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국내 최초로 완역 출간된 ≪세설신어보≫는 조선시대에 현종실록자(顯宗實錄字)로 간행할 정도로 그 가치가 높이 평가되었으며, 실제로 지식인들 사이에서 널리 읽혔다. 이 책은 이 현종실록자본(연세대 소장)을 저본으로 삼아 번역했다.
≪세설신어보≫는 ≪세설신어≫의 대표적 속서로, ≪세설신어≫는 중국 위진남북조 송나라 문인 유의경이 후한 말에서 동진 말까지 실존했던 제왕과 고관, 귀족을 비롯해 문인․학자․은자․스님․부녀자 등 수많은 인물의 독특한 언행과 일화를 수록해 놓은 필기소설집이다.
중국 지인소설(志人小說)의 전범인 ≪세설신어≫는 당시 ‘명사들의 교과서’로 인식될 정도로 애독되었고 후대의 여러 작가들이 본받는 지표가 되어, 당(唐)나라 때부터 민국 초까지 역대로 서명․체제․문체 등을 모방한 속서들이 많이 지어짐으로써 중국 지인소설사상 이른바 ‘세설체 문학’이라는 영역을 형성했다.
그 가운데 ≪세설신어보≫는 왕세정이 ≪세설신어≫에 명대 하양준에 의해 확대․보충된 또 다른 속서인 ≪하씨어림≫을 합한 뒤 산정(刪定) 작업을 거친 것으로, 수록된 고사의 시대 범위는 원(元)나라 때까지 확대되었지만 전체적인 체재와 분위기는 고스란히 ≪세설신어≫를 계승했다.
이 ≪세설신어보≫의 내용은 실로 방대해서 한대(漢代)부터 원대까지의 문학․예술․정치․학술․사상․역사․사회상․인생관 등 인간 생활의 전반적인 면모를 담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중국의 문화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매우 귀중한 작품이다.
편목(주제)에 따른 분류 편집, 흥미로운 고사, 수려한 문체, 찾아 읽기의 편리함, 아주 짤막한 편폭 안에서 생동감 넘치는 필치로 대상 인물의 풍모를 효과적으로 묘사하는 이 책의 특징은 독자들에게 사색의 여백을 남겨주고, ‘촌철살인’을 선호하는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최적화된 동양 고전이게 해준다.
이 작품은 총 네 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4권에는 제24편 <간오(簡傲)>, 제25편 <배조(排調)>, 제26편 <경저(輕詆)>, 제27편 <가휼(假譎)>, 제28편 <출면(黜免)>, 제29편 <검색(儉嗇)>, 제30편 <태치(汰侈)>, 제31편 <분견(忿狷)>, 제32편 <참험(讒險)>, 제33편 <우회(尤悔)>, 제34편 <비루(紕漏)>, 제35편 <혹닉(惑溺)>, 제36편 <구극(仇隟)>까지 실려 있으며, 부록으로 <서발문(序跋文)>, <인명 찾아보기>, <주 인용 서목 찾아보기>가 실려 있다.
200자평
≪세설신어보≫는 인물의 독특한 언행과 일화를 수록한 일종의 인물 고사집으로, 한대에서 원대까지 1500년간에 실존했던 700여 명의 인물 정보와 역사 지식을 수록하고 있다. 인간 생활의 전반적인 면모를 담고 있는 방대한 내용으로 중국의 문화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매우 귀중한 작품이다.
지은이
왕세정(1526∼1590)은 자가 원미(元美), 호가 봉주(鳳州)·엄주산인(弇州山人)이다. 명나라 가정 26년(1547)에 진사가 되었으며, 남경 형부주사(刑部主事)와 산동부사(山東副使)를 지냈다. 왕세정은 당시 정권을 전횡하던 엄숭(嚴嵩) 부자를 탄핵한 양계성(楊繼盛)을 변호했는데, 그 일로 엄숭이 그의 부친을 죽이고 그를 파직시켰다. 나중에 엄숭이 세력을 잃자 왕세정은 다시 기용되어 형부상서(刑部尙書)까지 올랐다. 이반룡(李攀龍)과 함께 ‘후칠자(後七子)’의 영수가 되었으며, 이반룡이 죽은 뒤로는 20년간 문단을 이끌었다.
