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표현주의 문학≫ 표현주의는 무엇을 표현했는가? Dämmerung, 곧 박명이다. 새벽의 어스름과 해 질 녘의 황혼이다. 현실을 추상하고 비틀고 과장한다. 경험 세계를 넘어 상징과 환상으로 내면세계를 드러낸다. 윤리와 미학의 규범을 철저히 부순다. 그들은 저녁과 새벽 사이 어디엔가 있었던 것이다. 표현주의 문학은 점차 파토스와 주관적 사고에 따른 공통적 세계관과 예술관을 형성하게 되며, …
한석주와 이단아가 옮기고 존 김이 쓴 <<공개와 연대, 위키리크스와 페이스북의 정치학(ウィキリークスからフェイスブック革命まで 逆パノプティコン社会の到来)>> 정보는 정책보다 정직하다. 호주 사람 어산지가 미국의 정보 금고를 열어젖힌다. 스노든과 매닝은 지구촌 정보자유주의자들의 지원 속에 안전하다. 한국의 뉴스타파는 전씨 일가의 해외 계좌를 꺼내 놓았다. 국가 독점 정보체제가 흔들린다. 정보는 정책보다 정직하다. <<공개와 연대, 위키리크스와 페이스북의 정치학>>이 제기하는 …
김희경이 뽑아 옮긴 빅토르 위고(Victor Hugo)의 <<바다의 일꾼들 천줄읽기(Les Travailleurs de la mer)>> 10% 발췌의 깊고 깊은 세계 소설가 위고는 위대한가? 언제 그런가? 이야기의 흐름이 멈추고 몽상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시간과 공간, 안과 밖, 이성과 감성, 영혼과 육체의 모든 벽이 상상력의 열에 녹아내리기 시작하는 순간, 빛이 시작된다. 어둠은 침묵이다. 하지만 이 …
조희웅이 옮긴 ≪경판 조웅전≫ 땅에서 만들어진 영웅 조웅은 영웅일까? 복수심에 불타고 잔인하다. 하늘의 점지를 받지도 못했고 그 흔한 태몽도 갖지 못했다. 힘은 세고 머리는 좋지만 운명을 타고나진 못했다. 그러나 영웅이다. 19세기 조선은 이미 세상으로부터 영웅을 만들기 시작한다. 차시(此時) 병부시랑(兵部侍郞) 두관은 두병의 아들이라 상을 모셨더니, 상이 슬허하심을 보고 분심(忿心)이 복발(復發)하여 주(奏) …
오윤호가 엮은 ≪초판본 조명희 시선≫ 이것뿐이냐! 아니다 조명희가 본 식민지 조선에는 단 두 가지만 존재했다. 죽임과 죽음이다. 당대의 문학이 보들레르와 타골을 번역하고 있을 때 그는 산비탈 돌아 황톳길을 걷는다. 원수를 거꾸러뜨리려는 싸움의 힘을 찾아 무산자의 희망을 노래한다. 짓밟힌 고려 일본 제국주의의 무지한 발이 고려의 땅을 짓밟은 지도 발서 오래이다. 그놈들은 …
어순아가 옮긴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Exupéry)의 ≪야간 비행(Vol de nuit)≫ 밤에 관한 최초의 추억 야간 비행에서 지상은 하늘이 된다. 집에서는 불빛이 새어 연기처럼 하늘로 올라오고 비행사는 가족의 저녁 식탁 대화를 듣는다. 하늘에는 길이 없다. 대지를 방랑하는 순례자처럼 야간 비행사는 별과 나침반 그리고 사유의 길을 걷는다. 저 멀리서 희망을 주는 …
김정아가 뽑아 옮긴 표도르 도스토옙스키(Фёдор М. Достоевский)의 ≪악령(Бесы) 천줄읽기≫ 모두 사랑하고 모두 굴복했으나 스타브로긴은 파멸한다. 차지도 뜨겁지도 않은 미지근한 어떤 것, 사랑이 없는 힘의 모습이다. 인간에 대한 연민과 동정이 없었던 완벽한 카리스마는 끝없이 표류할 뿐 세상에 뿌리박지 못한다. 진실로 위대한 국민은 결코 이류 인류의 역할에 만족할 수 없으며, 일류라 하더라도 …
변재란이 옮기고 존 머서(John Mercer), 마틴 싱글러(Martin Shingler)가 쓴 <<멜로드라마: 장르, 스타일, 감수성(Melodrama: Genre, Style, Sensibility)>> 사랑, 운명에게 물어봐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남녀는 안간힘을 쓴다. 이 이상한 관계는 좁은 계단에서 스치는 옷자락 같은 것이다. 우리가 어떤 시간과 공간을 통과하면서 느끼는 강렬한 파토스, 관객은 흔들린다. 피서지에서 <<멜로드라마>>, 억지 …
