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허치팡의 시가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작품을 선록한 ≪허치팡 시문 철영(何其芳詩文掇英)≫[중국 동방출판사(東方出版社), 2004]을 우리말로 옮겼다. 허치팡이 1931년에 쓴 작품부터 그가 세상을 떠난 1977년에 쓴 작품까지 70여 수의 주요 작품을 수록되어 있어 전 생애를 통한 주요작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고민하는 시인, 그에 따라 변화하는 시 세계
현대 시인이자 산문가, 문학평론가였던 허치팡은 중국 현대문학의 1세대 작가로 1977년 세상을 떠나기까지 다양한 문필 활동을 했다. 중국 신문학을 공부하고 많은 신시(新詩)를 접하며 중국 문학을 탐독하고, 베이징대학 재학 중에는 외국 문학작품을 많이 읽으며 틈틈이 시와 산문을 쓰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그의 시작(詩作)이 시작되는데, 이 시기 그의 시는 진솔하고 섬세한 감정을 정미한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제재는 주로 자기 자신으로 자신의 환상과 감각, 정감을 노래하는 시가 주를 이루었다.
이후 다른 지역에서 교사 생활을 하게 되면서 허치팡의 시야는 넓어진다. 산둥 지방 농민들의 고생과 어려움을 목도하면서 사상과 감정에 큰 변화가 생겼다. 물론 이는 그의 시에 고스란히 투영된다. 이후 그가 삶의 터전을 옮겨가며 사회 현실을 더욱 깊이 인식하게 된 그는 이전의 경향에서 벗어나 민중의 생활과 투쟁을 위한 시를 쓰고자 하여 시상의 변화를 보인다.
변화의 시인 허치팡의 주요작을 두루 살펴
초기의“민감하고 다정하며” “배회적이고 또 함축적”이었던 시를 주로 썼던 허치팡은 제자리에 머물지 않고 항상 변화를 꾀했다. 그는 중국 고전 시가와 민가(民歌) 및 신시의 형식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나아가 현대 중국어의 객관적인 규율에 근거해 현대 격률시를 주장하고 이를 직접 자신의 시가 창작에 적용해 시가 형식의 변화를 추구했다. 시가 형식에 대해서 대담한 탐색을 계속하는 중에도 자신의 결점을 분명하게 간파하고 이를 냉정하게 비평하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해 갔다.
많은 작품을 남긴 다작의 작가는 아니지만, 허치팡은 중국 현대시 발전에 큰 발자국을 남겼다. 이번 시선에서 그가 왕성하게 활동했던 30년대의 작품을 특히 많이 볼 수 있는데, 이 시기의 작품은 문학성이 비교적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200자평
시대와 인민, 민족의 운명 및 혁명 투쟁과의 밀접한 관계 속에서 시를 창작했던 허치팡의 고민과 현실 인식이 담긴 시를 번역했다. 자신이 이룩한 기존의 성과에 대해서는 항상 불만족스럽게 여기며 부단하게 변화하고 발전하고자 노력했던 시인의 시는 진솔하고 꼼꼼한 감정 표현으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허치팡의 초기 시부터 말년의 작품까지 주요작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시선집이다.
지은이
허치팡(何其芳)은 1912년에 태어나 1977년에 세상을 떠난 중국 현대 시인이자 산문가요 문학평론가다. 그는 쓰촨성(四川省) 완셴(萬縣)의 어느 보수적인 가정에서 태어나서 성장한 중국 현대문학의 1세대 작가로, 원래 이름은 허융팡(何永芳)이다. 또 필명으로 허즈(禾止), 디디(荻荻), 추러(秋若), 라오바이싱(勞百行), 양잉레이(楊應雷), 푸루빙(傅履冰), 허치팡(何啓放) 등이 있다.