저작으로는 ≪세설신어보≫ 외에 ≪엄주산인사부고(弇州山人四部稿)≫ 174권, ≪속고(續稿)≫ 207권, ≪독서후(讀書後)≫ 8권과 ≪고불고록(觚不觚錄)≫, ≪완위여편(宛委餘編)≫, ≪염이편(艶異編)≫, ≪봉주필기(鳳洲筆記)≫, ≪엄주고선(弇州稿選)≫, ≪전당시설(全唐詩說)≫, ≪엄산당별집(弇山堂別集)≫, ≪가정이래수보전(嘉靖以來首輔傳)≫, ≪화원(畫苑)≫, ≪서원(書苑)≫, ≪엄주산수제발(弇州山水題跋)≫, ≪이물휘원(異物彙苑)≫, ≪휘원상주(彙苑詳註)≫, ≪사승고오(史乘考誤)≫, ≪척독청재(尺牘淸裁)≫ 등이 있다.
옮긴이
김장환은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세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에서 <세설신어연구(世說新語硏究)>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연세대학교에서 <위진남북조지인소설연구(魏晉南北朝志人小說硏究)>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강원대학교 중문과 교수, 미국 하버드 대학교 옌칭 연구소(Harvard-Yenching Institute) 객원교수(2004∼2005), 같은 대학교 페어뱅크 센타(Fairbank Center for Chinese Studies) 객원교수(2011∼2012)를 지냈다. 전공 분야는 중국 문언소설과 필기문헌이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중국문학의 벼리≫, ≪중국문학의 갈래≫, ≪중국문학의 숨결≫, ≪중국문언단편소설선≫, ≪유의경(劉義慶)과 세설신어(世說新語)≫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중국연극사≫, ≪중국유서개설(中國類書槪說)≫, ≪중국역대필기(中國歷代筆記)≫, ≪세상의 참신한 이야기―세설신어≫(전3권), ≪세설신어보(世說新語補)≫(전4권), ≪세설신어성휘운분(世說新語姓彙韻分)≫(전3권), ≪태평광기(太平廣記)≫(전21권), ≪태평광기상절(太平廣記詳節)≫(전8권), ≪봉신연의(封神演義)≫(전9권), ≪열선전(列仙傳)≫, ≪서경잡기(西京雜記)≫, ≪고사전(高士傳)≫, ≪소림(笑林)≫, ≪어림(語林)≫, ≪곽자(郭子)≫, ≪속설(俗說)≫, ≪담수(談藪)≫, ≪소설(小說)≫, ≪계안록(啓顔錄)≫, ≪신선전(神仙傳)≫, ≪옥호빙(玉壺氷)≫, ≪열이전(列異傳)≫, ≪제해기(齊諧記)·속제해기(續齊諧記)≫, ≪선험기(宣驗記)≫ 등이 있으며, 중국 문언소설과 필기문헌에 관한 여러 편의 연구 논문이 있다.
차례
24. 간오(簡傲)
25. 배조(排調)
26. 경저(輕詆)
27. 가휼(假譎)
28. 출면(黜免)
29. 검색(儉嗇)
30. 태치(汰侈)
31. 분견(忿狷)
32. 참험(讒險)
33. 우회(尤悔)
34. 비루(紕漏)
35. 혹닉(惑溺)
36. 구극(仇隟)
서발문(序跋文)
<세설신어보서(世說新語補序)> / 왕세정(王世貞)
<세설신어서(世說新語序)> / 왕세무(王世懋)
<각세설신어보서(刻世說新語補序)> / 진문촉(陳文燭)
<세설신어보구서(世說新語補舊序)> 2수 / 유응등(劉應登)·원경(袁褧)
<세설구제(世說舊題)> 1수, <구발(舊跋)> 2수 / 고사손(高似孫)·동분(董弅)·육유(陸游)
<하씨어림구서(何氏語林舊序)> 2수 / 문징명(文徵明)·육사도(陸師道)
인명 찾아보기
주 인용서명 찾아보기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세조[世祖: 광무제(光武帝) 유수(劉秀)]가 엄자릉[嚴子陵: 엄광(嚴光)]의 객사로 행차했는데, 엄자릉은 누워서 일어나지도 않았다. 세조가 그의 배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어이! 자릉은 나를 도와 나라를 다스릴 수 없겠는가?”
자릉은 응답하지 않은 채 한참 동안 있다가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보더니 말했다.
“옛날 당요(唐堯)는 덕이 드러났지만 소부(巢父)는 귀를 씻었습니다. 선비에게는 본디 정한 뜻이 있는데 어찌하여 이렇게 강요하십니까?”
세조가 말했다.
“자릉, 나는 결국 그대의 뜻을 굽히게 할 수 없단 말인가?”
그러고는 탄식하며 수레에 올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