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전해진 소문과 숨겨진 일
≪개원천보유사(開元天寶遺事)≫는 당나라 현종(玄宗)의 치세 기간인 개원·천보 연간의 유문(遺聞 : 전해진 소문)과 일사(逸事 : 숨겨진 일)라는 뜻으로, 오대(五代)의 문인 왕인유(王仁裕)가 찬한 역사 쇄문류(歷史瑣聞類) 필기 문헌이다. 오늘날 전해지는 판본에는 현종의 치세 기간 전반에 대한 다양한 고사 145조가 수록되어 있는데, 개원 연간 초기에 정사에 전념하고 간언을 채납하며 현신을 등용하는 현종의 성군으로서의 면모를 칭송하는 고사, 요숭·송경·장구령과 같은 현상(賢相)을 칭송하는 고사, 이임보·양국충과 같은 총신(寵臣)을 비판하는 고사, 양귀비의 총애와 그녀의 병증에 관련한 고사, 현종의 형제인 오왕(五王)과 양국충의 사치와 향락 행태에 대한 고사, 장안의 명기(名妓)와 부호에 관한 고사, 명사의 고상한 풍류에 관한 고사, 길조와 흉조에 관한 고사, 신비한 기물과 기이한 동식물에 대한 고사, 궁중과 민간의 상춘(賞春) 풍습과 절기에 따른 세시 풍습에 관한 고사,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측정하는 기구에 관한 고사, 괴이한 일을 기록한 고사 등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개원천보유사≫의 내용은 전해진 소문과 숨겨진 일이라는 뜻의 “유사”를 표방했지만, 일부 고사는 사실에 근거한 사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당시 궁중과 민간의 다양한 사회생활을 반영하고 있으므로, 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당나라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필기 문헌이라고 하겠다.
≪개원천보유사≫의 문헌적 가치
첫째, ≪개원천보유사≫에는 후대 사서(史書) 편찬에 사료를 제공하거나 정사에 기술되어 있지 않은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자료들이 들어 있으므로, “보사지궐(補史之闕)”이라는 사료 필기의 가장 큰 특징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특히 자료 취사 선택에 엄격했던 ≪자치통감≫에도 ≪개원천보유사≫의 여러 이야기가 채록된 사실은 ≪개원천보유사≫의 사료적 가치를 입증해 준다.
둘째, ≪개원천보유사≫는 그 자체로 당나라 역사 쇄문류 필기 문헌의 대표작으로서 후대 소설과 희곡 창작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현종과 양귀비 관련 고사는 이후 ≪양태진외전≫·<오동우>·<장생전>의 창작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중국 문학사상 현종과 양귀비 애정 고사의 계승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그 외에도 풍몽룡(馮夢龍)의 화본 소설(話本小說) ≪성세항언(醒世恒言)≫, 청나라 무명씨의 전기 <문서대(文犀帶)> 등의 창작의 바탕이 되었다.
셋째, ≪개원천보유사≫에는 후대에 성어로 정착된 고사가 다수 실려 있으며, 당나라 때 새롭게 등장한 어휘 자료가 많이 들어 있어서, 중고 시기 한어(漢語)를 연구하는 데 참고 가치가 높다. 말등자를 끊고 말채찍을 붙든다는 뜻으로 선정을 베푼 관리의 이임을 백성이 애석해함을 말하는 절등유편(截鐙留鞭), 쉽게 무너질 권력에 의지한다는 뜻의 의빙산(依冰山), 한 이불 속의 남녀, 즉 부부를 뜻하는 피저원앙(被底鴛鴦) 등은 모두 ≪개원천보유사≫에서 비롯한 성어들이다. 또한 붉은 실로 묶는다는 뜻으로 결혼을 달리 이르는 말인 계홍사(繫紅絲), 앵무새의 별칭인 녹의사자(綠衣使者), 그네 타기의 별칭인 반선희(半仙戲), 말을 이해하는 꽃이란 뜻으로 미인을 비유하는 해어화(解語花) 등은 모두 ≪개원천보유사≫에서 새롭게 등장한 어휘들이다. 이러한 성어와 어휘는 이후 문인들의 전고 활용과 수사 기교를 풍부하게 해 주었다.
