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소민호는 단편 동화 구성의 새로운 전범을 보였으며, 소외받은 물상들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예민한 촉각을 지녔을 뿐 아니라 자연이 갖고 있는 원초적 자비심을 동화 속에 잘 드러내 보였다.
소민호의 작품 대부분이 단편이고, 그것은 중·장편에 비해 뚜렷한 문학적 성과를 구축했다. 그의 단편 동화는 중심인물에 비견되는 보조 인물과 그 인물이 겪은 사건을 더해 단편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의미의 보편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것은 한 편의 작품에 두 개의 이야기를 얽음으로써 비극성을 강화하는 장편소설이나 비극의 이중 플롯과 흡사하다. 이중 플롯은 문면에 드러난 주제가 한 번 더 강화됨으로 해서 주제의 의미망이 확장되고 강화된다. ‘바위틈에서 키운 하얀 꿈’을 비롯해 ‘금이 간 항아리’, ‘뜸부기’, ‘태’, ‘소리 잃은 풍경’, ‘작은 소리꾼’를 예로 들 수 있다.
소민호 동화 속 주인공들은 평소 우리의 주의를 끌지 못할 정도로 매우 작거나 하찮은 것들이다. 헌 난로, 금이 간 항아리, 망가진 풍경, 폐거울과 폐구두처럼 버려진 것들. 그리고 솔 씨, 연꽃 씨, 살구나무 뿌리처럼 보잘것없는 자연물 그리고 태와 같이 토속성이 짙으면서도 사라져 가는 것들이 자기 정체성을 찾는 일, 그들의 본성을 발견하도록 하는 것이 소민호 동화의 전형이다.
작품으로 그의 불교적 세계관을 짐작할 수 있다. 불교적 자비관을 직접 담아 전달하는 ‘방생’과 같은 작품에서부터 단지 사찰을 배경으로만 하는 ‘소리 잃은 풍경’과 같은 작품까지 불교적 색채의 농담이 다양하다. 무엇보다 그의 작품을 불교적 색채로 물들이는 것은 ‘덕구 스님’으로 대표되는 동자승이다. ‘덕구 스님’은 ‘바위틈에서 키운 하얀 꿈’, ‘소리 잃은 풍경’에 등장하는 동자승의 이름이며, ‘작은 소리꾼’에서는 동자승으로만 나타난다.
고아로 오갈 데 없이 맡겨진 동자승처럼 그의 다른 동화도 물질문명 사회에서 소외받고 상처를 가진 아이들 이야기가 나온다. ‘태’와 ‘뜸부기’의 아이들은 부모의 이혼과 아버지의 실직으로 도시에서 삶의 둥지를 상실한 채 시골로 쫓겨 온다. 그런데 ‘뜸부기’의 ‘누리’는 뜸부기를 통해, ‘태’의 ‘훈이’는 태를 통해 물질문명, 도시 문명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치유한다. 동자승이 백련꽃의 개화를 보고, 살구나무 뿌리에서 울려 나오는 목탁 소리를 듣고 오랫동안 닫았던 말문을 여는 것도 물질문명의 오염에서 온전히 벗어나 탈속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상징한다. 이것은 ‘검정 구두 이야기’의 연좌 비구니가 30년을 수행한 끝에야 검정 고무신에서 자유로워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불교적 세계관이 드러난 작품 대부분은 서로 다른 두 주체가 결말에서 합일하는데, 이는 자기 부정에서 자기 긍정으로 자아를 완성해 가는 과정이면서 세상을 향한 문을 여는 불교적 세계관을 표현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200자평
소민호는 소외받은 물상들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예민한 촉각을 지녔을 뿐 아니라 자연이 갖고 있는 원초적 자비심을 동화 속에 드러내 보인다. 그의 단편 동화는 이중 플롯을 사용해 단편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의미의 보편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보잘것없는 자연물 그리고 토속성이 짙으면서도 사라져 가는 것들이 자기 정체성을 찾는 일, 그들의 본성을 발견하도록 하는 것이 그의 동화의 전형이다. 이 책에는 <때까치와 참나무> 외 14편이 실려 있다.
지은이
소민호는 1952년 경상남도 합천에서 태어났다. 1994년 계간 ≪동화문학≫이라는 어린이 잡지에 <바보 바위>로 신인상에 당선되었다. 1998년 부산문학 우수상, 2011년 이주홍아동문학상을 받았다.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지인 몇 명과 힘을 모아 계간 ≪어린이글수레≫라는 어린이 잡지를 발행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는 부산 시내에 있는 지역아동센터 아동을 대상으로 독서 지도를 했다. 2010년부터 3년간 부산아동문학인협회 회장과 부산문인협회 아동문학분과 분과위원장을 맡았다.
해설자
김영균은 1961년 강화에서 출생했다. 경인교대를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와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3년 현재 한양초등학교에서 교사로, 경희대학교에서 강사로 재직하고 있다. ‘공연과이론을위한모임’(공이모) 회장을 역임했으며 아동극작가, 연극 평론가, 교육연극학회 이사, 아동문학학회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차례
작가의 말
때까치와 참나무
작은 솔 씨의 고집
금이 간 항아리
겨울이 고마운 난로 이야기
방생
뜸부기
바위틈에서 키운 하얀 꿈
꿈꾸는 빈 병
아빠 냄새
소리 잃은 풍경
일곱 빛깔 무지개
검정 구두 이야기
어느 거울의 이야기
작은 소리꾼
태
해설
소민호는
김영균은
책속으로
1.
“스님, 저기 흰 연꽃이!”
덕구 스님이었습니다. 말을 잃었던 동자승, 마음으로만 말하던 덕구 스님이 말을 한 겁니다.
“아- 30년 전에 잃었던 백련, 돌아가신 큰스님이 그렇게도 좋아하셨던 그 흰 연꽃이로구나! 이제는 우리 암자 이름을 마음 놓고 불러도 되겠어!”
촉촉이 젖은 듯한 스님의 목소리가 떨리기까지 했습니다.
“응? 그러고 보니 너도 잃었던 말을 찾았구나!”
한참 흰 연꽃에 취해 있던 큰스님은 다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덕구 스님을 바라보았습니다.
-<바위틈에서 키운 하얀 꿈> 중에서
2.
“저… 혹시 내 안은 어떻겠니?”
“예, 풍경님 안에요?”
…
동고비는 힘찬 날갯짓으로 내 안을 드나들었습니다.
며칠이 지났습니다. 내 안에는 지푸라기와 부드러운 깃털로 만든 작은 둥지가 생겼습니다.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처음으로 맛보는 기분이었습니다.
나는 추녀를 꼭 붙잡았습니다.
동고비가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면 나는 힘이 더 들 겁니다. 그래도 힘을 내야지요. 내 아기를 키우는 것처럼.
-<소리 잃은 풍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