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서경잡기≫에 수록된 조는 대부분 짤막한 고사지만 그 내용은 매우 복잡하고 광범위하다. 기록된 인물은 제왕 장상, 공경 대신, 비빈 궁녀, 문인 학사, 명공 명장(名工名匠), 일반 백성 등이며, 기록된 내용은 궁중 야사, 궁원 진기(宮苑珍器), 문인 일화, 학술 저작, 전장 제도, 풍속 습관, 기인 묘기(奇人妙技) 등이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한나라 도성인 서경 장안(長安)의 정치·경제·문학·학술·문화·민속 등 여러 부문의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서경잡기≫가 지니고 있는 가치와 후대에 미친 영향은 크게 문학적인 측면과 사학적인 측면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문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잡기체(雜記體) 필기소설의 대표작으로 위진남북조 지인소설(志人小說)과 지괴소설(志怪小說)은 물론이고 멀리 명청대 소설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또한 한대 부(賦)의 대가인 사마상여(司馬相如)·양웅(揚雄) 등의 작부(作賦) 능력과 창작 과정 및 작품에 얽힌 일화가 많이 수록되어 있어서, 한대 문인들이 품었던 문학에 대한 견해를 엿볼 수 있으며 문학 사료도 비교적 풍부하게 담겨 있다. 그리고 일부 고사는 후대의 시인·사인(詞人)·희곡가(戱曲家) 등 여러 문인들이 제재와 전고로 즐겨 사용하여 그 영향력이 지대하기 때문에 중국 문학의 여러 제재 근원 가운데 하나를 밝히는 데도 매우 유용한 가치가 있다.
사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종래로 정사(正史)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한다는 사료적인 특성이 부각되었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고고학적인 발굴을 통해 기술된 내용의 사실성이 입증되면서 그 가치를 주목받고 있다.
200자평
≪서경잡기≫는 한(漢)나라 유흠(劉歆)이 짓고 진(晉)나라 갈홍(葛洪)이 엮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전형적인 잡록식의 필기 저작이다.
원전은 총 6권에 132조의 고사가 실려 있는데, 이 책은 그중에서 각 권의 주요 고사를 중심으로 100조를 뽑아 전체 내용을 균형 있게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지은이
유흠(劉歆, BC 53?∼AD 23)은 서한(西漢)의 문학가이자 목록학자(目錄學者)로서, 자는 자준(子駿)이며 유향(劉向)의 아들이다. 나중에는 이름을 수(秀), 자를 영숙(穎叔)으로 고쳤다. 부친 유향과 함께 비서(秘書)를 교정하라는 칙명을 받고 육경(六經)·전기(傳記)·제자(諸子)·시부(詩賦)·술수(術數)·방기(方技) 등의 서적을 두루 연구했다. 황문랑(黃門郞)·중루교위(中壘校尉)·시중태중대부(侍中太中大夫)·기도위(騎都尉)·봉거광록대부(奉車光祿大夫) 등을 지냈으며, 왕망(王莽)이 제위를 찬탈한 뒤에 국사(國師)로 모셔졌다. ≪서경잡기≫ 외에 부친 유향의 ≪별록(別錄)≫을 개편해 ≪칠략(七略)≫을 지었는데, ≪한서(漢書)≫<예문지(藝文志)>는 바로 이것을 바탕으로 완성된 것이다.
엮은이
갈홍(葛洪, 284∼364)은 동진(東晉)의 문학가이자 도교이론가·의학가·연단술가(煉丹術家)로서, 자는 치천(稚川)이고 자호는 포박자(抱朴子)다. 유학에 뜻을 두는 한편으로 신선 양생술을 좋아했고 의학에도 정통했다. 승상(丞相)·사도(司徒) 등을 지냈으며, 민란을 진압하는 데 공을 세워 관내후(關內侯)에 봉해졌다가 나중에 자의참군(諮議參軍)으로 전임되었다. 만년에는 연단을 통해 장수할 생각을 품고 구루령(句漏令)을 자청해서 광주(廣州)로 가서 연단술을 익히면서 계속 저작에 임했다. ≪신선전(神仙傳)≫·≪포박자≫·≪금궤약방(金匱藥方)≫·≪주후비급방(肘後備急方)≫ 등을 지었다.
옮긴이
김장환은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세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에서 <세설신어연구(世說新語硏究)>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연세대학교에서 <위진남북조지인소설연구(魏晉南北朝志人小說硏究)>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강원대학교 중문과 교수와 미국 하버드-옌칭연구소(Harvard-Yenching Institute) 객원교수(Visiting Scholar)를 지냈다. 전공 분야는 중국 문언 소설과 필기 문헌이다.