넷째, ≪개원천보유사≫에는 궁중과 민간의 세시 풍속에 관한 자료가 풍부히 들어 있어서 당나라의 생활 풍습을 이해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된다. 당시 장안 도성의 화려한 상춘(賞春) 풍습, 정월대보름의 벼슬길 점치기, 한식날의 그네 타기, 단옷날에 찹쌀로 만든 분단(紛團)과 각서(角黍) 먹기, 칠석날에 견우성·직녀성에 제사 지내고 바느질 솜씨 빌기, 추석날에 달구경하기 등 주요 절기마다 궁중과 민간에서 행하던 세시 풍습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다섯째, ≪개원천보유사≫는 일찍이 13세기 이전인 고려 시대 때 한국에 전래되어 한국 한문학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 대표적인 예로 고려 시대의 대문호 이규보(李奎報)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권4에 연작시 <개원천보영사시(開元天寶詠史詩)> 43수가 실려 있는데, 개원·천보 연간의 고사를 기록한 여러 전적을 인용하고 그 내용을 각각 칠언 절구(七言絶句) 1수씩으로 묘사했다. 그 밖에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의 문집에서도 ≪개원천보유사≫의 고사를 전고로 활용한 작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은 명대(明代) 건업(建業) 장씨(張氏) 동활자본(銅活字本) ≪개원천보유사≫를 저본으로 하고 일본 각본과 ≪고씨문방소설(顧氏文房小說)≫본·≪역대소사(歷代小史)≫본·≪사고전서(四庫全書)≫본·≪설부(說郛)≫본 ≪개원천보유사≫를 가지고 교감했으며, 베이징 중화서국(中華書局) 점교본(點校本)(2006)을 참고했다. 아울러 교감이 필요한 원문에 한해 해당 부분에 교감문을 붙였다. 또한 일본 각본에 수록된 왕인유의 자서(自序)를 보충해 실었고, <부록>에는 <왕인유전(王仁裕傳)>, <황비열(黃丕烈) 발문(跋文)>, <역대(歷代) 저록(著錄)>을 첨부했다. 국내는 물론이고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도 ≪개원천보유사≫에 대한 번역이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 책은 초역이자 완역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200자평
개원 천보 연간, 당 현종 치세의 다양한 궁중과 민간 고사
≪개원천보유사≫는 ‘당나라 현종 개원 · 천보 연간의 전해진 이야기’라는 뜻으로, 오대의 문인 왕인유가 지은 역사 쇄문류(歷史瑣聞類) 필기 문헌이다. 수많은 문학에 자취를 남긴 현종과 양귀비 고사를 중심으로 당 현종 치세의 궁중과 민간의 신기하고 재미있는 다양한 이야기 146조를 수록했다.
필기 문헌의 전문가 김장환 교수는 수많은 판본을 교감해 세계 최초로 전문을 번역 소개한다. 원문과 교감주를 첨부했을 뿐 아니라, 일본 각본에 수록된 왕인유의 자서(自序)를 보충해 실었고, <부록>에는 <왕인유전(王仁裕傳)>, <황비열(黃丕烈) 발문(跋文)>, <역대(歷代) 저록(著錄)>을 첨부했다.
지은이
≪개원천보유사(開元天寶遺事)≫의 찬자 왕인유(王仁裕, 880∼956)는 오대(五代)의 문인으로, 자는 덕련(德輦)이고 천수[天水 : 지금의 간쑤성(甘肅省) 톈수이시(天水市)] 사람이다. 젊었을 때는 글을 알지 못했고 사냥을 일삼다가 스물다섯 살에야 비로소 공부를 시작해, 문장으로 진롱[秦隴 : 지금의 산시성(陝西省)·간쑤성] 지역에 이름이 알려졌다. 당나라 말에 진주절도판관(秦州節度判官)이 되었으며, 진주가 전촉(前蜀)에 편입되자 중서사인(中書舍人)과 한림학사(翰林學士)를 지냈다. 그 후로 후당(後唐)에서는 진주절도판관·도관낭중(都官郞中)·한림학사를 지냈고, 후진(後晉)에서는 사봉좌사낭중(司封左司郞中)·간의대부(諫議大夫)를 지냈으며, 후한(後漢)에서는 한림학사승지(翰林學士承旨)·호부상서(戶部尙書)·병부상서(兵部尙書)·태자소보(太子少保)를 지냈다. 후주(後周) 세종(世宗) 현덕(顯德) 3년(956)에 77세로 생을 마쳤고, 태자소사(太子少師)에 추증되었다.
