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봄1 고정희 수유리에 서늘한 산철쭉이 피었다 진 후 무서운 기다림으로 산은 깊어지네 무서운 설램으로 숲은 피어나네 핏물 든 젊음의 상복으로 아카시아 흰 꽃이 온 산을 뒤덮은 후 뜨겁고 암담한 우리들의 희망 위에 몇 트럭의 페퍼포그와 최루탄이 뿌려지네 외로운 코뿔소들이 그 위를 행진하네 오 나의 봄은 이렇게 가도 되는 것일까 …
현장 이슈 8. 전자상거래 국가직무능력표준화 직업의 탄생 이 땅에 전자상거래가 시작되고 머천다이저라는 직업이 생긴 지 25년이 되었다. 2013년은 이 직업이 국가직무표준을 부여받는 해가 된다. 산통은 쉽지 않다. 순산할까? 국가직무능력표준화는 이번 정부의 주요 사업입니다. 이 자료는 고등학교, 대학교 교과과정, 직장인 업무 교육, 전문가 자격 검증의 공식 참고 자료가 됩니다. 저는 학계, …
하이너 뮐러(Heiner Muller)의 ≪뮐러 산문선(Prosa von Heiner Muller)≫ 말과 행동 사이 하이너 뮐러는 그의 산문선에서 희곡과 산문의 이종 교배를 시도한다. 전통이 해체된 그 자리는 이질과 상징이 차지하고 관습을 잃은 독자와 관객은 존재와 세계에 대해 더욱더 깊이 빠져든다. 야경화(夜景畵, Nachtstück) 무대 위에 한 사람이 서 있다. 그는 사람보다 훨씬 키가 크며 …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햄릿(Hamlet) 우리 인간의 영원한 갈등 저질러? 그러고 죽는다, 잠든다. 잠들 뿐이다. 그럼 꿈을 꾸겠지. 아, 그게 문제로구나. 어떤 꿈을 꾸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나와 아버지와 어머니의 명예를 지켜, 말아? 그러고 죽으면 잠들고 꿈꾸고 아, 그게 문제로구나 햄릿:참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구나. 이 포악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참고 견디는 …
프랑스 정치 역사 분석의 고전 ≪앙시앵 레짐과 프랑스혁명(L’Ancien Régime et la Révolution)≫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문제 자유의 문제가 아니라 물질의 문제 때문에 참여는 결핍되고 공공 정신은 위축된다. 누군가가 물질과 안전을 약속하면 대중은 순간 어린양이 된다. 토크빌이 쓰고 이용재가 옮긴 이 책은 독재와 파시즘 출현의 역사를 신통하게 예측한다. 대혁명은 결코 우연한 …
러시아 소설 신간 << 16세기 러시아 문학(Русская Литература XVI Века)>> 참을 위한 거짓 조주관은 <<16세기 러시아 문학>>을 소설 5편으로 소개한다. 대륙에서는 통일된 나라, 러시아의 모습이 나타난다. 과거와 미래의 싸움이 시작된다. 참과 거짓을 가리는 방법은 무엇인가? 만일 당신이 진리를 따르고 싶어 한다면, 차라리 진리가 아닌 것을 더 빨리 찾아야 할 …
러시아 소설 신간 ≪우리 시대의 영웅(Герой нашего времени)≫ 나는 쏘았다. 총알은 레르몬토프의 왼쪽 옆구리로 들어가 심장과 허파를 뚫고 오른쪽 옆구리로 나왔다. 결투로 죽은 작가는 영웅과 악인 사이에 서식하는 인간의 본성을 불러낸다. “그루시니츠키.” 나는 말했다. “아직 시간은 있네. 자네의 험담을 거두게. 그럼, 모든 것을 용서하겠네. 자네는 나를 바보로 만드는 데 실패했어. …
프랑스 희곡 ≪단지 세상의 끝(Juste la fin du monde)≫ 그렇다고 끝나는 건 아니야 프랑스에서 2007년은 장뤼크 라가르스의 해였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임혜경은 독특한 독백체 희곡 ≪단지 세상의 끝≫을 한국 독자에게 소개한다. 죽으면 그의 세상은 끝나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세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루이: 정확히 이렇게 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대로 되었다, 하루가 …