어려서부터 중국 고대 시가와 소설을 좋아했으며, 1929년 상하이의 중국공학예과(中國公學豫科)에서 공부를 하면서 중국 신문학을 좋아하기 시작했고, 많은 신시(新詩)들을 접했는데, 특히 빙신(氷心)의 시가와 산문을 대단히 좋아했다. 1930년에 그는 칭화(淸華)대학 외국어과에 입학해 공부하다가 이듬해에 다시 베이징(北京)대학 철학과에 들어가 공부했다. 재학 중 프랑스 시의 영향을 받아 시작(詩作)을 시작했다. 1936년 산문시집 ≪화몽록(畵夢錄)≫으로 대공보(大公報) 제1회 문학상을 받았고, 이듬해 처녀시집 ≪예언(預言)≫을 내놓았다. 항일전쟁이 시작되자 옌안으로 가서 루쉰예술학원 문학계 주임으로 교편을 잡는 한편, 시집 ≪야가(夜歌)≫를 출간했다. 또한 문예평론가로서도 활동했으며, 중국 정권 성립 후 과학원문학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으나 1966년 이후 문화대혁명 중에는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옮긴이
한상덕(韓相德)은 경남 하동 출신으로, 경상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하고(1983), 성균관대학교 중문과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받았다(1985). 중국예술연구원 화극(話劇)연구소 방문학자 1년을 거쳐(1994), 중국 우한(武漢)대학 중문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1997). 중국 후베이(湖北)대학교 중문과 교수를 지냈으며(1998), 중국 후베이사범대학 중문과 석좌교수를 지냈다(1998). 현재는 경상대학교 중어중문과 교수와 중국 칭다오(靑島)대학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교양 한시 감상≫ 등 20여 권의 저서가 있고, ≪중국 현대 희극사≫ 등 20여 권의 번역서가 있으며, <조우삼부곡> 등 20여 편의 논문이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그 황혼 那一個黃昏
엊저녁 昨夜
야행가 夜行歌
나도 한때는 我也曾
난 아직 한 번도 我不曾
봄이 되어 當春
청춘을 원망하며 靑春怨
예언 預言
발걸음 脚步
가을(1) 秋天(一)
개탄 慨歎
환락 歡樂
왕년 昔年
비 오는 날 雨天
비단옷 羅衫
가을(2) 秋天(二)
화환 花環
사랑 愛情
축복 祝福
달 아래서 月下
분홍 꿈은 씻지 말아야 休洗紅
여름밤 夏夜
남에게 바치다 贈人
다시 바치다 再贈
둥근달이 뜬 밤에 圓月夜
무제 無題
측백나무 숲 柏林
세모에 사람을 그리워하며(1) 歲暮懷人(一)
세모에 사람을 그리워하며(2) 歲暮懷人(二)
꿈을 꾼 뒤 夢後
병중에 病中
고성 古城
야경(1) 夜景(一)
야경(2) 夜景(二)
불면의 밤 失眠夜
부채 扇
황사 바람이 불던 날 風沙日
장송 送葬
위유례 선생 于猶烈先生
소리 聲音
취하라 醉吧
구름 雲
청두여, 내가 널 흔들어 깨우리라 成都, 讓我把你搖醒
밤의 노래(1) 夜歌(一)
밤의 노래(2) 夜歌(二)
밤의 노래(3) 夜歌(三)
밤의 노래(4) 夜歌(四)
여명 黎明
강(江) 河
미호희 郿鄠戱
나, 젊은 남녀를 위해 노래하노라 我爲少男少女們歌唱
나는 작은 당나귀 한 마리를 보았네 我看見了一匹小小的驢子
우리의 가장 위대한 기념일 我們最偉大的節日
대답 回答
한 마리 제비, 비바람을 만나 有一隻燕子遭到了風雨
바다는 어디에서 그 큰 역량이 나오는지 海哪裏有那樣大的力量
노래를 듣다 聽歌
두보의 <재미로 지은 여섯 편의 절구>를 본떠 效杜甫戱爲六絶句
우연히 지음(3수) 偶成(三首)
자조 自嘲
저우언라이 동지를 위해 울다 哭周恩來同志
제갈량 사당 諸葛亮祠
두보 초당 杜甫草堂
잡시(雜詩) 10수
예쁜 눈썹 蛾眉
글을 배우다 學書
지금도 而今
혁혁하다 赫赫
습관이 되어 慣于
없는 것이 부끄러워 愧無
굴자 屈子
서호 西湖
달빛 月光
평생 平生
금슬(2수) 錦瑟(二首)
우연히 지음 偶成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愛情原如樹葉一樣,
在人忽視裏綠了, 在忍耐裏露出蓓蕾,
在被忘記裏紅色的花瓣開放.
사랑이란 원래 나뭇잎 같은 것,
무관심 속에서 푸르러가고, 인내 속에서 꽃봉오리 맺으며,
잊혀진 속에서 붉은 꽃잎 터뜨린다.
−<비 오는 날(雨天)>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