왕인유는 시문(詩文)에 능했고 음률에 밝았으며, 화응(和凝)과 함께 오대 때 문장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필기 저작으로 ≪개원천보유사≫ 외에 ≪옥당한화(玉堂閑話)≫와 ≪당말견문록(唐末見聞錄)≫ 등을 찬했으며, 시문집으로 ≪서강집(西江集)≫ 100권을 찬했지만 망실되어 전하지 않는다. 그의 전(傳)은 ≪신오대사(新五代史)≫ 권57 <잡전(雜傳)>에 실려 있다.
옮긴이
김장환(金長煥)은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세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에서 <세설신어연구(世說新語硏究)>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연세대학교에서 <위진남북조지인소설연구(魏晉南北朝志人小說硏究)>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강원대학교 중문과 교수, 미국 하버드 대학교 옌칭 연구소(Harvard-Yenching Institute) 객원교수(2004∼2005), 같은 대학교 페어뱅크 센터(Fairbank Center for Chinese Studies) 객원교수(2011∼2012)를 지냈다. 전공 분야는 중국 문언 소설과 필기 문헌이다.
그동안 쓴 책으로 ≪중국 문학의 흐름≫, ≪중국 문학의 향기≫, ≪중국 문학의 향연≫, ≪중국 문언 단편 소설선≫, ≪유의경(劉義慶)과 세설신어(世說新語)≫, ≪위진세어 집석 연구(魏晉世語輯釋硏究)≫, ≪동아시아 이야기 보고의 탄생−태평광기≫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중국 연극사≫, ≪중국 유서 개설(中國類書槪說)≫, ≪중국 역대 필기(中國歷代筆記)≫, ≪세상의 참신한 이야기−세설신어≫(전 3권), ≪세설신어보(世說新語補)≫(전 4권), ≪세설신어 성휘운분(世說新語姓彙韻分)≫(전 3권), ≪태평광기(太平廣記)≫(전 21권), ≪태평광기상절(太平廣記詳節)≫(전 8권), ≪봉신연의(封神演義)≫(전 9권), ≪당척언(唐摭言)≫(전 2권), ≪열선전(列仙傳)≫, ≪서경잡기(西京雜記)≫, ≪고사전(高士傳)≫, ≪어림(語林)≫, ≪곽자(郭子)≫, ≪속설(俗說)≫, ≪담수(談藪)≫, ≪소설(小說)≫, ≪계안록(啓顔錄)≫, ≪신선전(神仙傳)≫, ≪옥호빙(玉壺氷)≫, ≪열이전(列異傳)≫, ≪제해기(齊諧記)·속제해기(續齊諧記)≫, ≪선험기(宣驗記)≫, ≪술이기(述異記)≫, ≪소림(笑林)·투기(妬記)≫, ≪고금주(古今注)≫, ≪중화고금주(中華古今注)≫, ≪원혼지(寃魂志)≫, ≪이원(異苑)≫, ≪원화기(原化記)≫, ≪위진세어(魏晉世語)≫, ≪조야첨재(朝野僉載)≫(전 2권) 등이 있으며, 중국 문언 소설과 필기 문헌에 관한 여러 편의 연구 논문이 있다.
차례
서(序)
권상(卷上) 개원(開元)
1. 옥에 “태평”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 옥유태평자(玉有太平字)
2. 보련으로 학사를 부르다 | 보련소학사(步輦召學士)
3. 젓가락을 하사해 올곧음을 표창하다 | 사저표직(賜筯表直)
4. 말등자를 끊고 말채찍을 붙들다 | 절등유편(截鐙留鞭)
5. 뻔뻔한 얼굴이 갑옷처럼 두껍다 | 참안후여갑(慙顏厚如甲)
6. 칠보로 장식한 고좌 | 칠보산좌(七寶山座)
7. 바보 현신 | 치현(癡賢)
8. 벌과 나비가 따라다니다 | 봉접상수(蜂蝶相隨)
9. 눈을 치우고 손님을 맞이하다 | 소설영빈(掃雪迎賓)