양민수 장민용이 옮기고 마이클 오프레이가 쓴 <<아방가르드 영화: 다양한 형식과 주제, 열정의 발견(Avant-Garde Film: Forms, Themes and Passions)>> 일상이 끝난 그곳에서 시작되는 아방가르드 <물놀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파란 물줄기가 춤춘다. 이탈리아 티볼리의 바로크풍 정원에 달빛이 떨어진다. 내러티브 같은 것은 없다. 일상을 탈출한 본능의 리듬, 신비한 색과 소리가 길들여진 모든 기대에 침을 …
박문현이 뽑아 옮긴 ≪묵자 천줄읽기≫ 사랑만으론 안 돼 유가에서는 사람에 따라 사랑하라고 가르치지만 묵가는 달랐다. 누구나 사랑하라고 부추긴다. 사랑만이 아니다. 이익도 나누라고 가르친다. 더불어 사랑하고 이익을 서로 나누는 사회가 그들의 유토피아다. 물론 현실은 이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한 사람의 인간을 죽이면 사회는 그 행위를 반드시 불의라 말해 사형의 죄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
김병희, 이지나, 임은하, 최현주의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읽기>> 이제 막 한국어를 배운 외국인은 무엇을 읽는가? 지구촌을 향한 한국의 물결은 태권도와 냉장고와 드라마를 넘어 노래에 이르렀다. 그다음은 무엇일까? 말이다. 영화도, 음식도, 옷도, 축구도 모두 말과 글을 통해 이해되고 기억이 된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 그들은 이제 무엇을 읽을 수 …
원유경이 옮긴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The Picture of Dorian Gray)≫ 인간에게 삶이 아닌 것이 있는가? 삶을 예술로 간주한 도리언.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자기 대신 초상화가 늙어 가게 만든다. 살인과 사체 유기, 복수가 뒤따르고 공포를 잊기 위해 아편에 의지한다. 이렇게 삶은 무너진다. 오스카 와일드는 무엇을 보았을까? 예술의 자율성은 공허일 …
강정수, 김기환, 김예란, 백욱인, 윤상오, 이광석, 조동원, 조현석, 황주성, 홍성태의 <<빅데이터와 위험 정보사회>> 우리 몸을 감출 수 있을까? 모든 디지털 네트워크 기기는 우리의 삶을 기록한다. 기록은 네트워크 기술자에게 보고되고 축적된 뒤 활용된다. 태어날 때부터 네트워크에 포박된 새로운 세대는 무엇 하나 가릴 수 없는 나체다. 옷 없이 인간이 살 수 있을까? …
최영의 <<공유와 협력,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 패러다임 등장>> 공유와 협력의 출발점은 어디인가? 네트워크 사회는 보다 빨리 공유하고 보다 빨리 협력한다. 극단주의와 편협 사고의 생성과 확산도 마찬가지다. 신뢰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진다. 그러나 어떻게 믿고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오프라인의 삶이 온라인의 균형을 유지한다. 이 책은 무엇을 말하나? 소셜 미디어의 새로운 이용 …
이준섭이 옮긴 제라르 드 네르발(Gérard de Nerval)의 ≪오렐리아(Aurèlia)≫ 눈을 떴을 때만 살아 있는 것일까? 세잔이 그토록 오랜 시간 대상을 바라보고 있던 것은 대기의 움직임 때문이었다. 공간은 끊임없이 진동하고 사물은 시시각각 변한다. 의식의 공간에서 만나는 꿈은 현실보다 훨씬 더 견고하다. 오직 주관이 있을 뿐이고 우연은 없으며 직관으로 소통한다. 의심할 수 없는 …
장윤수가 옮긴 장재의 ≪횡거역설 계사전(橫渠易說 繫辭傳)≫ 나와 우주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하나의 원리가 있다. 신이다. 다양한 현상이 있다. 화다. 만물은 흩어져 아무것도 없는 태허가 되고 그것은 다시 움직여 만물이 된다. 그런데 그것은 왜 움직이는 것일까? 나는 왜 나일까? ≪주역≫은 우주론일까? 세계관일까? “신묘함을 궁구하고 조화를 알게 되면” 하늘과 더불어 하나가 되니 이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