그동안 쓰고 번역한 책으로는 ≪중국 문학의 벼리≫, ≪중국 문학의 갈래≫, ≪중국 문학의 숨결≫, ≪중국문언단편소설선≫, ≪유의경(劉義慶)과 세설신어(世說新語)≫, ≪중국연극사≫, ≪중국유서개설(中國類書槪說)≫, ≪중국역대필기(中國歷代筆記)≫, ≪봉신연의(封神演義)≫(전 9권), ≪열선전(列仙傳)≫, ≪서경잡기(西京雜記)≫, ≪세상의 참신한 이야기−세설신어≫(전 3권), ≪고사전(高士傳)≫, ≪태평광기(太平廣記)≫(전 21권), ≪태평광기상절(太平廣記詳節)≫(전 8권), ≪소림(笑林)≫, ≪어림(語林)≫, ≪곽자(郭子)≫, ≪속설(俗說)≫, ≪담수(談藪)≫, ≪소설(小說)≫, ≪계안록(啓顔錄)≫, ≪세설신어보(世說新語補)≫(전 4권), ≪신선전(神仙傳)≫, ≪옥호빙(玉壺氷)≫ 등이 있으며, 중국 문언 소설과 필기 문헌에 관한 다수의 연구 논문이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엮은이에 대해
소하가 미앙궁을 건조하다 蕭何營未央宮
곤명지에서 물고기를 기르다 昆明池養魚
천자의 붓 天子筆
안석에 비단을 깔다 几被以錦
길광 갖옷 吉光裘
척 부인의 가무 戚夫人歌舞
척희의 가락지 彄環
여의를 목 졸라 죽이다 縊殺如意
낙유원 樂遊苑
태액지 太液池
종남산 화개수 終南山華蓋樹
검광이 사람을 쏘다 劍光射人
칠석날 개금루에서 바늘귀를 꿰다 七夕穿鍼開襟樓
연독국의 보물 거울 身毒國寶鏡
곽현이 순우연을 위해 저택을 지어주고 황금을 선물하다 霍顯爲淳于衍起第贈金
깃발이 하늘로 날아 올라갔다가 우물에 떨어지다 旌旗飛天墮井
홍성자의 무늬 돌 弘成子文石
황혹가 黃鵠歌
제왕의 장례 땐 구슬 장식 속옷과 옥 조각 겉옷을 쓴다 送葬用珠襦玉匣
소양전 昭陽殿
1장 2척짜리 산호 珊瑚高丈二
움직이는 옥어 玉魚動蕩
상림원의 명과와 이목 上林名果異木
상만등과 피중향로 常滿燈·被中香鑪
조비연에게 동생 조소의가 보내준 사치스러운 선물 飛燕昭儀贈遺之侈
후궁 중에서 총애를 독차지하다 寵擅後宮
화공을 저잣거리에서 처형하다 畵工棄市
동방삭이 기발한 꾀를 내어 유모를 구하다 東方朔設奇救乳母
오후의 섞어찌개 五侯鯖
공손홍의 매조미 밥과 베 이불 公孫弘粟飯布被
문제의 준마 아홉 필 文帝良馬九乘
무제의 성대한 말 장식 武帝馬飾之盛
사마상여가 소갈병으로 죽다 相如死渴
조후의 음란 趙后淫亂
신풍읍을 만들어 옛 토지신을 옮기다 作新豐移舊社
양웅이 봉황 꿈을 꾸고 ≪태현경≫을 짓다 揚雄夢鳳作≪太玄≫
100일 만에 부를 완성하다 百日成賦
동중서가 용꿈을 꾸고 ≪춘추번로≫를 짓다 仲舒夢龍作≪繁露≫
1000편의 부를 읽어야 비로소 부를 지을 수 있다 讀千賦乃能作賦
≪시경≫의 해설을 듣고 입을 벌리다 聞≪詩≫解頤
옥비녀로 머리를 긁다 搔頭用玉
바둑을 잘 두는 것도 성인의 교화에 보탬이 된다 精弈棊裨聖敎
탄기로 축국을 대신하다 彈棊代蹴踘
황하의 둑이 터지자 용이 물거품을 내뿜다 河決龍蛇噴沫
5월 5일에 태어난 아이는 거두려 하지 않는다 五日子欲不擧
번갯불이 나무를 태운 곳에서 교룡 뼈를 찾아내다 雷火燃木得蛟龍骨
술과 고기 안주에 대한 응답 酒脯之應
양효왕의 궁원 梁孝王宮囿
노공왕의 투금 魯恭王禽鬪
주매신의 거짓 귀향 買臣假歸
도술로 뱀과 호랑이를 제어하다 籙術制蛇御虎
회남왕이 방사와 함께 신선이 되어 떠나다 淮南與方士俱去
양자운이 유헌사자의 기록을 증보하여 ≪방언≫을 짓다 揚子雲載輶軒作≪方言≫
등통이 주조한 동전이 천자의 것과 같다 鄧通錢文侔天子
검소하게 장례 치르려다 오히려 사치하게 되다 儉葬反奢
부개자가 모난 목판을 내던지다 介子棄觚
조창이 스승의 시신을 거두어 장사 지내다 曹敞收葬
광릉왕의 괴력 廣陵死力
≪이아≫에 대한 고증 辨≪爾雅≫
원광한의 사치스러운 동산 袁廣漢園林之侈