10. 호랑이 요괴의 꿈을 꾸다 | 몽호지요(夢虎之妖)
11. 일을 기억하게 해 주는 구슬 | 기사주(記事珠)
12. 선경을 나들이하게 해 주는 베개 | 유선침(遊仙枕)
13. 나비를 따라가서 성은을 내리다 | 수접소행(隨蝶所幸)
14. 죄악을 기록한 비석 | 기악비(記惡碑)
15. 저절로 따뜻해지는 술잔 | 자난배(自暖盃)
16. 추위를 물리치는 무소뿔 | 벽한서(辟寒犀)
17. 서신을 전하는 비둘기 | 전서합(傳書鴿)
18. 붉은 실을 잡아당겨 부인을 얻다 | 견사취부(牽絲娶婦)
19. 잘나가는 벗 | 호우(豪友)
20. 금수를 부르는 쇠판 | 환철(喚鐵)
21. 앵무새가 사건을 알려 주다 | 앵무고사(鸚鵡告事)
22. 상서로운 숯 | 서탄(瑞炭)
23. 얼음을 떼어 내 차를 끓이다 | 고빙자명(敲冰煮茗)
24. 속세 밖의 교유 | 물외지유(物外之遊)
25. 꽃나무의 요상한 변화 | 화요(花妖)
천보 상(天寶上)
26. 꽃 위의 금방울 | 화상금령(花上金鈴)
27. 칠보로 장식한 벼루 화로 | 칠보연로(七寶硏鑪)
28. 요상한 촛불 | 촉요(燭妖)
29. 꿈에 옥연이 품으로 들어오다 | 몽옥연투회(夢玉鷰投懷)
30. 음식을 탐하는 등잔 | 참등(饞燈)
31. 아름다운 자태를 돋보이게 하는 꽃 | 조교화(助嬌花)
32. 병을 비춰 보이는 거울 | 조병경(照病鏡)
33. 정욕을 돋우는 꽃 | 조정화(助情花)
34. 눈짓으로 사람을 홀리다 | 안색미인(眼色媚人)
35. 불길한 일을 경고하는 칼 | 경악도(警惡刀)
36. 꿈속에서 잉태하다 | 몽중유잉(夢中有孕)
37. 황금 조롱 속의 귀뚜라미 | 금롱실솔(金籠蟋蟀)
38. 촛불을 든 노복 | 촉노(燭奴)
39. 술을 깨우는 풀 | 성취초(醒醉草)
40. 동이 연못의 물고기 | 분지어(盆池魚)
41. 꽃구경하는 말 | 간화마(看花馬)
42. 향긋한 살갗에 손을 녹이다 | 향기난수(香肌暖手)
43. 금빛 옷을 입은 공자 | 금의공자(金衣公子)
44. 꽃 깔개 | 화인(花裀)
45. 한을 녹이는 꽃 | 소한화(銷恨花)
46. 취한 가마 | 취여(醉輿)
47. 기녀 장벽 | 기위(妓圍)
48. 풍류의 숲과 못 | 풍류수택(風流藪澤)
49. 얼음산에 의지하다 | 의빙산(依冰山)
50. 새들이 가는 수레를 에워싸다 | 금옹행거(禽擁行車)
51. 거울에 비친 모습이 “상” 자를 이루다 | 경영성상자(鏡影成相字)
52. 시각을 아는 참새 | 지경작(知更雀)
53. 말라 죽은 소나무가 다시 살아나다 | 고송재생(枯松再生)
54. 미친 듯이 마시다 | 전음(顚飮)
55. 남편을 고르는 창 | 선서창(選婿窗)
56. 사방에서 신으로 섬기다 | 사방신사(四方神事)
57. 곧바로 복을 받다 | 입유화복(立有禍福)
58. 봄을 옮기는 울타리 | 이춘함(移春檻)
59. 얼음산으로 더위를 피하다 | 빙산피서(冰山避暑)
60. 황금 동전을 던지며 놀다 | 희척금전(戲擲金錢)
61. 분단 쏘아 맞히기 | 사단(射團)
권하(卷下) 천보 하(天寶下)
62. 벼슬자리를 점치다 | 탐관(探官)
63. 등촉을 치우다 | 살거등촉(撒去燈燭)
64. 칼과 창이 저절로 울리다 | 도창자명(刀槍自鳴)
65. 부자 소굴 | 부굴(富窟)
66. 침상가에서 향로를 든 시동 | 상반향동(牀畔香童)
67. 용 가죽 부채 | 용피선(龍皮扇)
68. 붓끝에서 꽃이 피어나는 꿈을 꾸다 | 몽필두생화(夢筆頭生花)
69. 술을 깨게 하는 꽃 | 성주화(醒酒花)
70. 거미줄로 바느질 솜씨를 점치다 | 주사복교(蛛絲卜巧)
71. 야광 지팡이 | 야명장(夜明杖)
72. 군의 신이 자사를 영접하다 | 군신영로(郡神迎路)
73. 현의 요사한 신이 간담이 서늘해지다 | 현요파담(縣妖破膽)
