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춘추 시대 중엽 이전, 중국의 남방 지역은 변방에 속해 있어 북방 중원(中原) 사람들의 눈에는 오랑캐에 지나지 않았다. 장강 하류 지역에서 나라를 세운 오(吳)와 월(越)은 이처럼 초기에는 중원 각국의 관심 밖에 있었다. 그러나 오나라에서 합려(闔閭)와 부차(夫差)가, 월나라에서 구천(句踐)이 통치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이들은 백성들을 통치하며 부국강병에 힘을 쓴 결과 중원 각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으며, 마침내 춘추오패(春秋五霸)의 명예까지 얻을 만큼 강력한 통치자로 부상했다.
≪오월춘추≫는 이와 같은 오나라와 월나라 양국의 역사를 기본 골격으로 하고 있다. 사학자들은 사실성과 객관성을 의심해 이 책을 정통 사서에서 배제해 왔는데, ≪사기≫, ≪좌전≫, ≪국어≫ 등 정통 사서에서 짧게 언급한 내용 또는 언급하지 않은 내용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역사서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근래에는 역사연의(歷史演義) 소설의 남상(濫觴)으로 평가받아 문학서로서도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한 작품 곳곳에 산재되어 있는 기이하고 신비로운 이야기는 지괴소설로서 부족함이 없으며, 특히 고대 명검(名劍)의 이야기나 월나라 처녀의 검술 이야기 등은 빼어난 문학적 성과를 이루었다.
이와 같이 사서(史書)의 기록 형식을 갖고 있되 문학적인 특징 또한 겸비하고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을 새롭게 평가해야 할 부분이다.
200자평
와신상담(臥薪嘗膽)·일모도원(日暮途遠)·동병상련(同病相憐) 등의 고사성어를 낳은 책이다.
중국 춘추 시대 남방에 위치한 인접 국가 오나라와 월나라가 서로 경쟁하며 패권을 차지하기까지 흥망성쇠의 과정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지은이
조엽은 동한(東漢) 시대 사람으로 생몰 연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대략 동한 광무제(光武帝) 건무(建武) 16년(40) 전후에 태어나 장제(章帝) 때는 확실히 생존했고, 아마도 100년경인 화제(和帝) 때까지는 살았거나 수명이 길었다면 안제(安帝, 재위 107∼125) 때까지 살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자는 장군(長君)이며, 회계(會稽) 산음[山陰: 지금의 저장성(浙江省) 사오싱(紹興)] 사람이다. 젊어서 현(縣)의 하급 관리가 되었으나 관직을 버리고 두무(杜撫)를 찾아가 ≪한시(韓詩)≫를 배워 뛰어난 성과를 이루었다. 관부(官府)에서 종사(從事) 벼슬에 임명했으나 사양했으며, 유도과(有道科)에 천거되었으나 집에서 여생을 보냈다. ≪오월춘추≫·≪시세력신연(詩細歷神淵)≫·≪한시보(韓詩譜)≫ 등의 저작이 있다. ≪후한서(後漢書)≫<유림전(儒林傳)>에 그의 전(傳)이 있다. ≪오월춘추≫는 본래 조엽이 지었지만 오늘날 전해지는 10권본 ≪오월춘추≫는 조엽이 편찬한 것을 황보준이 손질해 완성한 것으로 보인다.
옮긴이
김영식은 전북 남원 출생으로 전북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안경기(拍案驚奇) 연구>로 석사 학위를, <송원(宋元) 화본소설(話本小說)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의 선임 연구원을 지냈으며, 현재 서울대, 강릉원주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논문으로 <송 이전 설화 예술의 탐색>, <송 이전 설창과 그 저본에 관한 탐색>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문선역주(文選譯註)≫(전 10권, 공역, 소명출판), ≪상군서(商君書)≫(홍익출판사), ≪오월춘추(吳越春秋)≫, ≪월절서(越絶書)≫, ≪열자(列子)≫, ≪귀곡자(鬼谷子)≫, ≪박물지(博物志)≫(이상 지식을만드는지식), ≪상상의 나라 곤충 이야기≫(벤포스타), ≪사단칠정논변≫(공역, 한국학술정보), ≪역주사단칠정논쟁≫(전 2권, 공역, 학고방) 등이 있다.
차례
1권. 오나라 태백의 전기 (吳太伯傳)
2권. 오왕 수몽의 전기 (吳王壽夢傳)
3권. 공자 광을 부린 오왕 요의 전기 (王僚使公子光傳)
4권. 합려의 전기(내전) (闔閭內傳)
5권. 부차의 전기(내전) (夫差內傳)
6권. 월왕 무여의 전기(외전) (越王無余外傳)
7권. 구천이 오나라로 들어가 종이 된 전기 (외전) (句踐入臣外傳)
8권. 구천이 귀국한 전기(외전) (句踐歸國外傳)
9권. 구천의 음모 전기(외전) (句踐陰謀外傳)
10권. 구천이 오를 정벌한 전기(외전) (句踐伐吳外傳)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나의 원한이 백희와 같기 때문입니다. 그대는 <하상가(河上歌)>를 들어 보지 못했습니까? ‘같은 병을 앓은지라 서로 불쌍히 여겨 주며, 같은 근심을 하는지라 서로 구해 주네. 놀라 비상하는 새들은 서로 따르며 모이고, 여울져 내려가는 물 빙빙 돌면서 함께 흘러가네.’
-84쪽
마침 후원을 노닐다가 가을 매미의 울음소리를 듣고 다가가서 보았습니다. 그 가을 매미는 높은 나무에 올라가 맑은 이슬을 마시며 바람을 따라 흔들거리면서, 길게 소리를 빼어 슬피 울며 스스로 안전하다고만 여겼지, 사마귀가 나뭇가지를 뛰어넘어 가지에 붙어서 가는 허리를 끌어 앞발톱을 높이 치켜들고 자기 몸을 낚아채려는 것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그 사마귀는 정신을 모아 앞으로 나아갔는데 생각은 오로지 이익을 얻는 데만 있었지, 황작(黃雀)이 무성한 숲을 의지해 나뭇가지 그늘에서 배회하며 가볍게 발을 모으고 살살 앞으로 나아가면서 자신을 쪼려 하는 것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그 황작은 단지 맛있는 사마귀를 엿볼 줄만 알았지, 제가 탄궁을 손에 쥐고 높이 쏘아 재수 없게도 탄환이 날아가 자기 등을 맞출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만 마음속의 잡념을 버리고 생각은 황작에만 있었지, 그 곁에 빈 구덩이가 있어 어둠 속에서 갑자기 그 속에 떨어져 깊은 함정에 빠질 줄은 몰랐습니다.
-193~194쪽
현자(賢者)를 선택하고 모사(謀士)를 살피는 데는 각기 상응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어려운 일을 맡겨 멀리 사신으로 보내 봄으로써 그들의 충성을 시험해 보고, 감춰진 일을 내밀(內密)하게 알려 줘 봄으로써 그들의 신의를 알아보고, 그들과 정사를 논해 봄으로써 그들의 지혜를 관찰하며, 술을 마시게 해 봄으로써 그들이 난동을 부리는가를 살펴보며, 어떤 일을 사람들에게 지시해 봄으로써 그들의 재능을 살피며, 자신의 안색을 보여 줌으로써 그들의 태도를 분별해 보는 것입니다.
-339쪽