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서브컬처 비평에 대한 비평서
비평 활성화를 통해 문화 발전 견인 제안
무협소설·라이트노벨·판타지소설(소설), B급영화, 힙스터·히피·펑크(음악)…, 이들의 공통점은 주류문화에 비교해 비주류문화 혹은 서브컬처라고 부르는 것들이라는 점이다.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등도 서브컬처에 포함된다.
최근 들어서 서브컬처는 더 이상 낯선 것이 아니다. 한 지상파방송에서는 “당신의 잠자고 있는 덕심(心)을 일깨워 새로운 ‘덕후문화’를 만드는 취향 존중 프로그램”을 자처하는 프로그램을 제작, 덕후를 ‘능력자들’이라 칭하며 제목으로 삼기도 했다. 모든 서브컬처 향유자가 덕후(오타쿠)는 아니지만 한때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던 덕후를 대중문화의 한 갈래로 보았다는 것은 서브컬처의 향유가 더 이상 소수만의 취향이 아니라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아직도 우리사회에는 서브컬처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 책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서브컬처 비평의 기능 부전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그 이유와, 그럼에도 지속돼야 할 필요성은 무엇이며, 어떻게 지속돼야 할지를 그동안 그것이 그려 온 궤적을 통해 찾아본다. 특히 한국 서브컬처의 등장과 진전 과정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냈던 만화(comics), 애니메이션(animation), 게임(digital game)에 대한 비평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한다.
따라서 이 책은 서브컬처 비평에 대한 비평이다. 특히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자체가 아닌, 이들을 둘러싼 비평에 주목한다. 책은 크게 네 개 파트, 작게는 열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첫째 파트는 서브컬처 비평의 목적과 조건, 유형 그리고 최근 서브컬처 비평에 발생하고 있는 변화들을 논의한다. 둘째 파트에서는 한국 서브컬처 비평이 지금까지 그려 온 궤적과 의미, 그 과정에서 누적돼 온 문제점을 밝히고, 셋째 파트에서는 서브컬처 비평의 방향을 정립하고, 비평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텍스트(text), 수용자, 콘텍스트(context) 차원에서 그려 본다. 마지막으로 넷째 파트에서는 서브컬처 활성화를 위해 향후 비평이 나아갈 방향을 제안한다.
방송, 게임, 만화, 팬덤 등 미디어/문화를 연구하는 저자는 “서브컬처 비평의 활성화가 가치 있는 서브컬처의 발전을 견인할 것”이라며, 서브컬처 비평의 활성화를 위해 개별 비평 주체들, 즉 창작자, 수요자, 정책 입안자, 비평가나 연구자들이 서로 긴밀히 교류하고 협력할 것을 제안한다. 문화의 다양성, 서브컬처 콘텐츠의 산업화 등을 위한 의미 있는 논의를 만날 수 있다.
200자평
서브컬처를 말하는 일이 더 이상 낯선 시대가 아니다. 그러나 예술과 문화 전반에 관한 논의에서 긍정적이지 못한 시선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서브컬처가 이제 우리 사회와 일상에서 부정할 수 없는 영향력을 지니며, 우리는 많은 시간을 그것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듯 서브컬처에 대한 우리 수용과 사회적 담론은 모순적이다. 이런 모순적 상황은 서브컬처 비평의 기능부전과도 관련된다. 한국의 서브컬처 비평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럼에도 지속돼야 할 필요성은 무엇이며, 어떻게 지속돼야 할지를 살펴본다.
지은이
강신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연구위원이다. 방송, 게임, 만화, 팬덤 등 미디어/문화에 대해 연구한다. 문화이론 전문지 <문화/과학> 편집위원, 문화체육관광부 게임문화포럼 위원,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게임광고자율규제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저·역서로 『서드 라이프: 기술혁명 시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공저, 2020), 『게임의 이론: 놀이에서 디지털 게임까지』(공저, 2019), 『81년생 마리오』(공저, 2017), 『게임포비아』(공저, 2013), 『비디오게임』(공역, 2008)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커뮤니케이션 소비로서의 랜선문화: 브이로그 수용과 ‘연결’ 개념의 확장”(2020), “게임화하는 방송: 생산자적 텍스트에서 플레이어적 텍스트로”(2019), “생산과 소비 사이, 놀이와 노동 사이: <프로듀스 48>과 팬덤의 재구성”(공저, 2019), “메타/게임으로서의 ‘게임 보기’: 전자오락 구경부터 인터넷 게임방송 시청까지”(공저, 2019), “망가의 초국가적 욕망: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들을 중심으로”(공저, 2014) 등이 있다.
차례
왜 서브컬처 비평인가
01 서브컬처 비평의 목적과 조건
02 서브컬처 비평의 유형
03 서브컬처 비평의 궤적 1: 만화 비평
04 서브컬처 비평의 궤적 2: 애니메이션 비평
05 서브컬처 비평의 궤적 3: 게임 비평
06 서브컬처 비평의 방향
07 서브컬처 텍스트 비평
08 서브컬처 수용 비평
09 서브컬처 콘텍스트 비평
10 서브컬처 비평의 새 지평을 향하여
책속으로
중요한 것은 서브컬처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우리 사회와 일상에서 부정할 수 없는 영향력을 지닌다는 사실이다. 서브컬처는 이제 우리 일상에 존재한다. 서브컬처 향유자들은 많은 시간을 그것에 투자한다.
_ “왜 서브컬처 비평인가” 중에서
남은 것은 그들의 비평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비평으로 간주해야 할 것이냐의 문제다. 하지만 애초에 ‘고급/좋은’ 비평과 ‘저급/나쁜’ 비평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전통적 비평이 추구해 온 것처럼 고급 독자만을 위한 전문적인 의미의 비평만이 비평은 아니다. 서브컬처의 특성과 그 향유자를 감안한다면 전통적인 의미의 비평 개념의 수정 혹은 확장은 필연적이다.
_ “01 서브컬처 비평의 목적과 조건” 중에서
제도화된 비평 영역이 2000년대 들어 비평에 불어 닥친 민주화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변화하는 비평의 조건과 역할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대신 무조건적인 거리두기로 일관함으로써 비평 영역과 독자를 확장하는 데 실패했다.
_ “03 서브컬처 비평의 궤적 1: 만화 비평” 중에서
만화는 비평의 ‘역할’, 애니메이션은 비평의 ‘위치’, 그리고 게임은 비평의 ‘존재’에 문제점이 집중됐다. 관련해 이들에 대한 비평이 나아갈 방향은 첫째, 독창적인 이론 및 방법론의 발굴, 둘째, 비평의 역할 (재)정립, 셋째, 총체적 통합의 불가능성/불필요성에 대한 인식으로 정리될 수 있다.
_ “06 서브컬처 비평의 방향” 중에서
콘텍스트 비평에서 주된 대상으로 삼는 것 중 하나가 서브컬처 ‘산업’이다. 서브컬처 산업이라 함은 서브컬처 텍스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경제적 행위들의 총합을 뜻한다. 이런 산업 비평은 서브컬처 작품이 어떻게 시장에서 교환되는지, 그 교환에서 가치는 어떻게 결정되는지, 시장 메커니즘과 구조는 어떤 모습을 하는지 등을 다룬다
_ “09 서브컬처 콘텍스트 비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