74. 금가루로 쓴 첩지 | 이금첩자(泥金帖子)
75. 기쁜 소식 | 희신(喜信)
76. 이불 속의 원앙새 | 피저원앙(被底鴛鴦)
77. 반신선 놀이 | 반선지희(半仙之戲)
78. 바람을 살피는 깃발 | 상풍정(相風旌)
79. 비를 점치는 돌 | 점우석(占雨石)
80. 불을 향해 몰려드는 거지 | 향화걸아(向火乞兒)
81. 차양을 엮어 더위를 피하다 | 결붕피서(結棚避暑)
82. 얼음 젓가락 | 빙저(冰筯)
83. 닭 우는 소리가 사랑을 끊다 | 계성단애(雞聲斷愛)
84. 바람을 점치는 방울 | 점풍탁(占風鐸)
85. 산 원숭이가 시각을 알려 주다 | 산원보시(山猿報時)
86. 나들이 나온 수레 덮개가 푸른 구름에 나부끼다 | 유개표청운(遊蓋飄靑雲)
87. 붉은 얼음 | 홍빙(紅冰)
88. 황금 동전을 던져 침소 시중을 내기하다 | 투금전도침(投金錢賭寢)
89. 정신이 번쩍 들다 | 정신돈생(精神頓生)
90. 구두 판결문 | 구안(口案)
91. 말로 하는 형벌 | 언형(言刑)
92. 넋을 나가게 하는 다리 | 소혼교(銷魂橋)
93. 모기를 쫓는 것처럼 악을 물리치다 | 축악여구문예(逐惡如驅蚊蚋)
94. 말을 쉬게 하는 술 | 헐마배(歇馬杯)
95. 아궁이 불씨를 불어 책을 비추다 | 취화조서(吹火照書)
96. 황금 패로 술을 끊다 | 금패단주(金牌斷酒)
97. 문장 진영의 뛰어난 장수 | 문진웅수(文陣雄帥)
98. 날아가는 깃털을 쏘다 | 사비모(射飛毛)
99. 눈물 화장 | 누장(淚粧)
100. 싸울거리를 찾는 닭 | 색투계(索鬭雞)
101. 살 진영 | 육진(肉陣)
102. 편지를 전하는 제비 | 전서연(傳書鷰)
103. 등잔 하녀 | 등비(燈婢)
104. 말을 할 줄 아는 꽃 | 해어화(解語花)
105. 기름 먹인 장막 | 유막(油幕)
106. 꽃싸움 | 투화(鬭花)
107. 치마 휘장 | 군악(裙幄)
108. 봉황 숯 | 봉탄(鳳炭)
109. 문단의 원수 | 문수(文帥)
110. 바느질 솜씨를 비는 누대 | 걸교루(乞巧樓)
111. 꽃이슬을 마시다 | 흡화로(吸花露)
112. 옥을 머금어 침을 삼키다 | 함옥연진(含玉嚥津)
113. 붉은 땀 | 홍한(紅汗)
114. 황금 함 | 금함(金函)
115. 거울을 두드려 월식을 구하다 | 격감구월(撃鑑救月)
116. 천금 가치의 노래 | 가치천금(歌直千金)
117. 뱃속의 허리칼 | 육요도(肉腰刀)
118. 가리개로 가리고 노래하다 | 격장가(隔障歌)
119. 높다란 수레에 여악을 태우다 | 누거재악(樓車載樂)
120. 발바리가 바둑판을 엎다 | 와자란국(猧子亂局)
121. 구름을 가르는 이 | 결운아(決雲兒)
122 대형 온천탕 16곳 | 장탕십육소(長湯十六所)
123. 비단 기러기 | 금안(錦鴈)
124. 야광 베개 | 야명침(夜明枕)
125. 금계를 그려 장식한 가리개 | 금계장(金雞障)
126. 100개의 가지가 달린 등촉 걸이 | 백지등수(百枝燈樹)
127. 1000개의 등촉 더미 | 천거촉단(千炬燭團)
128. 발 달린 봄볕 | 유각양춘(有脚陽春)
129. 찬란한 꽃 같은 담론 | 찬화지론(粲花之論)
130. 취한 성인 | 취성(醉聖)
131. 까치가 기쁜 소식을 알리다 | 영작보희(靈鵲報喜)
132. 굴러가는 탄환 같은 언변 | 주환지변(走丸之辯)
133. 봄놀이 | 탐춘(探春)
134. 얼음 조각 짐승을 왕공에게 선물하다 | 빙수증왕공(冰獸贈王公)
135. 사향을 씹은 담론 | 작사지담(嚼麝之談)
136. 취중의 말 | 취어(醉語)
137. 따뜻한 옥안장 | 난옥안(暖玉鞍)
138. 온갖 보석으로 장식한 울타리 | 백보란(百寶欄)
139. 네 가지 향으로 치장한 누각 | 사향각(四香閣)