오작궁의 돌 기린 五柞宮石騏驎
함양궁의 기이한 보물 咸陽宮異物
척 부인의 시녀가 궁중의 즐거운 일을 얘기하다 戚夫人侍兒言宮中樂事
생전에 묘지문을 짓다 生作葬文
회남왕의 ≪홍렬≫ 淮南≪鴻烈≫
사마장경의 부는 천재적이다 長卿賦有天才
사마상여의 이름을 빌려 부를 짓다 賦假相如
대인부 大人賦
백두음 白頭吟
번쾌가 상서로운 감응에 대해 묻다 樊噲問瑞應
곽 장군의 처가 쌍둥이를 낳다 霍妻雙生
문장의 더딤과 빠름 文章遲速
숭진이 죽을 날을 계산하여 알아맞히다 眞算知死
조원리가 추산술로 사물을 꿰뚫어 보다 曹算窮物
동현이 지나치게 성대한 총애를 받다 董賢寵遇過盛
세 객관을 지어 빈객을 접대하다 三館待賓
등공의 장지 滕公葬地
한언의 황금 탄환 韓嫣金彈
훌륭한 사관 사마천 司馬良史
양효왕의 망우관에서 당시 명사들이 지은 일곱 편의 부 梁孝王忘憂館時豪七賦
제비가 원후에게 물어다 준 돌에 쓰인 글귀의 예언 元后燕石文兆
휴대용 변기 玉虎子
하루에 100마리의 꿩을 사냥하다 日射百雉
매와 개에게 멋진 이름을 지어주다 鷹犬起名
장명계 長鳴雞
누경이 고조를 알현할 때 털옷을 바꿔 입지 않다 婁敬不易旃衣
어머니가 조호를 좋아하다 母嗜雕胡
조후의 보금 趙后寶琴
추장천이 보내준 뜻있는 선물 鄒長倩贈遺有道
대가 행차 때의 말과 수레 수 大駕騎乘數
동중서의 천문 해석 董仲舒天象
곽 사인의 투호 솜씨 郭舍人投壺
가의의 <복조부> 賈誼<鵩鳥賦>
금석의 감응이 편벽되다 金石感偏
문목부 文木賦
광천왕이 옛 무덤을 도굴하다 廣川王發古冢
고수지 孤樹池
곤명지의 수백 척의 배 昆明池舟數百
태사공의 일을 적다 書太史公事
두 명의 추호·증삼·모수 兩秋胡曾參毛遂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오록충종(五鹿充宗)은 홍성자(弘成子)에게 수학했다. 홍성자가 어렸을 때 어떤 사람이 그를 찾아와 꽃무늬 돌을 주었는데 크기가 제비알만 했다. 홍성자는 그것을 삼키고 마침내 크게 총명해져서 천하의 뛰어난 학자가 되었다. 홍성자는 나중에 병들었을 때 그 돌을 토해내서 오록충종에게 주었는데, 오록충종 또한 석학이 되었다.
五鹿充宗受學於弘成子. 成子少時, 嘗有人過之, 授以文石, 大如鷰卵. 成子呑之, 遂大明悟, 爲天下通儒. 成子後病, 吐出此石, 以授充宗, 充宗又爲碩學也.
– <홍성자의 무늬 돌(弘成子文石)>
“제가 본래 비단옷을 입고 있었으면 비단옷을 입고 알현했을 터인데, 저는 본래 털옷을 입고 있었으니 털옷을 입고 알현한 것입니다. 지금 털옷을 벗고 곱고 화려한 옷을 빌려 입는다면 그것은 본래 면모를 속이는 일입니다.”
“敬本衣帛, 則衣帛見. 敬本衣旃, 則衣旃見. 今捨旃褐, 假鮮華, 是矯常也.”
– <누경이 고조를 알현할 때 털옷을 바꿔 입지 않다(婁敬不易旃衣)> 中
토기 저금통은 흙으로 그릇을 만들어 돈을 저축하는 기구인데, 그것은 돈을 넣는 구멍은 있어도 빼내는 구멍은 없어서 가득 차면 깨뜨려야 하오. 흙은 하찮은 물건이고 돈은 귀중한 재물이오. 들어가기만 하고 나오지 않고 쌓이기만 하고 흩어지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깨뜨리는 것이오. 선비 가운데 재물을 긁어모으기만 하고 베풀 줄을 모르는 자는 장차 토기 저금통처럼 깨뜨려지는 화를 당하게 될 것이니, 어찌 경계하지 않을 수 있겠소?
撲滿者, 以土爲器, 以畜錢具, 其有入竅而無出竅, 滿則撲之. 土, 麤物也. 錢, 重貨也. 入而不出, 積而不散, 故撲之. 士有聚歛而不能散者, 將有撲滿之敗, 可不誡歟?
– <추장천이 보내준 뜻있는 선물(鄒長倩贈遺有道)>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