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뷔히너의 마지막 작품 <보이체크>(1836∼?)는 오늘날 뷔히너의 작품 중에서 가장 무대에 많이 오르는 작품이다. 12음계를 창안한 작곡가 알반 베르크에 의해 1921년에 <보체크(Wozzeck)>라는 이름으로 오페라로 만들어진 이래로 이 작품은 음악 애호가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에서도 <보이체크>는 브레히트의 작품들과 더불어 독일 희곡작품 중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이다. 뷔히너는 <보이체크>를 통해 현대 (희곡)문학의 내용과 형식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 작품은 독일문학사에서 ‘추(醜)의 미학’의 효시를 이루는 작품으로, 독일문학사상 최초로 제4계급, 즉 하층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레옹스와 레나>(1836년 초여름∼?)는 뷔히너의 작품 중 그 소재를 역사에서 취하지 않은 유일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뷔히너가 독일의 한 유수 출판사가 주관하는 현상모집에 응모할 생각으로 집필했지만 송고(送稿)가 기일 내에 이루어지지 못해 미개봉된 채 반송된 작품이다. <보이체크>와 <당통의 죽음>이 비극작품이라면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이 밝히고 있듯이 희극작품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정의 하자면 이 작품은 대부분의 현대 희극이 그러하듯이 희비극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품 텍스트의 ‘기표’는 희극적이지만 ‘기의’는 비극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언어와 행동은 희극적이지만, 이들 언어와 행동 뒤에 감추어진 여백, 즉 행간에서는 비극적인 상황이 읽혀진다. 좀 더 엄밀하게 말하면, 이들 언어와 행동이 희극적이면 희극적일수록 행간의 이야기는 그만큼 더 비극성을 띤다.
200자평
24세의 나이에 요절한 독일의 천재 작가 게오르크 뷔히너의 천재성이 여실히 드러난 <보이체크>는 독일문학 사상 최초로 하층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뷔히너는 이 작품에서 단일 사회의 산물인 폐쇄극 형식을 과감히 폐기하고 다양한 현대 사회를 조명할 수 있는 개방 형식을 도입했다. 그는 이 형식을 통해 주인공 보이체크가 몸담은 사회의 모순과 파괴를 형상화했다. 또한 <레옹스와 레나>를 통해 오만의 찬 이상주의자의 이상이라는 것은 결국 허상에 지나지 않음을 폭로하고 있다.
지은이
게오르크 뷔히너(Georg Büchner)는 하센 주 다름슈르트 부근의 고델라우에서 의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인문학교에서 중등 교육을 받았지만 의사인 아버지의 강요로 슈트라스부르그에서 의학을 수학하였다. 유복한 시민계급으로 미래가 보장된 신분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기센에서 <인권협회>를 조직하고 팜플릿 《헤센급전(Der Hessische Landbote)》을 만들어 반체제운동과 농민투쟁에 앞장서게 된다. 1835년 희곡 《당통의 죽음(Dantons Tod)》을 발표하고 이어 단편 《렌츠(Lenz)》와 희극 《레옹스와 레나(Leonce und Lena)》를 썼다. 유작으로 《보이체크(Woyzeck)》가 있다. 한편으로 해부학 연구를 계속하여 1836년 취리히 대학의 초빙을 받았지만 장티푸스에 걸려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만다.
그가 취리히의 크라우트가르텐 공동묘지에 묻히던 날 장례식에는 많은 이들이 참석하여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독일 자연주의 문학을 창도한 하우프트만은 1887년에 베를린의 어느 문학협회가 개최한 강연회에서 뷔히너의 “힘 있는 언어”와 “생생한 묘사” 그리고 “자연주의적 인물 서술”을 극찬하였다. 뷔히너는 불과 4편밖에 안 되는 작품으로 독일문학을 개방문학으로 인도함으로써 현대를 선취한 작가다.
옮긴이
임호일은 고려대학교 독문학과에서 학사, 석사 과정을 마치고 독일 뮌헨과 마인츠 대학에서 수학, 오스트리아 그라츠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동국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독어독문학회 부회장, 한국 뷔히너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였다. 역서로 《변증법적 문예학》(플로리안 파센 저), 《진리와 방법》(한스-게오르크 가다머 저, 공역), 《한스-게오르크 가다머》(카이 하머마이스터 저) 외 다수가 있다.
차례
보이체크·····················1
레옹스와 레나··················59
해설······················129
지은이에 대해··················141
옮긴이에 대해··················148
책속으로
보이체크: 중대장님, 전 가난한 놈입니다. 그녀밖에는 이 세상에 가진 것이라곤 하나도 없습니다. 중대장님, 중대장님께서 농담을 하시면…
중대장: 내가 농담을 한다고? 내가 너를 상대로 농담을?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