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베르펠의 극작품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드라마로 상징적이고 환상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그가 심혈을 기울여 쓴 최초의 본격적인 대규모 드라마로서 동시대 비평가들에 의해 주제와 형식 면에서 표현주의적 파우스트 드라마로 간주되었다. 인간 자아가 실존적 자아와 허상적 자아로 분열되어 갈등을 일으키는 내용으로 베르펠 극작의 정점을 이루는 동시에 작가의 표현주의 시기를 마감하는, 어느 정도는 자전적 요소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제1부 거울
‘타말’이 존재에 회의를 느끼고 영적 평온을 얻고자 수도원을 찾는다. 수도원에서 만난 고명한 수도승으로부터 인생론에 대한 설교를 듣지만 그 심오한 뜻은 헤아리지 못한다. 우연히 거울 앞에 선 타말은 거울 속에 일그러진 자신의 상을 향해 총을 쏘고 조각 난 거울에서 타말의 제2의 자아, ‘거울인간’이 풀려난다. 타말과 거울인간은 인류 구원과 해방의 길에 동행하게 된다.
제2부 하나씩 차례로
거울인간은 타말로 하여금 허영과 광기에 찬 모든 유혹의 과정을 겪게 한다. 타말은 이때마다 유혹에 빠져 아버지를 살해하거나, 절친한 친구의 아내를 유혹하거나, 임신한 연인을 버림으로써 자식의 죽음을 초래하는 등 죄를 저지른다. 이타적 사명감에서 민중의 해방자를 자처하지만 스스로를 신격화하는 오만에 빠지고 결국 또 다른 혁명 세력의 등장으로 실각하게 된다.
제3부 창문
타말이 타락하고 허약해질수록 거울인간의 힘은 타말의 통제가 미치지 못할 정도로 커졌다. 마지막 심판의 순간, 타말로 인해 고통 받았던 부친과 친구, 연인이 증인으로 나서 타말을 변호하자 타말은 자신의 죄를 스스로 용서할 수 없게 된다. 타말이 자신에게 사형선고를 내림으로써 양심을 회복하자 거울인간은 사라지고 이 모든 과정이 타말에 대한 시험이었음이 드러난다.
200자평
프란츠 베르펠의 3부작 드라마. 괴테의 <파우스트>를 연상시켜 표현주의 <파우스트> 극이라 불렸다. 국내에는 처음 번역, 소개된다.
지은이
프란츠 베르펠(Franz Werfel)은 20대에 발행한 첫 시집으로 당시의 독자들을 열광케 했으며, 같은 표현주의 세대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 휘트먼의 영향을 받은 찬미가풍의 격정적인 표현주의 시집 ≪세계의 친구≫(1911) 발표 이후 낭송자로서도 명성을 떨쳤다.
드라마 분야에서는 먼저 <거울인간>(1921) 등 상징적이고 다소 과장된 수사학적 표현의 이념 극 내지 구원 극을 썼는데, 점차로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다룬 희곡들로 극작 영역을 넓혀 간다. 미국에서 저술한 후기 작품에는 근본적으로 세계관이 다른 두 이민자의 운명을 다룬 희극 <야코보프스키와 대령> (1945), 현대판 신곡으로 구상되었으나 오히려 미래과학 공상 소설에 가까운 <태어나지 않은 자들의 별>(1946)이 있다. 특히 앞의 작품은 독일어로 쓰인 가장 뛰어난 희극 중 하나로 꼽힌다.
십여 편의 드라마, 수많은 시와 단편, 아홉 편의 완성된 장편소설 및 두 편의 미완성 장편소설 외에 방대한 에세이들을 남겼다.
옮긴이
김충남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본대학교에서 독문학을 수학했으며, 뷔르츠부르크대학 및 마르부르크대학교 방문교수, 체코 카렐대학교 교환교수를 지냈다. 1981년부터 한국외국어대학교에 재직하면서 외국문학연구소장, 사범대학장, 한국독어독문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세계의 시문학≫(공저), ≪민족문학과 민족국가 1≫(공저), ≪추와 문학≫(공저), ≪프란츠 카프카. 인간· 도시·작품≫, ≪표현주의 문학≫이 있고, 역서로는 게오르크 카이저의 ≪메두사의 뗏목≫, ≪아침부터 자정까지≫, 페터 슈나이더의 ≪짝짓기≫,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헤르만 전쟁≫, 에른스트 톨러의 ≪변화≫, 프란츠 베르펠의 ≪거울인간≫, ≪야코보프스키와 대령≫, 프리드리히 헤벨의 ≪니벨룽겐≫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응용미학으로서의 드라마-실러의 ‘빌헬름 텔’ 연구], [신화의 구도 속에 나타난 현재의 정치적 상황-보토 슈트라우스의 드라마 ‘균형’과 ‘이타카’를 중심으로], [최근 독일문학의 한 동향: 페터 슈나이더의 경우], [베스트셀러의 조건-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의 경우] 외에 독일 표현주의 문학과 카프카에 관한 논문이 다수 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명예교수로 ‘독일 명작 산책’과 ‘독일 작가론’을 강의하고 있다.
차례
제1부 거울 ····················5
제2부 하나씩 차례로 ···············51
제3부 창문 ···················163
해설 ······················247
지은이에 대해 ··················267
옮긴이에 대해 ··················271
책속으로
타말: (굳은 표정으로 일어선다.)
나는 과거와 현재에 저지른 행위를
속죄하고자 합니다.
사랑을 죽여 버린 나, 생채기투성이의 발로
나의 길을 가기로 결정합니다!
나는 보다 큰 재앙을 불러일으켰으며,
인류의 미래가 나로 인해 병들었습니다!!
오, 아이여! 오, 아이여! 미래의 생명의 양식이
이 고통의 싹을 짊어지다니! 아, 나는
나에게 판결을 내립니다!
사형을! (쓰러지며) 사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