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청규의 선화가 담긴 편지(虎丘淸規禪話牋) 駕鐵舩遊海 철선(鐵船)을 타고 바다를 유람하며 吹無孔笛人 구멍 없는 피리를 불어 사람을 놀라게 하네. 探龍頷下寶 용(龍) 턱 밑의 보물을 찾아 爲爾掌中珍 그대 손안의 보배로 삼아라. 日照寒光動 해는 찬 빛을 비추어 움직이고 山搖翠色新 산은 푸른빛 흔드니 새롭구나. 大珠眞實處 큰 보석 같은 청규의 진실한 곳 退皷打三巡 물러나 큰 북을 …
우리나라 유료방송사업자의 가장 중요한 재원은 홈쇼핑 채널 송출 수수료다. 이런 구조는 저가 가입자 경쟁을 촉발하고, 디지털 전환을 지연한다. 결과적으로 유료방송 사업 구조가 왜곡된다. ‘홈쇼핑 채널 송출 수수료’, ≪방송 재원≫, 95쪽. 유료방송사업자란? 가입자에게 대가를 받고 다채널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다. 무료로 시청하는 지상파방송과 대비된다. 어떤 사업자가 있나? 케이블티브이, 위성방송, 아이피티브이가 …
영화의 집단지성 영화는 집단지성의 소산이다.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사람들이 이념을 공유하며 작품을 생산한다. 저자는 지난 1세기 동안 등장했던 유럽의 주요한 영화 운동 열 가지를 선택했다. 발생 배경과 전개 과정, 특징과 영향, 참여 작가의 문제의식을 다룬다. 개성 있는 영화작가와 작품, 사회·경제 배경, 당대 이념의 상호작용에 주목한다. ≪유럽 영화 운동≫, …
“함께 먹을라다가 하도 배가 고파서 먼저 먹었소.” “잘했네. 어머니랑도 잘 잡수시던가?” “잘 잡사겠다우.” 인수는 밥을 먹으면서도 동생이 무시로 마음에 걸렸다. 의사가 육물을 먹이지 마라던 것이었다. “망할 자식, 고깃국 한 그릇 먹을 복이 없어서!” <가난한 형제>, ≪오유권 작품집≫, 오유권 지음, 윤송아 엮음, 99쪽 가난한 형제는 누구인가? 꼭두말집 인수와 평수다. ‘연 …
사라지는 것에 대한 소설 굿 혹시 이번에 찾은 고향이 많이 변하진 않았나요? 변화야 어쩔 수 없지만 친숙한 것들이 사라져갈 때는 아쉬움이 남기 마련입니다. 더구나 그것이 자신이 사랑했던 것이라면 더욱더 그렇죠. 오늘 작품은 김동리 작가의 <무녀도>입니다. 무녀인 어머니와 기독교인 아들의 갈등을 통해 사라지는 것, 잊혀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풀어냅니다. 주인공 모화는 …
여섯 살 소녀의 사랑 중계법 오늘 들려드릴 작품은 <사랑 손님과 어머니>입니다. 주요섭 작가의 대표작으로,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의 비애를 격조 있게 다룸으로써 우리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소설입니다. 영화나 TV드라마로도 자주 제작된 만큼 내용은 대개 아시죠? 어린 딸을 데리고 홀로 사는 젊은 과부의 집에 남편의 친구이기도 했던 젊은 남자가 하숙을 …
인쇄 기술이 만든 인간 환경 기술은 도구가 아니다. 사람과 환경을 구조화하는 과정이다. 매클루언은 인쇄술이 만든 시각 감각의 강조와 고립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제시한다. 연속성과 획일성이다. 결과는 강렬하다. 다양한 시간과 공간을 촘촘히 파고든다. 전기 시대와 인쇄의 충돌까지 108개의 단편을 모자이크했다. ≪구텐베르크 은하계≫, 마셜 매클루언 지음, 임상원 옮김 현란한 …
사회주의 공동체에서 경제 계산이 불가능하리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은 또한 사회주의가 실천 불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 100여 년 동안 수천 개의 글과 연설에서 사회주의에 호의적으로 제시된 모든 것, 사회주의 지지자들이 쏟아낸 모든 피땀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사회주의를 작동 가능한 것으로 만들 수는 없다. ≪사회주의≫, 루트비히 폰 미제스 지음, 박종운 옮김, …
