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프 알브 왕자 이야기 / 시어머니와 세 며느리

김성기가 옮긴 이온 크레안거(Ion Creangă)의 ≪하라프 알브 왕자 이야기/시어머니와 세 며느리(Povestea lui Harap Alb/Soacra cu trei nurori)≫

민담의 힘
말로 전하는 이야기는 단순하다. 과격하게 단순해서 글로 전하면 끔찍하고 의아하다.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을까? 오래 산 사람들은 사람이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주인님, 기분이 얼마나 상쾌한지 모르시지요. 날아갈 것 같아요. 주인님도 들어가서 얼마나 시원한지 맛보세요. 깃털처럼 가벼운 기분이 들 정도로 편안해지실 겁니다….”
왕자는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젊은 사람이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도 못했다. 그래서 그의 말만 믿고 우물 속으로 들어갔다. 시원한 기분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수염 없는 남자는 꽝 하고 우물 뚜껑을 닫아 버렸다.
＜하라프 알브 왕자 이야기＞, ≪하라프 알브 왕자 이야기/시어머니와 세 며느리≫, 이온 크레안거 지음, 김성기 옮김, 35쪽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수염 없는 남자가 교활한 꾀를 내 왕자를 우물에 가두었다.

왕자는 어쩌다 수염 없는 남자를 만난 것인가?
왕자는 큰아버지 초록 황제의 황위를 계승하러 초록 왕국으로 떠났다. 아버지는 수염 없는 남자를 피하라고 경고했다. 길을 잃고 헤매는데 그가 나타난다. 도움을 받고 나서 안심하고 그를 길 안내자 겸 하인으로 삼았다.

우물에 갇힌 왕자는 어떻게 되는가?
수염 없는 남자에게 복종과 충성을 맹세하고 우물에서 빠져나온다. 왕자는 하라프 알브라는 이름의 하인이 되어 그와 초록 왕국으로 간다.

큰아버지가 조카를 모르는가?
둘은 만난 적이 없었다. 수염 없는 남자가 건네는 왕의 편지를 읽은 초록 황제는 그를 조카로 맞아들인다.

진짜 왕자는 어떻게 되는가?
수염 없는 남자에게 학대받는다. 공주들은 왕자를 동정하고 외모와 마음씨에서 동질감을 느낀다. 자신의 정체가 들통 날까 두려웠던 수염 없는 남자는 왕자에게 세 가지 임무를 주어 그를 죽이려 한다.

세 가지 임무는 무엇인가?
곰의 정원에서 나물을 가져오는 것, 사슴의 숲에 들어가 보석으로 장식한 사슴 머리를 가져오는 것, 포악한 붉은 황제의 교활한 공주를 데려오는 것이다.

곰의 정원에서 나물을 가져오는 데 성공하는가?
성 일요일 요정의 도움으로 첫째 임무와 둘째 임무를 무사히 마친다.

성 일요일 요정은 누군가?
일요일을 의인화한 인물이다. 선을 베푼다. 초록 왕국으로 떠나기 전에 왕자는 할머니에게 적선한 일이 있었다. 그 할머니가 성 일요일 요정이었다.

붉은 황제의 교활한 공주를 데려올 수 있을까?
마지막 임무에도 성공한다. 개미와 벌, 얼음장군·먹깨비·술고래·외눈박이·새잡이-넓히리-늘림이 등 괴물이 도와주어 붉은 왕국의 공주를 초록 왕국으로 데려온다.

이제 수염 없는 남자는 무얼 하나?
정체가 탄로 난다. 그는 분개해 왕자의 머리를 단칼에 베어 버린다. 그러자 왕자의 말이 수염 없는 남자를 죽인다.

왕자는 죽고 마는가?
붉은 왕국의 공주가 살려 낸다. 머리를 제자리에 놓은 뒤 사과나무 가지를 들고 주위를 돌면서 피를 멈추는 죽음의 물과 가죽을 붙이는 생명수를 떨어뜨렸다.

왕자와 붉은 왕국의 공주는 어떻게 되는가?
초록 황제에게 사랑과 충절을 맹세한다. 초록 황제는 그들을 축복하고 왕국을 물려준다.

＜하라프 알브 왕자 이야기＞는 어떤 작품인가?
루마니아의 대표 동화다. 1877년 이온 크레안거가 루마니아 민담을 소재로 창작했다.

하라프 알브는 무슨 뜻인가?
하라프(Harap)는 아랍(Arab)에서 나온 고대 루마니아어로 흑인이나 무어인을 뜻하고, 알브(Alb)는 하얀색을 뜻한다.

도깨비와 요정, 마법에 걸린 동물까지, 너무 복잡한 것 아닌가?
온갖 동화적 요소가 등장한다. 다양한 소재를 단일한 주제로 훌륭하게 엮어 냈다. 묘사, 대화, 감탄사, 민속 시를 적절하게 활용해 서술 기법 또한 뛰어나다.

이 오래된 민담은 현대에 무엇이 되었나?
이온 포페스쿠고포는 공상 영화를, 스텔리안 추를레아는 포스트모던 소설을, 산두 플로레아는 만화를 만들었다.

＜시어머니와 세 며느리＞의 스토리 라인은?
어수룩한 세 아들을 둔 심술궂은 할멈이 있다. 할멈은 순종적이고 부지런한 며느리를 맞아 시어머니 노릇을 톡톡히 한다. 그러나 꾀 많은 막내며느리가 들어와 시어머니를 골탕 먹인다. 며느리들은 시어머니와 앙숙이 되고 잔인하게 죽인다.

캐릭터는 어떻게 묘사되는가?
두 며느리는 우둔하고 막내며느리는 간사하며 시어머니는 고지식하다. 인물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평면적으로 묘사한다.

단순성의 목적은 무엇인가?
구전의 특수성을 살린 것이다. 내용을 단순하고 간결하게 전달할 수 있다.

이온 크레안거는 누구인가?
루마니아의 대표 고전 작가이자 도덕가다.

작가가 도덕가인 이유는 무엇인가?
그의 작품이 루마니아의 영혼을 표현하고 사회 공존의 길잡이가 되기 때문이다.

어떻게 살다 갔는가?
1839년 루마니아 동북부의 마을 후물레슈티에서 태어났다. 부제(副祭)와 학교 교사를 지냈다. 1875년에 루마니아의 국민 시인 에미네스쿠와 사귀어 문학 단체 주니메아에 가입했다. 교훈성과 윤리성을 보이는 그의 초기작은 학교 교과서에 실렸다.

크레안거 문학의 특징은 무엇인가?
민속적인 문체와 유머다. 단어를 창조하고 민속어를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속담, 격언, 상투어 등을 자연스럽게 구사해 마치 이야기를 직접 구연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당신은 왜 그의 작품을 옮겼는가?
그의 작품이 루마니아의 전통과 풍습, 루마니아인의 생활 모습을 재미있게 보여 주기 때문이다. 그가 그려 내는 즐거움과 웃음은 관습과 사회계급에서 독자를 해방한다. 평등한 감정과 친근감을 갖게 해서 자유로운 민속 축제의 세계로 안내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성기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루마니아어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