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공산당 선언≫은 마르크스의 대표 저작 중 하나로서 유물사관이라는 독창적인 인류 역사 발전 이론을 담고 있으며 대중적 영향력도 가장 컸던 역사적 저술이다. 또 이론 차원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수많은 지식인들을 혁명의식화했으며, 독일과 프랑스, 영국에서부터 제정 러시아 그리고 제삼 세계에서 일어난 노동자 운동 및 노동자 정당의 강력한 정치사상적 강령의 기초가 되었다. 또한 레닌에 의한 볼셰비키혁명은 이 책으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인류 역사에서 가장 획기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세계사적 사건이었다.
한마디로 ≪공산당 선언≫은 두 세기에 걸쳐 세계 역사가 혁명의 열기 속에 한바탕 요동치도록 굵은 한 획을 그은, 가장 영향력이 있는 지적 정치적 저작물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이 같은 막강한 영향력 때문인지 일부 마르크스주의자들의 경우 ≪공산당 선언≫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주저하는 경향이 아직도 감지된다. 하지만 ≪공산당 선언≫의 내용은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상대적 진리인 것이며, 출간 후 164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면서 세상도 그만큼 많이 변했기 때문에 비판적 고찰이 필요한 대상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20세기의 시공간에서 공산주의혁명의 성공, 발전, 붕괴라는 역사적 변천 과정을 실제로 경험했으며, 자본주의의 발전과 성장, 번영과 세계 공황도 경험했다.
20세기 초 자본주의의 세계적 공황과 20세기 말 소련과 동구 등 현실 공산주의 정권들의 몰락을 목격한 사람들은 이제 ≪공산당 선언≫을 읽더라도 혁명의 열기에 쉽게 감염되거나 자본주의의 승리에 쉽게 도취될 수가 없다. 대신 이 선언이 아직도 유효한지, 현실 공산주의 정권들은 왜 실패했는지, 자본주의는 붕괴할 것인지,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질 것이다. 이 책은 그 같은 질문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경험을 통해서 생산력 발전에 의한 생산 관계의 혁명적 변화라는 역사유물론적 발전 법칙에 대한 새삼스러운 확인도 할 수 있었으며, 사적 소유의 지양이 갖고 있는 현실적 문제들, 사회혁명의 진정한 의미 문제, 혁명의 가능성과 필연성의 차이에 관한 문제, 혁명의 주체 문제, 윤리와 도덕의 우월성 문제, 민주주의 문제 등등 여러 가지 숙고해야 할 많은 문제들을 갖게 됐다.
이 같은 문제들을 바탕으로 변화된 21세기에 맞는 ≪공산당 선언≫에 대한 새로운 조명을 해야 할 것이다.
200자평
카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을 원본에 가장 충실하게 번역, 해설하고, 현대적 의미를 조명한다. 평생 마르크스를 연구하고 강의한 박영호 교수가 ≪공산당 선언≫을 정확하게 번역하고 새롭게 해석한다. 소련 공산주의 붕괴의 연장선에서, 그동안 터득한 살아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현재의 마르크스를 논한다.
지은이
박영호는 경제학자, 고려대학교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교(Johann Wolfgang Goethe Universität in Frankfurt am Main)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정치경제학, 경제발전론, 정치경제학사를 주 전공으로 강의해 왔다. 한신대학교 대학원장, 한국경제학사학회 회장,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와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교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한신대학교 명예교수로서 한국사회과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가치와 가격이론의 분석적 구조와 역사>, <맑스와 라쌀레의 가치론의 차이>, <슘페터의 생애와 사상>, <페레스트로이카와 사회주의경제이론에 관한 비판적 고찰>,<한국에 있어서 자본주의화 과정>, <한국의 식민지적 자본주의화 과정에 관한 일연구>, <서독의 신자유주의와 사회시장경제> 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박영호 교수의 칼 맑스 정치경제학≫이 있으며, 공저로는 ≪사회과학개론≫, ≪한국경제론≫, ≪한미관계사≫ 등이 있고, 역서로는 ≪정치경제학사≫, ≪경제발전의 이론≫ 등이 있다. 1981년 최초로 한신대학에서 맑스정치경제학강좌를 개설해 한국 대학에 마르크스 정치경제학 연구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다.
차례
I. 소개글
II. ≪공산당 선언≫의 성립사
III. ≪공산당 선언≫의 출판 시점
IV. ‘공산당 선언’과 ‘공산주의 선언’
V. ≪공산당 선언≫의 이론적 토대
VI. ≪공산당 선언≫의 구성과 내용에 대한 해설
VII. ≪공산당 선언≫의 작성자 카를 마르크스에 대해
VIII. 에필로그: ≪공산당 선언≫과 소련 공산주의의 몰락
부록: 공산당 선언
공산당 선언
I.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II. 프롤레타리아와 공산주의자들
III.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문헌
IV. 다양한 반대 정당들에 대한 공산주의자들의 입장
1872년 독일어판 서문
1882년 러시아어판 서문
1883년 독일어판 서문
1888년 영어판 서문
1892년 폴란드어판 서문
1893년 이탈리아어판 서문
원문
참고문헌
지은이에 대해
책속으로
1.
자본주의적 억압과 착취 제도는 타파됐지만 공산당 일당독재를 통해서 민주주의는 사라지고 전체주의적 공포정치가 자행됨으로서 자본주의 체제보다 더 나은 삶을 사회 구성원 개개인들에게 보장하는 도덕적 우월성은 만들어 내지 못했다. 경제 성장 우선주의는 자본주의적 생산 관계에서와 다를 바 없이 노동자들을 생산의 주체가 아니라 수단으로 머물러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전체주의적 생산 관계를 가져왔고 노동자의 인간화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만들었다. 자본주의보다 못한 도덕성 때문에 공산주의에서 도덕성의 문제는 사라져 버렸다. 그 결과 자본주의와의 차이는 극대 성장을 확보하는 방법의 차이밖에는 없게 되었다. 자본주의적 경제 사상이 시장경제를 옹호하고 공산주의적 경제 사상은 계획경제를 옹호하는 차이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와 공산주의 사회의 차이가 시장과 계획의 차이밖에 없었다. 자본주의 사회와는 다른 종류의 공산주의적 윤리 실현과 인간 중심적 목적이 상실된 것이다.
2.
이러한 공산주의권의 몰락 과정 속에서 우리들은 현실 공산주의의 실험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새롭고 올바르게 이해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억압과 착취로부터 인간을 해방하고, 모든 사람들의 자유로운 발전을 보장해 주는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이룩하겠다던 공산주의가 공산주의혁명을 통해서 과연 실현되었는가, 그렇지 못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마르크스주의를 연구하면서 보다 나은 새로운 사회를 지향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대단히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선 공산주의는 실현되지 못했으며, 역사적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는 것을 전제하고, 소련 공산주의 체제를 마르크스주의의 관점에서 다루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