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대여섯 살 어린아이 때부터 예순이 넘은 노년에 이르기까지 ≪논어≫에 대한 최술의 집착은 잠시도 그친 적이 없었다. 그는 이미 초년 시절부터 ≪논어≫ <양화(陽貨)>의 ‘공산불요’ 장과 ‘필힐’ 장에 나타난 공자의 행적에 의혹을 가지고 있었다. 공자가 공산불요나 필힐 같은 소인배들과 어울려 정사를 함께하려 했다는 사실은 최술에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각인되었다.
예순 살 즈음에 최술은 성인을 모독한 범인을 찾았다. 범인은 바로 장우(張禹)였다. 장우가 ≪제논어(齊論語)≫와 ≪노논어(魯論語)≫를 합쳐 새로운 ≪논어≫를 완성하면서, 공산불요와 필힐과 관련된 공자의 기록을 채록해 <양화>에 편입해 공자를 무고했다는 것이다.
≪논어≫에 나타난 공자 모독에 대한 최술의 변증은 초년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끈질기고 철저했다. 그가 이렇게 ≪논어≫ 연구에 강한 집념을 가지게 된 배경에는, 공자에 대한 허황된 망언을 자행하는 위학(僞學)들이 횡행하던 당대의 현실이 있다. 그가 파악한 현실은 “위학들이 경전을 어지럽혀도 모르고 있고, 사설(邪說)들이 성현을 무고해도 깨닫지 못하는” 난세였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거짓을 변증하고 진실을 변증하는[辨僞考信]” 일이야말로 자신이 평생 수행해야 하는 과업으로 인식했던 것이다. 따라서 그는 ‘변위고신’의 기치를 높이 들고, ≪사기≫를 비롯한 ≪노자≫, ≪장자≫, ≪공자가어≫ 등 수많은 전적들의 공자 관련 기록을 철저하게 분석했고, 그 진위를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물론 ≪논어여설≫도 이러한 과업의 일환이다.
≪논어여설≫은 모두 35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항목들은 세 부분으로 나뉘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첫 부분은 ≪논어≫의 내용을 직접 변증한 것으로, 스물네 항목에 걸쳐 ≪논어≫의 내용을 변증하고 있다. 둘째 부분은 ≪맹자≫에 대한 변증으로, 두 항목에 걸쳐 ≪맹자≫의 내용을 변증하고 있다. 셋째 부분은 ≪논어≫ 후반부 다섯 편의 편장(篇章)에 대한 변증으로 모두 아홉 항목에 걸쳐 ≪논어≫ 편장의 의문점에 대해 변증하고 있다.
200자평
≪논어≫에 나타난 공자의 행적은 모두 진실인가? 진실인 것도 있고 거짓인 것도 있다. 성인인 공자가 소인배들과 정사를 함께하려 했다는데 어찌된 영문인가? 장우가 공자를 무고한 것이다. 후반부 편장에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은 것은 왜인가? 장우가 ≪논어≫를 왜곡했기 때문이다. 최술이 ≪논어≫를 체계적으로 고증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했다.
지은이
최술은 1740년 하북성(河北省) 대명부(大名府) 위현(魏縣)에서 태어나, 1816년 2월 6일 7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평생 고증학에 전념해 34종 88권의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그의 저술 중 핵심은 ≪고신록≫인데, 이것은 중국의 선진사(先秦史) 전반을 철저히 고증한 역작으로 총 12종 36권이다. 이 ≪고신록≫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지고 대표적인 저작은 공자와 제자들의 행적을 고증한 ≪수사고신록≫·≪수사고신여록≫과, 맹자의 행적을 고증한 ≪맹자사실록≫이다. 그리고 ≪논어≫에 대한 고증서인 ≪논어여설≫이 있다.
어려서부터 신동으로 소문나 14세에 대명부 동자시(童子試)에서 장원을 했고, 20세 때에는 순천부(順天府) 향시에서 부방(副榜)을 해 과거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두 차례 과거에서 낙방하자, 30세 무렵부터 철저한 고증학을 무기로 위서(僞書)의 견강부회를 바로잡고 이단(異端)의 망언들을 도려낼 ‘고신록’ 제서(諸書)를 집필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후 고증에 필요한 자료를 모으고, 열정적으로 저술에 전념해 많은 저작들을 저술해 나갔다.
56세에 복건성(福建省) 나원현(羅源縣)의 지현(知縣)에 제수되어 처음으로 관직에 나아갔고, 4년 후에는 상항현(上杭縣)으로 옮겨 백성들에게 선정(善政)을 베풀었다. 그러나 정사에 바쁜 와중에도 결코 저술 작업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드디어 75세 때인 1815년 자신의 전집 34종 88권을 완성해 총목록을 정리했다. 그리고 모든 책들을 애제자인 진이화에게 전해 줄 것을 부탁하고, 이듬해인 1816년 세상을 마쳤다. 사후 그의 저서는 부탁대로 제자인 진이화가 판각해 세상에 전했다.