김용호의 서사시 남해찬가 대한민국 영웅 서사시 김용호의 ≪남해찬가≫는 한국 문학에서 흔치 않은 장편 서사시다. 때는 1952년 한국전쟁의 한복판에서 그가 본 것은 남도 북도 아니었다. 그는 바다를 보았고 영웅을 만났다. 있었다 분명 戰船이 軍兵이 있었다 분명 賊의 총알과 화살에 머리통이 허릿대가 뿡뿡 뚫려 지칠 대로 지친 戰船이 열두 척 헐벗고 굶주려 …
방송법과 정책 신간 ≪방송법제론≫ 방송에 대한 수많은 질문 이구현은 오랜 연구 끝에 786쪽에 이르는 ≪방송법제론≫을 완성했다. 사생활 보호에서 선거방송의 문제까지, 아동 포르노 문제에서 국제 소송에 이르기까지 이론과 판례가 빼곡하다. 이제 방송도 법을 얘기할 때가 되었나? 지금까지 연구자들은 주로 인쇄매체 법제만 다루었다. 미디어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방송 영역에서 다양한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
독립 만세 9. 김사량의 <빛 속에光の中に> 제국의 언어로 소설을 쓴다는 것 김사량은 일본에서 일본어로 소설을 썼다. “소설 속에 민족의 비통한 운명을 충분히 엮어 넣은 작품”으로 일본 문단의 주목을 받으며 아쿠타가와상 후보작에도 올랐다. 시대의 강요로 제국의 언어를 차용했으나 그것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한 글자 한 글자 팽팽한 긴장을 유지해야 했다. 그 …
독립 만세 6. 조용만의 <허희歔欷> 한숨짓다 조용만은 유약한 인텔리의 우울한 시선으로 1930년대 식민지 경성의 표정을 읽어낸다. 회색의 식민지 지식인들. 그들은 댄디하지만 추레했다. 현실의 모순이 드러나는 순간에도 쓸쓸히 한숨만 지으며 자기 합리화를 위한 내면으로 들어갔다. 제목 ‘허희(歔欷)’는 ‘한숨짓다’란 뜻. 자연스레 ‘충량한 국민’이 되었고, 세월이 흘러 작가의 이름은 ≪친일인명사전≫에 올랐다. “내게는 재즈밖에 …
홍보, 브랜드 마케팅 개정판 ≪국가이미지≫ 싹 바뀐 국가이미지 ≪국가이미지≫ 개정판은 내용의 2/3를 다시 썼다. 개정판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새롭다. 이미지를 다투는 국가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뜻이다. 유재웅은 33년째 국가 홍보만 생각한다. 입으로 뛰고 발로 뛴 세월만 28년이다. 경제 규모는 10등인데 이미지는 27등인 대한민국의 현실이 그를 잠들지 못하게 재촉한다. 지금 개정한 이유가 …
한국어 확장 신간 ≪아름다운 우리말 의학전문용어 만들기≫ 국내 최초, 의학과 언어학의 만남 좌창, 단골, 와우. 무슨 말인가? 여드름, 짧은뼈, 달팽이다. 의사가 하는 말을 환자가 알기 힘들다. 질 좋은 맞춤 진료가 어려워지는 이유다. 병원과 의학뿐만 아니지만 우리에게 전문용어를 쉽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일은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통섭과 소통, 이해와 효율은 길보다 …
한국 현대 소설 문학 초판본 신간 <<초판본 안회남 단편집>> 안회남과 우리의 근대 아버지는 안국선이다. 20세기 초반 애국계몽운동가에서 친일문학가로 변신한다. 아들은 “야만적 식민정책에 쫓기어 자기 자신 속으로만 파고”들었다. 징용 다녀와서는 관점이 전환, 개인으로부터 사회로 눈을 돌린다. 민족의 아픔, 사회 모순이 작품에 나타난다. 월북했고 숙청당했다고 하는데 그의 나이 사십이나 되었을까? 그러나 나는 …
프랑스 현대 소설 신간 ≪방랑하는 여인(La Vagabonde)≫ 사랑으로 행복을 열 수 있을까? 여자는 남자를 사랑하지만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는지는 알 수 없다. 남자는 여자가 자신을 사랑하는 듯하지만 사랑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 여자와 남자,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사랑은 먼지처럼, 봄날 햇살 속을 부유하는 공기처럼 자유롭다. 행복은 항복이고 사랑은 자유를 원한다. 둘은 만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