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언론의 윤리 감각 실조증
<특집> 416 커뮤니케이션 9. 우리 언론의 윤리 감각 실조증
그들은 무엇에 쫓긴 것인가?
졸속 보도와 기만 보도, 무책임 보도의 결과는 언론 불신이다. 진실 보도의 윤리, 의제 설정의 책무보다 더 급한 것이 있었는가? 그것이 고작 시청률과 페이지뷰였는가?
당신의 연구 분야에서 416은 무엇인가?
416은 미디어 윤리의 총체적 실종이다. 우리 미디어의 윤리가 얼마나 취약한지, 윤리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여실히 보여 주었다.
지켜야 할 미디어 윤리 가치는 무엇이었나?
미디어 윤리의 기본은 진실 보도이고 윤리를 실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416 보도에서 우리 언론이 무시한 윤리 규범은 무엇인가?
진실 보도를 위한 사실 검증을 하지 않았다. 피해자와 유가족의 인권 보호를 추구하지 않았다. 핵심적인 윤리 가치를 무시한 것이다.
우리 언론의 윤리 불감증의 심각성은 어디서 확인되는가?
정부 기관의 발표를 합리적 의심이나 배경 조사 없이 그대로 발표한 것은 윤리 위반이다.
단순 전달도 심각한 문제인가?
정부의 발표가 잘못된 것이라면 언론이 단순 전달했다는 변명으로 윤리적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속보 경쟁의 비윤리 요인은 무엇인가?
추후에 차분히 살펴서 보도해도 좋을 보상금 문제를 서둘러 보도하는 행위도 윤리 위반의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416 분석에서 당신의 키워드는 무엇인가?
미디어의 잘못된 취재 보도 관행, 선정적 보도, 오보, 속보 경쟁, 어뷰징, 사실 검증의 부재, 인권 의식 희박이다.
어뷰징은 어떤 비윤리 행위인가?
어뷰징(abusing)이란 주로 인터넷 언론에서 PV(Page View)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비윤리 행위다. 단순히 제목만 바꾸어 마치 새로운 기사인양 후속 보도하여 클릭 수를 높이는 짓인데 기만적 보도 방식의 한 유형이다.
416에서 어뷰징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는가?
인터넷을 통한 보도와 방송 보도에서 모두 볼 수 있었다. 시청자를 화면에 잡아 두기 위한 목적으로 새로 들어온 뉴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속보인 듯 보이게 하는 보도가 많았다.
인권 의식의 희박성은 어디서 확인할 수 있는가?
피해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무리한 인터뷰를 시도하고 구조된 학생들이 치료를 받는 병원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을 봤다. 인권 의식을 찾아볼 수 없는 행태다. 구조된 학생들이 담요를 찾았던 이유가 추위 때문이 아니라 카메라를 피하기 위해서 그랬다는 지적을 언론은 새겨들어야 한다.
당신은 416을 무엇이라 정의하는가?
잘못된 취재 보도 관행으로 국민의 신뢰에 깊은 상처를 남긴 미디어다. 그들은 좀 더 잘할 수 있었다!
언론이 좀 더 잘할 수 있었다면 왜 하지 않은 것인가?
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못한 것이다. 재난 보도 준칙도 없었고 언론사별 취재 조정도 되지 않았다.
무엇을 어떻게 했다면 더 잘할 수 있었는가?
신속성보다 정확성에 더 큰 초점을 두었다면 더 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신속하게 보도하려다 오보가 발생하는데 오보 때문에 국민들의 분노와 허탈과 트라우마가 커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언론이 속보 경쟁의 본능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특종과 속보에 대한 우리 언론 취재 보도의 관행이 개선되지 않으면 고급 언론은 언감생심이다.
우리 언론이 국민에게 남긴 상처는 무엇인가?
그래도 언론은 믿어야 한다는 국민의 기대, 언론이 사실을 올바로 보도하려고 노력한다는 일말의 기대감과 신뢰감이 무너졌다. 국가는 물론이고 언론도 믿지 못하겠다는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우리 언론의 윤리 불감증의 원인은 뭔가?
‘언론 윤리’에 대한 준수 의식이 희박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윤리 강령이나 개별 보도 준칙 등이 있으나 규정 다 지키면서 보도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일단 보도하고 문제가 있으면 이후에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면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렇게 깊은 보도 관행이 개선될 수 있겠는가?
각종 매체 관련 법에서 규정해야 한다. 각 언론사 또는 기자협회에서 재난 보도 준칙을 마련해야 한다.
기자협회의 인권 보도 준칙이 있지 않은가?
여기에는 재난 보도 시기의 인권 보호에 대한 규정이 없다. 가능한 한 빨리 개선돼야 한다.
416 보도에서 저널리즘의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한 매체는 무엇인가?
역할을 다한 매체는 찾기 힘들다. 믿을 수 있는 매체와 그렇지 못한 매체는 나눌 수 있겠다. JTBC와 외신 미디어는 제 기능을 했다고 할 수 있다.
JTBC도 초기 무리한 취재가 있지 않았나?
그랬다. 그러나 문제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하면서 사건 보도를 사실에 근거하여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외신 미디어가 신뢰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뭔가?
국내 미디어에 가해지는 사측의 무리한 취재 지시나 속보 경쟁의 압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것으로 보인다.
416 보도에서 우리 매체가 짊어진 첫 번째 책무는 무엇이었나?
사건 초기에 국민이 하나로 단결할 수 있도록 보도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다. 미디어는 사실의 전달뿐만 아니라 사실을 올바로 해석해 적정한 의미를 국민에게 전달해야 한다.
윤리를 지키는 언론과 지키지 않는 언론의 가장 큰 차이는 뭔가?
2013년 ≪뉴욕타임스≫가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사건을 보도할 때 나타난 신중함을 보라. 다른 언론이 신속 보도를 위해 우왕좌왕할 때 그들은 끝까지 사실 검증에 노력했고 다른 언론이 보도한 내용에 대해서도 확신이 서지 않으면 보도하지 않았다. 이것이 ≪뉴욕타임스≫를 ≪뉴욕타임스≫로 만든 이유다. 우리나라도 중심을 잡아 주는 언론이 필요하다. 보도의 정확성과 신중함이 윤리를 지키려는 언론과 그렇지 않은 언론의 구분 기준이 될 수 있다.
당신의 연구 분야에서 416은 앞으로 어떻게 연구되어야 하는가?
윤리를 지키는 언론이 좋은 언론이다. 언론이 윤리를 지키지 못하는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분석하는 데서 연구가 시작되어야 한다.
당신의 416은 무엇인가?
안타까움이다. 솔직히 말한다. 우리 언론은 지금보다는 더 잘할 수 있다. 더 잘해야 한다.
이재진
이재진은 한양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다. <<미디어 법>>, <<미디어 윤리>>, <<한국언론윤리법제의 현실과 쟁점>>, <<언론과 명예훼손 소사전>>, <<언론 자유와 인격권>>, <<인터넷 언론 자유와 인격권>>, <<저널리즘의 이해>>, <<표현, 언론, 그리고 집회결사의 자유>>와 같은 책을 썼고 한국언론법학회 연구이사, 인터넷윤리학회 이사와 같은 일을 한다. 416과 언론의 보도를 지켜보면서 그의 마음에 남은 것은 안타까움이다. 언론이 보도와 의제의 윤리와 책무를 다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결과를 볼 수 있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차 피해자와 이차 피해자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헤어나기 힘든 트라우마에 빠져든 데는 언론의 윤리 실조증이 큰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언론이 왜 그렇게밖에 하지 못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