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자평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에 대한 빌렘 플루서의 사유를 담았다. 플루서는 이른바 ‘커뮤니케이션 혁명’을 ‘그림의 혁명’으로 읽어낸다. 일종의 ‘마술적 존재 형태’로서 이차원적 코드인 ‘상상적인’ 그림의 세계는 긴 세월 동안 인류의 존재를 프로그램화해왔다. 그러다가 그림을 행으로 풀어놓는 글자의 발명을 통해 일종의 전복이 이루어졌다. 그로써 선사가 끝나고 단편적 사건들이 순차적 사건으로 고정되는 고유한 의미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플루서식 해석은 역사의 종말을 고하는 이 시대에도 낙관론을 잃지 않는다. 인공 두뇌학, 생태학, 기술을 통해 우연성과 가능성의 우위를 점친다. 어떤 철학적 체계에도 기반을 두지 않았지만 인용이나 논증이 매끄럽고 신선하다.
지은이
빌렘 플루서(Vilém Flusser)
1920년 체코에서 유태인으로 태어났다. 나치의 박해를 피해 브라질로 건너가 독학, 상파울로 대학교 커뮤니케이션철학 담당 교수가 된다. 1972년 브라질 군사정권의 탄압에 프랑스로 망명. 이후 마르세유와 악셀-프로방스 등 프랑스와 독일의 주요대학에서 강의하면서 미디어와 테크놀로지에 의한 인간문화의 패러다임 교체를 필생의 과제로 연구한다. 1991년 교통사고로 사망, 프라하 유태인 묘지에 카프카와 나란히 묻혀 있다. 사후에 뉴미디어 연구자들 사이에서 맥루한과 더불어 대표적인 ‘디지털 사상가’로 추앙받고 있다.
옮긴이
김현진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2년 현재 동덕여자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 『기억과 망각』(공저)이 있고, 역서로 『융』, 『상징과 리비도』, 『꿈에 나타난 개성화과정의 상징』, 『레만 씨 이야기』, 『그림의 혁명』, 『요양객』 등이 있으며, 소설과 소설이론, 정신분석 비평, 젠더연구 분야의 연구 논문들이 있다.
차례
1.
문화의 진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혁
커뮤니케이션과 그 매개변수들
담화, 잡담, 키치
논쟁, 혹은 대화
코드화된 세계
문자 숫자 병용 사회
종이에서 벗어남
전화에 대한 소고小考
도시 공간과 뉴테크놀러지
2.
그림의 최후 통첩
미디어와 그 기구들
그림의 위상
잠복하고 있는 흑색 카메라 상자
사진 촬영 제스처에 대한 소고
송신자의 폭정
‘너의 텔레비전을 의심하라’
뒤집힌 거울
기술적 형상 시대의 정치
새로운 상상력
그림의 홍수 속에서 물고랑인 도시
3.
잠재성의 지평에서
정보 사회의 디자인
비사물로 가는 길
혼탁함 속에서 낚아 올리다
‘나’라는 갈고리
현대적 건축가와 탈현대적 건축가
축소형 명사 속의 아름다움
유형과 특성
대형의 어스-아트
도시 설계
빌렘 플루서에 대한 목소리들
릭스 필립 인골트
마리아 릴리아 레아오
고트프리트 에거
프리드리히 키틀러
페터 바이벨
플로리안 뢰처
노르베르트 볼츠
하랄트 브란트
저자 빌렘 플루서
이력 스케치
옮긴이의 글
책속으로
플루서는 역사의 종말을 맞은 이 시대에 절망하지 않고 새로운 개념들을 통해, 즉 변증법 대신 인공 두뇌학, 정치 대신 생태학, 사상시詩 대신 기술을 통해 방향을 찾고자 한다. 그는 텍스트와 그림, 그림과 현실, 현실과 잠재력, 잠재력과 창의성에 대한 놀라울 정도의 낙관주의 속에서 법칙성에 대한 우연성의 우위를, 현실성에 대한 가능성의 우위를 확신하고 있다. 그러한 확신 속에서 세계를 예리하게 관찰하고 포착해 독자적인 구상을 개진하는 능력은 빌렘 플루서를 탈역사적 사상가로 만들고 있다. 플루서는 인용이나 증거를 제시해 어떠한 철학적 체계를 구축하지 않고 숨쉬듯이 가벼운 어조로 글을 쓰는 가운데 문제를 신선하게 포착하고 있다. 오늘날의 상황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도 결코 비관적이지 않고 희망을 주는 사유가 그의 특별한 점이다. 기술적 매체에 대해 창의적이고 독자적인 규칙을 만들어 설정하며 접근함으로써 그는 다가오는 세대와 사회적 발전을 위한 ‘빛나는 가능성’을 보고 있다.
_ “옮긴이의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