140. 오이를 사듯이 사람을 임용하다 | 임인여시과(任人如市瓜)
141. 눈발이 머리에 가득하다 | 설자만두(雪刺滿頭)
142. 참을 ‘인’ 자 | 인자(忍字)
143. 풍류 진영 | 풍류진(風流陣)
144. 달구경하는 누대 | 망월대(望月臺)
145. 대나무의 의리 | 죽의(竹義)
146. 미인이 붓에 입김을 불다 | 미인가필(美人呵筆)
육자휼(陸子遹) 간기(刊記)
부록
1. 왕인유전(王仁裕傳)
2. 황비열(黃丕烈) 발문(跋文)
3. 역대(歷代) 저록(著錄)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서(序)
나는 [후당(後唐) 장종(莊宗 : 이존욱)이] 촉(蜀 : 전촉)을 정벌한 해(925)에 성명하신 천자[장종]를 알현하러 입조하면서 진(秦) 땅을 경유해 호도(鎬都 : 호경)를 유람했는데, 그곳에 당(唐)나라의 유풍(遺風)과 명황(明皇 : 현종)의 옛 자취가 있어서 모두 눈을 들어 볼만했다. 그래서 사실을 찾아 구하고 민간의 얘기를 채록했는데, 개원(開元) 연간(713∼741)과 천보(天寶) 연간(742∼756)의 전해진 고사 수백여 건 중에서 평범하거나 비루한 것을 삭제하고 기이한 것을 모아 엮어 모두 1권으로 만들었다. 총 159조의 고사는 모두 이전의 책에 실려 있지 않은 것으로 제목을 ≪개원천보유사≫라고 했다. 비록 풍속과 교화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또한 이야깃거리에 이바지할 수는 있으니, 통달한 식견을 지닌 선비들은 양찰하고 꾸지람하지 마시라.
젓가락을 하사해 올곧음을 표창하다(賜筯表直)
송경(宋璟)이 재상이 되자 조야(朝野)의 인심이 그를 찬미했다. 당시 봄날의 어연(御宴)에서 황제[현종]가 쓰고 있던 황금 젓가락을 내신(內臣 : 환관)에게 명해 송경에게 하사하게 했다. 송경은 비록 하사한 것을 받았지만 그 연유를 알지 못해 감히 감사를 드리지 못했다. 황제가 말했다.
“하사한 물건은 경에게 황금을 하사한 것이 아니오. 대개 경에게 젓가락을 하사한 것은 경의 올곧음을 표창하기 위함이오.”
송경은 마침내 대전을 내려가서 감사의 절을 올렸다.
붉은 실을 잡아당겨 부인을 얻다(牽絲1娶婦)
곽원진(郭元振 : 곽진)은 젊었을 때 풍채가 멋졌고 재주와 기예를 지니고 있었는데, 재상 장가정(張嘉貞)이 그를 사위로 맞이하고 싶어 했다. 곽원진이 말했다.
“공의 슬하에 따님 다섯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 누가 못났는지 아직 알지 못합니다. 이 일은 갑자기 결정할 수 없으니 다시 기다렸다가 살펴보겠습니다.”
장가정이 말했다.
“내 딸들은 각자 고운 자태를 지녔지만 누가 그대의 배필인지는 모르겠네. 그대는 풍채와 기골이 빼어나서 비범한 사람이네. 나는 다섯 딸에게 각자 휘장 앞에서 실을 들고 있게 하고 그대에게 [마음에 드는 실을] 잡아당기게 해서 선택받은 사람이 그대를 남편으로 삼게 하고자 하네.”
곽원진은 흔쾌히 그 명을 따르기로 하고 마침내 붉은 실을 잡아당겨 셋째 딸을 얻었는데, 자색이 대단했으며 나중에 과연 남편을 따라 존귀해졌다.
말을 할 줄 아는 꽃(解語花)
명황(明皇 : 현종)은 가을 8월, 태액지(太液池)에 천엽백련(千葉白蓮) 몇 가지의 꽃이 활짝 피자, 귀척(貴戚)들과 함께 연회를 열어 감상했는데, 좌우 사람들이 모두 감탄하며 탐냈다. 한참 후에 황제가 양귀비(楊貴妃)를 가리키며 좌우 사람들에게 말했다.
“어찌 나의 해어화만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