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시원한 책 13. 다큐멘터리에 대한 애니메이션의 질문
차민철이 쓴 <<다큐멘터리>>
사실성에 대한 허구와 선택의 질문
사실은 객관성이다. 인식과 표현과 전달과 수용은 주관의 활동이다. 다큐멘터리는 사실의 영화지만 주관의 활동이다. 허구와 선택이 사실에게 묻는다. 너는 무엇을 위한 사실인가?
영화가 리얼리즘의 이상적 실현을 바탕으로 하는 다큐멘터리와 더불어 탄생했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머리말: 영화적 재현과 다큐멘터리 리얼리즘’, <<다큐멘터리>> v쪽.
다큐멘터리란 무엇인가?
실재의 창조적 처리(creative treatment of actuality). 존 그리어슨은 이렇게 정의했다.
그리어슨이 누구인가?
최초의 다큐멘터리 이론가이며 1930~1940년대 사회적 다큐멘터리 운동의 선구자다. 그는 ‘기록할 만한 자료로서의 가치’라는 뜻을 지닌 프랑스어 ‘도퀴망테르’를 빌려와 ‘다큐멘터리’란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그가 꼽는 최초의 다큐멘터리 영화는 무엇인가?
로버트 플래허티의 <북극의 나누크(Nanook of the North)>(1922)다. 단편적인 기록에 머물렀던 초기 뉴스릴과 달리 역동적인 카메라 워킹, 분할적 시퀀스, 섬세한 편집, 클로즈업 같은 다양한 기법을 통해 영화에 최대한의 내러티브를 부여했다. 심지어 플래허티는 카메라를 투입하기 위해 반쪽짜리 이글루를 만들어 나누크와 가족의 일상을 연출했다.
연출은 어떤 방법으로 진행되었나?
참여적이고 직관적이었다. 신기한 문물을 단편적으로 소개하지 않았다. 낯선 문화에 대한 공유와 소통의 표현이었다.
플래허티의 다큐멘터리 연출론은 무엇인가?
한 문화의 이상적이고 일반적인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서 연출자의 개입은 필연적이라고 생각했다.
연출자가 개입하면 리얼리티는 사라지는 것 아닌가?
다큐멘터리는 극영화에 대한 상대 개념이 아니다. 픽션·논픽션, 서사·비서사, 연출성·비연출성 등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구분 짓는 여러 요소들은 배타적이고 대립적인 개념이 아니라 상대적 관점을 전제로 하는 상호 참조적인 관계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는 어디서 갈라지는가?
상상의 이야기를 재현하는 극영화에서 인물, 사건, 장소 등은 ‘영화 텍스트 내에만 존재하는’ 반면, 경험과 실재를 바탕으로 하는 다큐멘터리에서 재현된 세계는 영화 텍스트 안은 물론 ‘실재하는 현실에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다큐멘터리의 미장센은 극영화와는 다른 범위와 방식으로 작동한다.
다큐멘터리의 미장센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이른바 ‘자생적 미장센’으로, 공간과 시간 속에서 관찰과 촬영의 행위와 과정이 스스로 드러나는 다양한 방식을 취한다. 다큐멘터리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 아니다. 자생적 미장센에 의해 재규정된 현실의 한 단면을 담아내는 것이다. 이때 현실은 성찰을 통해 영화로 재현된다.
성찰을 통해 무엇을 추구하는가?
진실이다. 다큐멘터리는 현실, 또는 현실성에 대한 객관적 재현의 의무와 미학적 추구 사이의 긴장과 조합을 자양분으로 발전해 온 현상이자 ‘열린 개념’이다.
무엇이 열렸다는 말인가?
역사, 사회, 정치, 교육, 문화, 예술, 학문과 상호작용을 통해 미학적, 기술적 혁신을 추구해 왔다. 오늘날 다큐멘터리는 ‘애니메이티드 다큐멘터리’나 ‘웹 다큐멘터리’ 등 이른바 ‘포스트-다큐멘터리’라고 부르는 단계를 거치면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애니메이티드 다큐멘터리란 무엇인가?
허구적, 주관적, 추상적 이미지를 사용해 사실에 대한 확장된 재현을 추구하는 하이브리드 양식이다.
허구와 사실의 하이브리드 양식은 어떤 미학을 생산하는가?
다큐멘터리의 실재 세계에 대한 객관적 지표성(index)에 애니메이션 고유의 시각성, 추상성, 허구성이 결합된다. 새로운 혼성적 미학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웹 다큐멘터리란 무엇인가?
2000년대 이후 프랑스와 캐나다 등에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인터랙티브 트랜스미디어 콘텐츠-플랫폼’이다. 인터넷에 온라인으로 접속한 사용자가 각자의 선택, 곧 ‘능동적 상호작용(active interactivity)’을 통해 내용을 수용하는 새로운 방식의 콘텐츠이자 그 콘텐츠를 탑재하는 플랫폼이다.
이 새로운 방식의 가능성은 어디에 있나?
수용자를 포함한 다양한 창작주체 간의 능동적 상호작용이다. 웹 다큐멘터리는 새로운 제작, 수용 방식을 창출한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서사 이론, 학제 간 융합 교육, 새로운 직업군 창출, 신기술·비즈니스 모델이 미디어 컨버전스를 통해 창작과 수용의 새로운 메커니즘을 제공한다. 문화, 예술, 학문, 산업 패러다임은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이 책은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다큐멘터리의 인식론적 개념과 발전사, 핵심 개념과 주요 경향, 애니메이티드 다큐멘터리나 웹 다큐멘터리 등 최신 동향을 다룬다.
당신은 누구인가?
차민철이다. 동의대학교 영화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