 없으나 ‘돌아온 싱글’의 정서가 반영된 작품이다. 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반영돼 있다.
지은이
시도니가브리엘 콜레트는 20세기 초반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작가. 인습을 거부하는 새로운 여성적 시선으로 사랑과 욕망, 질투와 같은 생에 대한 순수한 본능을 순수하고 섬세한 문체 속에 탁월하게 그려냈다. ‘여성적 글쓰기’를 통해 여성의 자유와 삶의 자율을 예리하게 짚어내어 욕망의 주체로서의 여성을 표현함으로써 ‘당대 여성들에게 희망을 주는 작가’ ‘우리의 꼴레뜨’라 불리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벨기에 왕립 아카데미 회원, 프랑스 공꾸르 아카데미 회원과 회장을 역임했으며,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네차례 수훈하는 등 생전에 문인으로서 공식적인 명예를 누렸다. 두번의 이혼과 세번의 결혼, 동성애, 연하의 남자들, 근친의 사랑 등 인습과 금기를 넘어선 굴곡진 생애가 다양한 작품 속에 표현되었다. 1954년 8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꼴레뜨의 장례식은 국장으로 치러졌다. 소설에 ≪천진난만한 탕녀≫(1909) ≪무대의 이면≫(1913) ≪셰리≫(1920) ≪청맥≫(1923) ≪여명≫(1928) ≪씨도≫(1930) ≪암고양이≫(1933) ≪지지≫(1944) 등이 있으며, 평론집에 ≪검은 쌍둥이≫(1934∼38) 등이 있다.
옮긴이
이지순은 성균관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메츠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프랑스어권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한국퀘벡학회 회장, 프랑스문화예술학회 회장, 한국프랑스어문교육학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퀘벡 관련 주요 논문으로 「퀘벡 작가 레진 로뱅의 이주 글쓰기」, 「가브리엘 루아의 ≪데샹보 거리≫에 나타난 페미니즘」(공저)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퀘벡 영화≫가 있다. 퀘벡 현대문학을 연구하고 있다.
차례
제1부
제2부
제3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로렌식 레스토랑의 그을린 진열장에 비친 이 얼굴, 짙게 화장을 한 눈에 턱 밑으로 묶은 긴 베일을 머리에서 발까지 늘어뜨리고, 여기 사람도 저기 사람도 아닌, 무심하고 조용하고 무뚝뚝한 모습의 이 여행자가 막스의 애인이란 말인가? 코르셋과 속치마를 입은 채 브라그의 트렁크로 다음날 입을 속옷을 찾으러 가기도 하고 번쩍거리는 옷가지들을 정리하는 이 지친 여배우가, 몸이 반은 드러나는 장밋빛 기모노를 입고 막스의 포옹을 받으며 환하게 웃던 막스의 애인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