옮긴이
박준원은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 한문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담정총서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9년 이후로 현재까지 경성대학교 한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조선 후기 문인인 담정 김려와 주변 작가들을 연구하고 있으며, 2003년 이후에는 최술의 고증학에 관한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최술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는 <최술의 수사고신록 연구>(2004, 중국학), <최술의 수사고신록과 수사고신여록에 나타난 주자학의 수용 양상>(2006, 한문교육연구), <다산의 경학 저술에 수용된 최술의 고증학>(2007, 한문교육연구), <수사고신록의 사기 비판>(2009, 한문교육연구), <최술의 맹자사실록 연구>(2010, 동방한문학), <최술의 논어여설 연구>(2012, 동방한문학) 등이 있다. 현재 우리한문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우해이어보≫(2004, 다운샘), ≪국역 수파집≫(공역, 2008, 신지서원), ≪수사고신록≫(공역, 2009, 한길사), ≪맹자사실록≫(2010, 지식을만드는지식), ≪논어여설≫(2013, 지식을만드는지식) 등이 있다.
차례
나의 논어 연구 경력
후유들의 격물궁리의 설이 성인이 말씀하신 배움의 좋은 점보다 못함을 논증하다
1. 배움은 듣고, 보고, 경험한 것에 달려 있다
≪논어≫의 내용을 논증하다
1. <학이> 편의 대의
2. 성인은 평범하고 실제적인 것에 힘쓸 것을 가르쳤다
3. 중궁이 정치에 대해 물은 것
4. 자공이 정치에 대해 물은 것
≪논어집주≫의 오류를 논증하다
1. 맹의자가 효에 대해 물은 것
2. 침의
3. 관중의 죽음에 대해 책망하지 않은 것
4. ‘삼간다’는 것은 말을 삼간다는 것이다
≪논어≫의 분장과 분구를 논증하다
1. 분장
2. 분구
강장가들의 통속적인 ≪논어≫ 해석의 오류를 논증하다
1. 강장의 오류
2. 염자가 자화에게 곡식을 준 것
3. 원사가 곡식 9백을 사양한 것
4. 정나라 소리는 음란하다는 것
5. 효자로다, 민자건이여
후유들이 함부로 주자의 오류라고 비판한 것을 논증하다
1. 후유들의 잘못된 주자 비판에 대한 논증
2. ‘배운다’는 것은 본받는다는 말이다
3. 하늘이 바로 이(理)다
4. 사람이 다쳤는가 물으시고, 말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논어≫ 전후 10편의 문체가 다름을 논증하다
1. 공자가 임금과 대부의 질문에 답한 것
2. 임금과 대부가 공자에게 질문한 것
3. 문인들이 공자에게 질문한 것
4. 공자에 대한 호칭
≪맹자≫의 오류에 대해 덧붙여 논증하다
1. 해석의 오류
2. 구두의 오류
≪논어≫의 편장을 논증하다
1. 사실로 믿을 수 없는 여섯 장과 두 절
2. 사실인지 의심이 가는 여섯 장
3. 글의 내용은 의심할 수 없지만, 문체가 같지 않은 아홉 장
4. 문체가 매우 의심스러운 두 장
5. 문인들이 공자 앞에서 ‘부자’라고 불렀지만, 사실인지 의심스러운 두 장
6. 내용과 문체 모두 의심할 것이 없는 스무 장
7. 조금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으나, 본의를 잃지 않은 두 장
8. 사실대로 믿을 만한 넉 장과 일곱 절
9. 의심할 만한 일은 없으나 편말과 편중의 문장이 같지 않고, 간혹 빠진 것이 있는 다섯 장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근세의 경전을 해석하는 자들은 꼭 성인의 말에 따로 한 가지 가설을 만들어서, 억지로 성인의 뜻이 이렇다고 주장한다. 성인이 직접 하신 말을 믿지 못하겠다고 한다면 경전을 모독하고 성인을 배반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57쪽
≪논어≫ 후반부 다섯 편 가운데 <자장>만이 공자 문하(門下) 제자들의 말을 기록했다는 것은 의심할 바가 없다. <계씨>, <양화>, <미자>, <요왈> 네 편 가운데는 의심스러운 곳이 매우 많다. 그리고 앞의 열다섯 편 끝 부분에도 간혹 한두 장 정도는 서로 다른 부분이 있다.
-9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