음악처럼 기본 재료 자체가 신적인 정신으로 가득 차 있는 예술은 없다. 소리를 내는 그 재료는 풍부한 화음으로 잘 정리되어 창조하는 손과 일치를 이루고, 우리가 쉽고 단순하게 그 화음을 건드리기만 하면 아름다운 느낌들을 표현해 낸다. 그래서 여러 음악 작품과 그 소리들은 작곡가들에 의해 마치 계산하는 숫자나 모자이크 그림을 그리는 연필처럼 단지 …
아이아스: 그래, 모든 준비가 끝났어. 제우스 신이시여, 이런 상황에서 당신을 가장 먼저 부릅니다. 절 도와 달라고 말입니다. 큰 부탁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제발 저를 위해 테우크로스에게 불길한 소식을 전할 전령을 보내 주세요. 그래서 테우크로스가, 갓 흘린 피로 범벅이 된 이 칼 위에 쓰러진 절 발견하고 가장 먼저 절 들어 올릴 …
아니다. 5년 동안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위안이라곤 없었던 고독 속에서도 혼자였던 적이 없었다. 태양이 나를 위로했고, 달과 웅덩이를 스치던 바람도 나를 위로했다. 웅덩이는 원을 만들며 도망치듯 물결을 만들었다. 봄이면 안마당 돌 틈에서 자라던 잔디, 선량한 눈빛, 사랑하는 사람들의 인사, 동료들의 우정, 정의로운 세상에 대한 믿음, 자유에 대한 믿음, 인간적인 것에 …
해 질 무렵, 잡초 우거진 들판에 앉아 당신은 오래된 친구와 함께 자유롭게 술을 마십니다. 말해 보세요, 기쁨의 대가를 느끼지 못했다면 당신은 그만큼 유쾌한 마음으로 당신의 술잔을 들 수 있겠습니까? 옛날의 흐느낌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당신은 꽃과 풀밭 그리고 숲, 페트라르카의 소네트와 새들의 노래, 미켈란젤로와 예술, 셰익스피어와 자연을 좋아할 수 있겠습니까? 저기 …
이렇게 시작부터 한정된 공간 속의 현상을 ‘전 세계적’, 혹은 ‘전 지구적’ 현상으로 확대 과장함으로써 과거 서구 유럽의 제국주의자들이 세계를 마음대로 누비며 세계의 문화와 인류에 대한 ‘제멋대로의’ 해석을 생산했듯, 세계화 이론가들은 또다시 그들만의 제한된 ‘세계’를 학문이란 이름으로 재생산하며 세계의 불균형을 정당화하고 있다. ‘세계화의 두 얼굴’, ≪미디어의 세계화 이론과 모순≫, 93쪽. …
특수한 문화, 혹은 특수한 사회적 상황은 그에 따라 여러 가지 이질적인 병상(病狀)의 환자를 낳게 된다고 현대의 비교 문화 정신의학은 진단하고 있다. 잘칵거리는 타이프 소리, 하얀 천정, 혹은 시커먼 천정, 폐쇄병동 그리고 암(癌)처럼 길게 늘어져 오는 덩어리. 시커먼 거미, 심연, 아마 자네는 감당할 수 없었으리라. 피차 우리는 무서웠던 것이다. <광인일기>, ≪강용준 …
贈燕 姚玉京 昔時無偶去 今年還獨歸 故人恩義重 不忍更雙飛 제비에게 요옥경 작년에 짝 없이 떠나더니 올해도 혼자서 돌아왔구나. 옛 임의 은혜가 두터워서 차마 짝지어 날지 못하구나. ≪중국 명기 시선≫, 녹주 외 지음, 박정숙 옮김, 8쪽 이 시를 지은 요옥경이 누구인가? 중국 동진 시기 양주(襄州), 곧 지금의 허난성 팡청(方城)에서 활동한 명기다. 본래는 명문세가의 딸이었다. …
나는 세상을 사랑하지 않았네 113 나는 세상을 사랑하지 않았네, 세상 또한 나를 사랑하지 않았네. 그 역겨운 입김 아래서 나는 아부하지 않았고, 그 우상에게 참을성 있는 나의 무릎을 꿇지도 않았네− 마음에 없는 웃음을 뺨에 지어 보지도 않았고−허황된 메아리를 숭배하며 큰 소리로 외쳐 보지도 않았네. 내가 속된 무리들 속에 있어도 그들은 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